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저자, 이정미 역자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읽어 나갈수록 짙어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이 책 속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내가 참 다행스럽다는, 참 은혜롭다는 생각이 그치지를 않는다. 혼자만 품지 않고 막 나누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눌 능력이 나에게는 없으므로 그저 이 책을 권하고 싶을 뿐이다. 읽으시라고, 무척 좋아지실 것이라고, 몸으로 마음으로 정신으로 영혼으로 온통 채워지는 느낌에 더 잘 살아 있고 싶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대화를 실어 놓은 책이다. 책 편집이 돋보이는데-제목에 따른 대화의 분량이 적은 편이어서-읽는 이를 많이 고려한 구성이다. 대화가 먼저였는지 제목이 먼저였을지 궁금한 생각도 든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대화를 했다면 두 사람이 이렇게 짧게 끝낼 수 있을까 싶고, 긴 대화를 주제에 맞춰 적절히 나누었다면 이 또한 편집자들의 수고가 고맙기만 하고. 읽는 내 쪽에서 도움이 컸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라서 따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춤을 추고 집을 짓고 또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싸우기만 하고 속이기만 하고 전쟁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슬쩍 다루었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요즘 세태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도 퍽 흥미로웠다. 금연 정책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니(어떤 내용인지는 직접 읽으시기를 바란다).   

음악으로 시작하는 대화였는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식인의 사명? 전문가의 책임? 지적 생명체로서 마땅히 베풀어야 할 몫? 등등.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같이 했다. 똑똑한 사람이 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고 이를 세상을 향해 기꺼이 내놓는 태도와 실천하는 모습에 대하여. 이렇게 보고 듣고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는 일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 주는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이 어찌나 다행스럽고도 고마운지.

한 분야에 제대로 통달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 세상의 온갖 진리가 같은 선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나 보다. 음악감독이 들려 주는 수학과 논리 이야기, 뇌과학자가 들려 주는 언어와 예술 이야기가 멋지게도 들려 온다.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내 감각을 통해 느끼고 있다고 믿고 있던 것들이 지극히 하찮아 보이면서도 또 소중하게 생각되는 경험을 한다. 나는 중요하기도 중요하지 않기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내 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 부분 '도시와 시골의 조화'에서 나눈 이야기도 인상에 남는다. 지금처럼 도시로만 모여 들어서 시골이 비어 가는 시대에는 도시와 시골 두 곳에서 살도록 강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허망한 제안으로만 남기지 말고 실제로 시행해 보는 것도 어떨까 싶어진다. 각박하고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자연과 느긋함으로 채우는 시골 생활로 치유할 수도 있다면서. (y에서 옮김202407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