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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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읽기로 머리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머리가 아팠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다 읽은 뒤에도 나는 범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록까지 읽었어도. 


먼저 정독하지 않은 것을 반성했다. 안내서의 설명대로 쪽수를 찾아 다시 읽었음에도 이해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내가 생각한 범인이 있었음에도 확신할 수가 없었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럴 것 같다는 정도로만 파악되었을 뿐. 


할 수 없어서 인터넷으로 답을 찾았다. 나같은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시 웃음이 나왔다. 이거야, 작가와의 게임에서 이기지 못한 독자들이라는 말인가? 그런데 다들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는 배려를 하는 것이었는지,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마침내 답을 말해주는 댓글을 발견하고, 그의 설명을 보고 그런가 보다 하는 데에까지 이르기는 했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던 것들이 막상 이 과정을 거치고 나니까 도리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내가 이 혼란스러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었구나,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것이구나 싶었다. 너무 쉽고 뻔하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10월 초 연휴를 가가 형사와 더불어 보낸 셈이 되었다. 7권 가운데 4권을 읽었고, 3권밖에 남지 않았다. 3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참 아쉽다. (y에서 옮김201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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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R 4
김경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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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누가(특히 시를 쓴 시인들이) 그런 게 아니라고 나무란다고 해도 나는 이렇게 시를 읽으려고 한다. 읽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잘못 읽어서 해를 입히거나 끼치는 게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이런 마음이 드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시가 혹은 시를 읽는 내가 예전만큼 만만치가 않다. 둘 중 한 쪽이 기울어 있는 듯하다. 시가 어렵거나 시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다른 책에서 이 작가의 이름을 만났고 시집을 구했는데 되살아난 시집인 모양이다. 작가의 첫 시집으로서 다른 출판사에서 절판이 된 것을 이 출판사에서 새로운 기획으로 되살린. 독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못 만날 뻔한 인연을 만나게 해 주었으니. 시인이 작품 속에서 간절하게 노래하던 그 목소리가 울리어 닿았나 보다.

 

시들,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좀 괴기스러웠고 참혹하다 싶기도 했고 더러 마음아팠다. 다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인데 누구는 세상을 이렇게 아프게 바라보고 견디고 울고 있는 반면 누구는 대책없이 까불면서 착한 이웃을 울리고 있는 것인지. 생명을 받은 직후부터 주어진 사명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의심이 든다. 이 또한 운명이고 본성인 것인지.

 

불편한 마음이 내내 흐르고 있는 사이로 빛을 내는 구절들을 주워 건졌다. 각 시의 주제와 큰 이어짐 없이 내 몫의 기쁨으로 맞이한 구절들이다. 한 편의 시를 통째로 얻는 기쁨도 있거니와 이 시집처럼 조각조각 얻는 기쁨도 내게는 중요한 만남이다. 이런 구절들이 은근히 살아서 내 일상을 일깨워주기를. 내가 바라는 게 바로 이것이니까.

 

주석으로 달아 놓은 온갖 자료들에 좀 휘둘렸다. 철학과 음악과 관련된 내용, 시와 희곡을 이어보고자 한 시인의 의도는 내 수준을 넘어 있어서 거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반감은 들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내가 이 시인의 정신을 많이 동경하게 되었나 보다. 최근에는 어떤 시를 보여 주고 있는지 또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설렌다. (y에서 옮김20200304)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 P14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생을 떠는 것 - P15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 P17

무명의 별에서 빛 한 채가 날아옵니다 그 빛의 세월이 내 눈까지 날아오는 데 걸리는 음악의 생은 또한 얼마나 고독해야 하는가요 - P22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 P26

내가 당신을 만나 놓친 고요라고 하겠다 - P28

나무들을 흔들고 물을 건너다가 휘파람은 이 세상에 없는 길로만 흘러가고 흘러온다 - P58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 P65

우리는 어디서 만나서 언제 이 정신으로 다시 죽을 수 있을까? - P68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해주는 것이다 - P98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 P100

꽃은 글썽이다가 한 계절을 다 보낸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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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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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 책이 출간된 것이 오래 전인 것 같고, 이 책이 나온 한참 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던 모양인데 그 일을 경험하고도 우리 사회는 별로 달라지거나 나아진 게 없는 것만 같은 이 서글픈 마음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진에는 안전 지대인 줄로만 알았던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나고 그 영향으로 동해안 원자력발전소의 위험 여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이제는 이런 사고가 남의 일만은 아닌 게 되어 버렸는데.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의 양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 좋은 쪽으로 활용하면 아주 유용한 기술도 조금만 바꾸면 아주 무서운 무기가 되어 버리는데, 문제는 과학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있다는 말이겠지? 원자력 발전이 원자 폭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보면서도, 내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바꿀 수 없는 본성 탓인 걸까. 귀찮거나 게으르거나.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알자’일 것이다. 모르는 채 살지 말고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게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그걸 알고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알고 행동하면서 살자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 아는 것처럼, 잘난 척 하면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사실 얼마나 부족하고 소심하고 나약하고 또 비겁하기까지 한가 말이다.

