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 선생님, 안녕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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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값에 투자한 책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번역되어 나온 것일 뿐 실제로 이 작품이 나온 것은 20여 년 전인 셈이니, 밀도는 떨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고  사정을 다 알고 읽는다면, 허술한 듯 하지만 귀여운 맛도 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들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신의 허물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의 속셈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모르게 하는 것이 알게 하는 것보다 어떤 연유에서든 이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익이란, 그 이익을 지킨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는 할 텐데,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협적인 이익일 수도 있을 텐데, 인간의 욕심이란 게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순간을 맞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소한 속임에서 비롯되는 사건들이 전개된다. 주인공 여선생님은 나름 씩씩하고 추리도 잘하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건강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고. 이 여선생님에게 두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고 있고. 각자의 매력을 발휘하면서 사건은 전개되었다가 꼬였다가 풀리고.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산뜻한 긴장을 유발하는 정도의 속임과 해결은 우리 삶에 있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도 해 본다. (y에서 옮김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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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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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기 싫은데, 귀찮은데, 그런데 여행을 가고 싶다. 이 무슨 앞뒤 말도 안 되는 말인지. 안다, 그럼에도 이러하다, 가기 싫은데 가고 싶은 마음, 하기 싫은데 하고 싶은 마음, 그것도 간절하게. 여행의 안 좋은 점과 좋은 점이 한꺼번에 나를 사로잡아서 이런 듯하다. 나는 곧 여행을 떠나게 될까, 어쩔까?


시인과 소설가들이 쓴 여행집이다. 10년도 지났구나, 코로나 19 상황 이전의 여행 이야기이니 이것도 읽으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이제는 그때와 도무지 같을 수 없을 것이니, 아무리 잘 준비해서 떠난다고 해도. 


작가 10명. 이름을 알고 있었던 작가와 몰랐던 작가가 반반이다. 이들이 간 곳 중 내가 실제로 가 본 곳은 세 곳. 기억도 나지 않지만 비슷하게 젖어들어 보았다. 나도 그러하였겠지. 안 가 본 곳들 중에는 김경주 작가가 여행한 리투아니아 빌뉴스가 가장 이끌렸다. 예전 같았으면 직접 가 볼 궁리라도 해 볼 텐데, 지금은 그런 마음의 움직임만 짚고 끝낸다. 무엇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기 싫다고, 공항 들어가고 나오는 게 딱 싫다고.


시인의 여행기와 소설가의 여행기와 여행작가의 여행기가 다르게 읽힌다. 당연한 현상이다. 직업에 따라 다르게 볼 테니까. 나 또한 다른 기분으로 읽는 재미가 좋아서 적절하게 골라 읽는다.  소설가는 여행지에서도 이야기를 꾸미고 시인은 여행지에서 시적 분위기를 생성하고 여행작가는 여행지를 샅샅이 훑는다. 같은 곳을 여행한 세 작가의 글을 한번에 읽는 것도 퍽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궁리는 바로 해 봐야지.


여행지 사진은 작가의 글별로 흑백 한 장씩만 보이고 그것도 뚜렷하지 않다. 오래된 듯 시간의 흐름이 확연하게 보이는 책이다. 여행기도 시류를 타겠지? 아무렴, 세상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으니까 여행지도 달라지고 있겠지. 이 책의 효용이 날로 떨어질 것만 같은데. 


편집 의도가 괜찮아 보이니 이런 여행기는 계속 이어져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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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름다운 흉기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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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순전히 재미로 만들어진 추리소설. 권선징악과 기승전결과 사필귀정이 오롯이 들어 있는 구성과 내용.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지, 당연히 소설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내게 두 부류로 구별된다. 잔인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내용을 미리 알고 읽을 수는 없으니 읽은 뒤에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좀 답답하기는 하다. 이 책은 굳이 안 읽어도 좋았을 만큼 무서웠다. 범인이 무서웠다기보다는 인간의 욕망 중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강하게 발현되는 과시욕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해야겠다. 그게 뭐라고, 잘나 보이고 싶은 게 뭐라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게 보이는 그게 뭐라고....그걸 위해 자신을 버리고 남을 해치기까지 하는가 말이다.

