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자취 요리 :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 ㅣ 띵 시리즈 4
이재호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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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참 오랫동안 자주 썼다. 이런저런 인사말에 빠뜨리지 않고 썼던 건데, 쓰면서도 이런 상투적인 표현을 계속 해야 한다니 바꿔 쓸 만한 다른 말을 떠올리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렇다고 안 쓰자니 뭔가 소홀해진 듯 성의를 다하지 못한 듯한 느낌에 쓸 수밖에 없었는데. 게다가 뭘 그리 죄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좀 어때서? 싶은 반발이 생기기도 했고. 이 책 제목에 이 말이 있어 떨떠름한 기분이 있기는 했지만 이력이 다소 특이해 읽어 보았다.


글은 재미있었다. 의사가 되려던 사람이 이래저래 두 번의 시련을 겪는 동안 프랑스 요리의 길을 잠깐 다녀왔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이제는 의사와 요리사라는 두 가지 자격을 다 갖추게 되었다는 이야기. 어떻게 최선을 다했다는 건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만큼의 최선은 아무나 다다를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책을 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산문은 작가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자신을 자랑하는 글이다. 이 자랑이 신선하고 적당하여 읽는 사람에게 흥미를 갖도록 해 준다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일 테고,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거나 외면을 하고 싶게 한다면 양쪽 모두에게 섭섭할 일이 되겠지.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통해 보는 작가의 자랑 같은 일화들은 좋게 느껴졌다. 작가가 다른 책을 또 냈을 경우 같은 마음이 들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라든가 여자라든가 하는 구별은 이제 의미가 없는 시절이다. 혼자 살면서 자신을 위한 요리를 정성껏 차려 내는 게 삶을 대하는 태도 중 한 가지가 되었다. 어떤 밥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게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두께가 얇고 크기도 작은 편이라 읽기에 부담 없다.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더 읽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 때는. (y에서 옮김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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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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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6번째 책. 단편소설이 5편 들어 있다. 감질맛 나는 독서다. 한 편 한 편이 장편이었으면 싶었던 것. 사건 중심이면서 범인 입장 서술의 짧은 소설이다 보니 가가 형사의 활약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작가의 친절하지 않은 생략법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가가 형사가 어떤 추리를 하고 있었는지를 따라잡을 수 없다 보니 아쉬울 수밖에. 


소설이니, 현실이 아니니, 게다가 배경이 일본이니, 거리감이 확실히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이렇게 비합리적이면서도 슬픈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범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할 것이나 그를 잡으려는 형사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을 밝히려고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인간의 한계. 궁극적으로는 살기 위해서일 것인데, 잘 살기 위해서일 것인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잘못 살고 있는 것인지. 


내 안에는 어떤 부분이 있어서 이런 소설에 이렇게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y에서 옮김201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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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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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한 편도 섭섭하다는 느낌 없이 잘 읽었다.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작가이고 이 작가의 글을 읽은 적도 있었는데 이번만큼 호감을 가진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막 너무 좋다 여기까지 이른 것은 아니고. 이대로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정도? 이 작가의 책읽기는 이제 시작이군 하는 마음으로.

소설가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글을 잘 쓰는 사람일까. 누구에게 들어 본 말인지 혼자 떠올려 본 말인지 모르겠다. 상관없다. 사건과 인물과 주제를 다루고 있는 모습에 따라 나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세 시제를 두로 잘 쓰는 사람도 있을 테고 특별히 한 영역에 대해 탁월하게 잘 쓰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읽는 쪽에서도 이 점에 유의해 보면 달리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작가의 이번 책은 미래가 주인공인 모양이다. 책 제목으로 잡은 것에서부터 알아챌 수 있겠다. 나는 책의 제목이 된 작품보다는 '인간의 쓸모'에 더 끌렸다. 우리네 인간은, 아니 작품 속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 '사람'은 정녕 지구 미래에 쓸모가 있는 존재일까. 미래를 밝게 그리는 쪽과 어둡게 그리는 쪽도 가치관을 나타내는 하나의 취향이라고 하더니. 