 

이런 경우, 믿음이나 신뢰 이런 쪽과는 거리가 좀 있을 것 같다. 정부를 믿고 안 믿고, 경찰을 믿고 안 믿고, 과학자를 믿고 안 믿고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배자의 논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판단이며, 내게 내려진 상황과 한 발 건너 이웃에게 내려진 상황 사이에도 엄청난 간격이 존재할 것이다. ‘정의’라는 게 과연 우리가 실현시킬 수 있는 덕목이기나 한 것인지.

 

원자력은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 전기를 덜 쓰고 살고 그래서 더 불편해지더라도, 편리보다 위험이 더 크게 느껴지기만 한다. 이 소설 속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던 모습,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y에서 옮김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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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채소 먹는 기쁨 - 계절의 감각을 깨우는 작고 신선한 사치
정고메(정혜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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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것을 마땅히 당연하다고 주장해야 하는 시대. 제철 채소가 좋다는 것, 제철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것, 집에서 제철 채소로 해 먹는 밥이 낫다는 것, 다 당연한 말이 아니던가. 신토불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또한 당연하고 또 식상하기 그지없고.


책 제목으로 제철 채소를 소개해 주는 책인 줄 알았다. 이를테면 우리의 24절기에 맞춰 나오는, 하다못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오는 각각의 채소들을 소개해 주는 내용쯤으로. 편하고 쉽게 이 정보를 얻어 정리해 볼 요량이었는데 내 기대와 살짝 어긋난 셈이다. 채소가 주인공인 줄 알았으나 채소로 요리한 집밥이 주인공인 책. 내가 모르고 있는 제철 채소에 대한 정보를 더 구하려고 하였는데 결국 이 책에서는 딱히 얻은 것이 없어 섭섭하다. 


편집 쪽으로는 신경을 많이 쓴 책이다. 식재료 하나하나의 영양 성분을 일일이 따지면서 챙기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도록 표로 제시해 놓았다. 책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메뉴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QR코드도 실어 놓았고. 내게는 이 둘도 필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차라리 식재료의 예쁜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책값이 결코 싼 편이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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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ㅣ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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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 괜찮은 기획을 한 듯하다. 작가의 단편소설 세 편을 실어 놓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표지는 튼튼하게 내용은 깊이 있게 담으려는 의도의 시리즈. 만만치 않다고 보이는 책값으로 단편소설 한 편의 값을 추정해 볼 수 있다면 아주 상업적인 계산이라고도 말하겠지만, 이제는 이것도 마땅히 고려해야 할 시대다. 글 한 편의 값, 노래 한 곡의 값, 춤 한 사위의 값 등등. 


작가를 몰랐는데 글이 잘 읽혀서 이름을 기억해 두려 한다. 급히 넘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도록 쓴 글이다. 한 줄 한 줄, 낱말 하나하나마다 멈춰서 읽고 새겨 보게 한다. 인물들이 처한 처지는 남루해 보이나 글의 분위기는 고상하고 산뜻하다. 힘들다고 어렵다고 대놓고 한탄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불평하지 않아서 더 애절하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다. 내용도 형식도 어렵고 고달프게만 보이면 더 읽고 싶지 않게 되니까.


특히 내가 좋아하는 '먹는 내용'이 읽는 맛을 살린다. 먹고 사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 보다. 나는 언제쯤 먹는 일에 절실해지려나.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어도 맛있고 배부른 듯한 느낌이니. 좋아하는 이와 아끼는 이와 그리운 이와 함께 먹는 일, 그러다가 홀로 남아 그 음식을 떠올려보는 일, 글의 소재로는 한계가 없을 듯하다. 읽는 마음으로도 이러한데 쓰는 이들에게는 더 유용할 테지.


서평단 신청을 잘했고, 고맙게도 받아서 잘 읽었다. 사람을 잃고 야윈 마음으로 버티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싸지는 않은 책값이다. (y에서 옮김20220915)


'Y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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