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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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상당히 의외의 소재이다 싶었는데,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일본의 부부들도 불륜이라는 것으로 갈등을 하나 싶은 게 낯설지 않았다. 


작가는 남자이고 독자인 나는 여자이다. 남자와 여자가 애초 성향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 선천적인 차이라는 것 때문에 문제가 빚어지는 것을 보면 해결책이 있기는 한가 싶기도 하다. 애써 한 남자 한 여자로 마음을 모아 결혼을 해 놓고, 결혼 후에 시들해졌다면서 다른 상대를 찾는 호기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바람을 피우는 사람에게는 본능이라고 이해해 주고, 배우자로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절제라고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다 알고 있으면서,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 없다는 그 불륜. 그래, 그럴 수 있겠지, 믿음이 사라지기도 하고 마음이 변하기도 하겠지. 그러니 다른 상대가 마음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일 테고.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미 가진 것을 놓지 못하겠다는 이중의 욕심은 또 어찌하면 좋은가 말이다. 마음 변하지 않고 둘이서 오래 행복하게 사이좋게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결말에 대한 기대보다 과정이 더 궁금한 게 불륜 이야기 아닐까. 어리석은 선택인 줄 알면서도 조절할 수 없는 욕망과 이기심의 발로. 그 결과로 얻을 죄의식과 세상의 모든 비난까지 받아들일 만큼의 유혹에 무너져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여서 한편으로 잔인해지기도 하는 것인지. 


묘한 흔들림을 느끼면서 읽었다. 나는 아닐 것이다, 내 남편도 아닐 것이다, 과연 그럴까? (y에서 옮김20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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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저자, 이정미 역자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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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읽어 나갈수록 짙어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이 책 속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내가 참 다행스럽다는, 참 은혜롭다는 생각이 그치지를 않는다. 혼자만 품지 않고 막 나누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눌 능력이 나에게는 없으므로 그저 이 책을 권하고 싶을 뿐이다. 읽으시라고, 무척 좋아지실 것이라고, 몸으로 마음으로 정신으로 영혼으로 온통 채워지는 느낌에 더 잘 살아 있고 싶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대화를 실어 놓은 책이다. 책 편집이 돋보이는데-제목에 따른 대화의 분량이 적은 편이어서-읽는 이를 많이 고려한 구성이다. 대화가 먼저였는지 제목이 먼저였을지 궁금한 생각도 든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대화를 했다면 두 사람이 이렇게 짧게 끝낼 수 있을까 싶고, 긴 대화를 주제에 맞춰 적절히 나누었다면 이 또한 편집자들의 수고가 고맙기만 하고. 읽는 내 쪽에서 도움이 컸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라서 따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춤을 추고 집을 짓고 또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싸우기만 하고 속이기만 하고 전쟁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슬쩍 다루었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요즘 세태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도 퍽 흥미로웠다. 금연 정책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니(어떤 내용인지는 직접 읽으시기를 바란다).   

음악으로 시작하는 대화였는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식인의 사명? 전문가의 책임? 지적 생명체로서 마땅히 베풀어야 할 몫? 등등.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같이 했다. 똑똑한 사람이 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고 이를 세상을 향해 기꺼이 내놓는 태도와 실천하는 모습에 대하여. 이렇게 보고 듣고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는 일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 주는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이 어찌나 다행스럽고도 고마운지.

한 분야에 제대로 통달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 세상의 온갖 진리가 같은 선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나 보다. 음악감독이 들려 주는 수학과 논리 이야기, 뇌과학자가 들려 주는 언어와 예술 이야기가 멋지게도 들려 온다.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내 감각을 통해 느끼고 있다고 믿고 있던 것들이 지극히 하찮아 보이면서도 또 소중하게 생각되는 경험을 한다. 나는 중요하기도 중요하지 않기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내 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 부분 '도시와 시골의 조화'에서 나눈 이야기도 인상에 남는다. 지금처럼 도시로만 모여 들어서 시골이 비어 가는 시대에는 도시와 시골 두 곳에서 살도록 강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허망한 제안으로만 남기지 말고 실제로 시행해 보는 것도 어떨까 싶어진다. 각박하고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자연과 느긋함으로 채우는 시골 생활로 치유할 수도 있다면서. (y에서 옮김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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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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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흥미와 교훈과 심지어 책을 읽는 사명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무슨 사명감으로 살고 있으며, 이 책을 읽고 어떤 사명감을 다시 확인하는가... 하는 지극히 형식적인 독후활동을 했으니까.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해야 할 배경을 짐작하노라니, 어지간히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잘못된 대목이 발견된다면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소설의 개연성도 보편성도 줄줄이 무너질 것이고, 결국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밀려나고 말 것이다. 소설이 허구이기는 하지만 소설만큼 현실성을 완벽히 요구하는 허구도 없을 테니.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 관계를 꾸며 내기 위한 배치가 절묘하다. 이게 아마 추리소설의 기분이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간절함, 어쩌다 혹은 우연히가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만 하도록 맞춰진 동기. 그러니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어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의사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현재 의학 기술로는 인간 질병의 30%도 채 알아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의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의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다 알아내지 못한 70% 영역의 환자들은 운에 맡기는 것일까, 의사를 믿는 것일까. 의사는 속으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일까. 


