독일사 산책
닐 맥그리거 지음, 김희주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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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재미있게 읽고 아주 유익했다고 적는다.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읽던 중에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궁금하여 독일 역사책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책 초반에 나오는 브란덴부르크라는 이름은 읽던 소설의 제목과 헷갈리다가 겨우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리뷰를 끝내고 나면 나의 엉성한 기억력 탓에 다시 헷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그러라지. 


아무튼 나는 독일의 역사를 읽었다. 읽는 족족 앞서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고 넘긴 듯하지만 읽었다. 신성로마제국과 루터의 종교개혁과 특히나 소설의 배경과 관련된 한자동맹과 칸트와 괴테와 비스마르크와 나폴레옹과 히틀러와 독일 통일에 이르기까지. 들어본 적은 있으나 내 말과 글로 설명할 수는 없는, 한때는 열심히 외웠겠으나 이제는 아득하기만 한 세계사 속의 독일 정보들. 재미있구나, 역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구나, 읽어도 읽어도 계속 읽을 수 있겠구나, 역사라는 영역에서는, 우리나라든 이웃 나라든, 먼먼 나라든 상관없이. 


이 책의 작가가 특별해 보인다. 영국박물관장을 지낸 사람인데 독일 역사책을 썼다. 독일을 어떻게 여겼기에 책으로까지 만들어내었을까. 호감이었을까? 혼자 쓸데없이 궁리해 본다. 호감과 애정과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정성 가득한 자료집을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덕분에 나는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은 독일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독일 지역에 남아 있는 여러 기념비적인 장소와 역사적인 인물과 유물을 바탕으로 하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현재와 잇는 방식을 취한다. 시간의 순서대로 줄세우는 역사 지식을 원하는 이에게는 성가신 구성이 될 수도 있겠다. 나도 책 초반에는 이게 무슨 방식인가 하여 어리둥절했고. 곧 부담 없이 읽자 하고 나서 보니 이것은 이것대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브란덴부르크를 비롯하여 지금도 남아 있는 곳곳의 유적지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었으니까.  


이제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이 책에도 토마스 만이 등장한다. 아주 반가웠다. 이런 접점을 만나고 나면 내 안의 세상 한 면이 부쩍 넓어진 느낌이 들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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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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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이 여름을 잠시 잊는다. 글은 재미있고, 시간도 잠시 잊고, 깊은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독서 시간을 준다. 어찌 매번, 늘 고민만 하며 살 수 있으랴. 시류에 맞는 고민거리를 작가가 글 안에 담아 놓고는 있지만, 심각성보다는 그런가 보다 싶은 포기로 읽는다. 이래도 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블랙 쇼맨은 트립핸드라는 술집의 주인이자 바텐더이다. 블랙 셔츠를 입고 칵테일을 만들어 주면서 보이지 않는 사건을 슬쩍 해결한다.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것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해결을 해 준다는 점. 세 편의 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하고 쇼맨의 도움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면 사건사고 기사에서 얻은 힌트로 이야기를 바로 꾸며 낸 듯한 느낌, 재미있게 읽었다.

딱 여기까지다. 쇼맨이 등장인물인 여자들에게 만들어 준 칵테일 맛이 궁금해서 여운이 남는다. (y에서 옮김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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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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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간된 만화와 에세이를 같이 읽었는데 아쉬운 느낌이다.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뭔가 손해 본 느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얄팍한 욕심이 생긴다. 


책별로 작가가 일본에서 출간한 시기와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시기가 다르다 보니 책 의 시간적 순서가 우리에게는 다소 섞여 있다. 이 책도 일본에서는 5년 쯤 전에 나온 모양이다. 작가가 막 40세에 이르렀을 때쯤의 에피소드들. 어른이 되었나 어쨌나 자문하고 친구랑 엄마랑 한가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40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의욕을 불사르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드는 생각인데, 어른이라는 게 정말 있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다.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닐 텐데, 어떤 어른은 칭송을 받는 반면 어떤 어른은 비난을 받고, 어떤 어른다움은 존경의 대상인데 또 어떤 아이다움은 찬사를 얻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이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이래도 저래도 괜찮은, 다 내 모습의 일부이겠지만. 


작가보다 실제로 대여섯 살쯤 많을 것 같은 나. 남들 눈에는 어른으로 보이겠지만 아이같은 면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턱없이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욕망하는 나. 나이를 잘 먹는 어른이 되겠노라고 겉으로는 강하게 외치지만 실상은 자꾸만 나이를 먹고 있어서 두려워하고 있는 나. 이런 나를 이제는 좋아하는 나. 


그래서 나도 이 작가의 글을 자꾸 읽게 된다. (y에서 옮김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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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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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을 한때 무진장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아주 손놓고 있었던 것 같은데, 새삼 생각이 나서 빌려 본 책이다. 워낙 많은 책을 쓴 작가라 각 작품의 개성미를 찾는 재미도 있겠는데, 내가 많이 쉬었으니 이번에는 어떨까 기대를 품고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책은 두꺼워도 술술 잘 넘어간다. 머뭇댈 만한 문장이 없는 탓이다. 속도감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차분하게 짚어야 할 대목을 굳이 만날 수 없는 건 장점도 단점도 될 것 같다. 내게는 단점이었다. 이렇게 이렇게 넘어가 버린단 말이야? 그러면 어쩔 수 없고 싶어지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나 갈등의 요소들이 긴박하지도 않고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본 특유의 사회상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19로 인한 여러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그게 또 따로 인상적이지도 않고.   


작가는 블랙 쇼맨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새 시리즈로 낼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형이 살해된 사건의 진실을 찾는 일로 탐정 역할을 시작한다. 이 책 이후에 나온 것으로 한 권 더 있는 모양인데 읽게 될지 모르겠다.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술사에 대한 내 편견이 작용한 탓일지도. 오랜만에 본 책이 시시해져서 서운하다.  (y에서 옮김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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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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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만화, 이 책도 내 기대에 충분했다. 만화 대사를 따라서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본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일본인이 쓴 글이나 그림, 영화는 즐겨 찾게 된다. 일본에 여행을 가는 것도 그러하고. 이 무슨 불합리한 선택이란 말인가. 나도 나를 잘 설명할 수 없는, 변명만큼은 그런 대로 해낼 것 같은 내 취향의 일부다. 싫은 것은 싫은 것이고 좋은 것은 좋은 것이라고.

 

단순한 그림, 깔끔하다. 시골에서 살게 된 하야카와의 생각이나 태도도 명쾌하다. 곁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상당히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유미와 세스코가 하야카와가 한 말을 되읊고 따르는 것을 보면 좋은 영향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어진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일이나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고, 일이란 것도 다 그 일이 그 일이고, 내 기분을 내가 조종하는 일만큼은 내 몫이니 굳이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비슷한 또래이면서 하야카와는 그 면에서 앞선다. 이 또한 작가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마음이 지칠 때 꽤 도움이 되는 작가의 만화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몇 권 더 마련되어 있고, 그래서 마음 흐뭇하다. 힘들 때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마음이 쉬어야 할 때 펴 보면 좋으리라.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것, 의외로 궁금하기는 하다. (y에서 옮김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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