작가가 그리는 미래는 대체로 밝지 않다고 읽었다. 그렇다고 아주 어두운가. 또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바람이 깃든 때문이겠지. 어둡지만, 어두워 보이지만 밝았으면, 밝게 만들어 나갔으면, 밝아 주기를,... 과 같은 소망을 가진 작가로서. 그래서 내가 이 작가의 글에 마음이 열린 것일 수도. 예전 독서에서는 찾아 내지 못했던 빛살 같은 것들 덕분에.

사람이 사람을 창조하는 일의 가치와 사명을 생각한다.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워진다. 대상이 무엇이든 창조되어 존재하고 나서부터는 세상이 전과 달라진 것이 된다. 하물며 우리네 사람이라면 더더욱. 신비한 세상에 신비하게 머물러 있다가 떠났으면 한다. 작가가 내가 준 선물처럼. (y에서 옮김20241127)

여름날 땀 흘린 뒤 시원한 찬물 샤워. 겨울날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바라보는 밤하늘.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과 맞잡은 손. 마주 보는 눈동자. 같은 곳을 향하는 미소. 다정한 침묵. 책 속의 고독. 비 오는 날 빗소리. 눈 오는 날의 적막. 안개 짙은 말의 음악. 햇살. 노을. 바람. 산책. 앞서 걷는 당신의 뒷모습. - P290

폭우의 빗방울 하나. 폭설의 눈송이 하나. 해변의 모래알 하나. 그 하나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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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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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서 가르쳐 준 범인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해 슬펐던(?) 기억을 안고 단단히 마음먹고 읽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하면서. 


그래서 초점을 둔 게 캡슐 갯수였는데, 아뿔싸,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이번에도 결국은 책만으로는 해결을 하지 못하고 인터넷에 다시 범인을 물어본 후에 답을 받아냈다. 두 권 모두 나는 완전하게 작가와의 승부에서 졌다는 것이지, 그래도 재미있고 흐뭇했다.    


다만 이 소설의 기본 배경인 '근친상간'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일본 소설이라고 해도, 편견이라고 해도, 나는 불편하다. 이 작가의 소설 가운데 몇 편 거북한 것이 이런 비슷한 소재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취향이 편협되고 고루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식으로든 강자와 약자가 생기게 된다. 강자의 입장일 때 약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취하는 폭력은 어떤 불행을 낳게 될지 모를 일이다. 물론 강자 입장에서는 그게 폭력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게 더 불행한 일이기도 하고. 


범죄가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 쪽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y에서 옮김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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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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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지 않다, 이 소설도,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의 내 상태도, 오늘 날씨도,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한다면.


소설은 천천히 읽었고 천천히 흘렀으며 천천히 지웠다. 작가의 이름만 남기고 다 지우고 싶었다. 윌리도 윌리의 사랑도 아일랜드도 영국도 어느 하나 갖고 싶은 게 없다. 나에게는 아일랜드에 가 보고 싶다는 열망도 남지 않는다. 이 운명, 참 싫다.


이번에도 아일랜드의 역사와 함께 읽었다. 앞서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기억하자고 다짐했던 내용이 많이 사라졌고 나는 허둥대며 읽었다. 불우한 역사, 불우한 민족, 불우한 인물, 불우한 생에 대하여. 작가는 쓰는 동안, 다 쓰고 난 후에 글을 쓰는 자신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을까. 주고받는 것 없이 영국을 막연하게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국주의 영국의 실상 때문에 힘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떠올랐던 것도. 


아일랜드는 어떤 곳일까? 그 나라에서 나고 자라고 사는 사람들은 세상을 어떤 태도로 마주하고 있을까? 지구의 반대쪽에 있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나처럼 궁금하게 여기는 이도 있을까? 그리고 궁금해 할까? 운명에 대하여.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하여. 이런 어찌할 수 없음을 철저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운명에 대하여.


이런 운명의 꼭두각시가 되고 난 다음에도 세상을 살 만하다고 여기고 산다면, 우리도 참 망각의 동물 혹은 의지의 화신인가 싶다. 어지간하면 이런 소설을 읽고 기어이 살아가겠다는 의욕을 느꼈다고 쓸 텐데, 지금의 나는 못하겠다. 기운이 떨어진다. 날이 흐려서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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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9 1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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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1 15: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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