소설이면서 소설 밖 우리의 삶의 영역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글이다. 작가의 관심은 참으로 넓기도 하다. 기술부터 마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부분 건드리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소심하게 다짐하게 되는 게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알고도 모르고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 복수심은 의외로 하찮은 것에서 시작될 수 있으니까. (y에서 옮김20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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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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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인문 영역과 이어지는 길을 본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과학인가로부터 인간 너머를 헤아릴 줄 아는 통찰력을 얻기까지 길은 멀어도 기꺼이 들어서고 싶어진다. 읽고 배우고 알아내고 다지는 만큼 내 삶의 질이 달라지리라는 믿음,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어서.


책이 다루는 범위는 넓고 깊고 길다.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 서술하고 있는 덕분에 인류의 오랜 역사를 짚어 보게 된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 종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절,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사람 종과 같은 대상으로 대해야 하는 시절의 이야기. 이야기 같다. 하도 아득해서. 


작가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동물들과의 실험 과정이 그저 놀랍고 대단하게만 보인다. 이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만 이익을 주려고-그저 돈을 많이 벌려고-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동물들이 가진 각각의 좋은 면을 사람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살피고 증명하는 학자들. 여기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정한 마음이라는 것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하고 있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사람은 하려는 의도 자체를 갖고 있지 않고. 할 일이 그 무엇이든. 나는, 이 책을 읽은 나는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다정한 사람이 되기까지. (y에서 옮김20230604)   



사회지배 성향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을 가진 극단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이 결코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권력의 집중이 아닌 분산을 추진하고, 유사함이 아닌 다름을 찬양하며, 만인의 평등한 권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 살면서 자기가 속한 집단이 더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다름이 전체의 하나됨을 위협한다고 여긴다면, 다름을 찬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P251

도시는 서로 다른 배경과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여 생각을 교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조상들에게는 무역로를 따라 형성된 정착 부락이 있었다. 머나먼 곳에서 떠나온 여행자들이 이곳에 모여 생각과 기술, 상품을 나누었다. 현대의 우리에게 이 역할을 하는 곳은 공원, 카페, 극장, 식당 같은 공공장소다. 우리는 이런 장소에서 이웃을 만나 어울리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다. - P283

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관점은 우리가 타인 즉, 다른 집단과 다른 인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에 대해 사회지배 성향이 높을수록 ‘열등한’ 집단에 속하는 타인을 동물로 바라보기 쉽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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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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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읽고 있으니 이 작가의 소설 패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앞서 다른 작품을 읽을 때처럼 내가 헤매지는 않는다. 불가사의하다거나 비과학적인 현상이라고 하는 것들도, 유가와 교수가 왜 흥미를 갖는지에 대해 눈치를 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내가 과학적 수사에 남다른 흥미나 재능이 있다는 뜻은 아니고, 범죄 관련 미국 드리마를 계속 보다 보면 알게 되는 장치의 일부를 파악했다고나 할까. 결국 작가는 독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계속 돌려서 의외의 결과를 보여 주어야 할 테니까, 내 나름대로 그 부분에서 작가와 겨루는 기분이 생겼다는 정도이다. 물론 늘 지고 있지만.(그래도 구사나기 형사는 의외로 느리고 둔한 걸.)


갈릴레오 시리즈 2편이다. 이 책에 대해 뭐라고 얘기를 했더니 우리 애들이 드라마 얘기를 해 준다. 일본 드라마가 있고 몇 편은 보았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싶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하기에 용이할 것 같다.


유가와 교수가 물리학자이고, 기본적으로 물리학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이어서 이공계 기술이나 이론 이야기가 거듭된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더 대단하게 보인다. 관심의 영역이 이만큼이나 넓은 것일까. 일본 사람들의 삶을 꽤 친숙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불륜'이라는 소재다.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이니 우리와 다를 게 없겠지만, 남녀 사이의 통속적인 배신이 소설이라고는 해도 참 흔하다. 이런 게 소설에서 유독 강조되는 것인지, 실제로 비슷한 정도인지, 이러는 나는 그게 왜 궁금한지. (y에서 옮김201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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