 

범죄소설을 읽는 재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범인은 반드시 잡히니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훈은 물론 아닐 것이고-그러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걸 굳이 내세울 것 같지는 않으니까,-작가가 쳐 놓은 구조 안에서 범인을 잡으려고 애쓰는 독자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과 대결 정도?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이것도 싸움과 같은 원리로 여겨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잘 읽고 가볍게 정리할 수 있어서 개운하다. 기차 안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한 독서가 되었다. (y에서 옮김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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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집
구효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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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소설집이었다. 아름다웠다. 모름지기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운 소설이란 이런 소설들을 읽고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좀 슬프고, 좀 아늑하고, 좀 부질없고, 많이 아름답고 많이 아름답고 많이 아름답다는 느낌... 소설 속 풍경도 사람들도 대사들도 분위기도 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글솜씨까지 내 마음을 빼앗는, 바로 그런 아름다움.

 

오랜만에 만난 우리 소설이었다. 기억은 떨어지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 소설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들. 지나간 소설 혹은 앞으로 나올 소설들까지 읽어보게 기대하는 이름. 나를 설레게 하는 소설가.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글쎄,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이 책을 읽고 있었던 이틀이, 그 시간들이 내내 행복했다. 이 가을 어느 날에 읽은 우리의 소설집. (y에서 옮김200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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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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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은 있다, 분명히 있다. 이 책의 작가처럼 드러나기 쉽지 않아 그렇지, 우리 사는 곳곳에 이분과 같은 어른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 사는 이곳이 너무도 쓸쓸하고 고단하기만 할 것 같으니. 


친구의 소개로 이 작가의 유투브를 먼저 보았다. 몇 편 안 보았지만, 세상에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감탄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빌려서. 이 작가분이라면 굳이 사지 않고 빌려 보아도 이해해 주실 것만 같았다. 대신 우리네 젊은 작가의 책을 꼭 사서 보리라 다짐도 했다. 


나이는,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든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얻는 게 나이일 테니.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다 괜찮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게 쉽지 않다. 아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젊었을 때 실수나 실패나 시행착오가 없어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있었어도 어떻게 겪어 내었는가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을, 특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해진다. 그리하여 이것을 어떻게 배우고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게 좋은 어른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작가와 반대 쪽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을 최근 인터넷 만남의 공간에서 보았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쓴 글을 통해 드러낸 자신의 정보뿐이다. 나이는 60 중반에서 70 사이인 듯하고, 학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며 관리자로 퇴직했다고 하니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내용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려니 하며 보아 넘길 수도 있는데, 나는 자꾸만 그가 써 올리는 글에서 불편함과 거북함과 어떤 저항심을 갖는다. 내가 왜 이러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두고, 내게 직접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데, 뭐가 이토록 불편하고 거슬리는 거지? 다른 사람을 나무라는 글을 비교적 쉽게 써 올리는 이분은, 그러함으로써 스스로가 상당히 괜찮다고 여기고 있는 것만 같은데, 이 또한 괜찮지 않은 어른이 갖는 착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뚜렷해지는 경계를 본다. 이건 참 중요하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도 직결되는 것이므로.


나이가 들면 자신이 지나온 삶의 이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 살아왔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문제는 경계, 어떤 일이든 이 경계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한데. 내 얘기를 하면서 남들에게 내비치는 것이 자랑스러움과 자랑 중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가, 듣는 대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자신의 잘난 의견으로 충고하려고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강한가, 감정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것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겠노라고 강요하는 것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특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나 글에서. 이런 종류의 비교 물음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내 마음이 얼마나 당황스러워지던지. 내가 지금 어느 선에 서 있으며 어떤 쪽으로 가려는 것인지 확인하는 마음은 더더욱.   


이 작가처럼 나이 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꼰대가 되는 길이 더 쉬워서 그런 걸까. 세상에 그 많은 꼰대들이 나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진로를 탐색하고 있는 나는, 이 작가에게서 배운 바를 실천하는 쪽으로 가고 싶다. 이 작가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만이라도. 내 그릇의 크기에 맞게, 괜히 넘치지 말고, 가족과 주변인과 지인들을 챙겨 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이미 너무 큰 세상이기도 하고.  (Y에서 옮김20220417)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6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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