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3 - 6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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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죽고 카이사르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 레피두스와 삼두연합을 형성한 뒤 보좌관인 아그리파와 함께 카이사르를 죽인 암살자들을 차례로 해치운다. 글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혹은 자연스럽게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암살자인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의 입장에는 왜 동조가 안 되는 것인지. 내게 영웅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안토니우스다. 안토니우스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이름을 알았던 기억이 가장 강렬하고 뒤에 읽었던 책들에서는 그다지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으니) 참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인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니. 물론 클레오파트라와의 인연이 안토니우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에 큰 몫을 하기는 했겠지만.

 

다 알고 읽는 역사라도 또 재미있다. 작가의 힘이다. 오래 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큰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 책은 더 크게 와 닿는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와 그녀의 역사관에 대한 실망도 작용했을 것이고 소설적 상상력을 담은 이 책이 훨씬 더 크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천 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보이는 듯하다.

 

아그리파에 대해 갖고 있는 좋은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옥타비아누스 곁에 지극히 충실한 태도로 있는 장군이다. 위대한 정치가는 주변에 자신만큼이나 위대한 조력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이 조력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뛰어넘는 욕망을 갖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지도자라면 이를 알아볼 만큼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고. 옥타비아누스에게는 역량만큼 인연을 만나는 행운도 주어졌던 것이리라. 

 

멀고 먼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자꾸만 우리네 현실이 겹친다. 권력을 얻기 위해 끝도 없이 싸우고 죽이고 모략하고 협상하는 그들. 그 과정에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평민의 운명. 읽고 있는 동안은 흥미로우나 이후 생각하는 시간은 고달프다. 나는 역사의 어느 선에서 살짝 머물렀다가 사라지게 될까?

 

이제 이 서사의 마지막 3권이 남았다. 천천히 아껴 가면서 읽어야지.(y에서 옮김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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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빵빵 일본 식탐여행 ㅣ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타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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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을 찾아 다니는 여행, 일단은 재미있겠다. 양적으로 많이 먹을 수 있어야 하겠지만, 배가 불러도 맛난 음식을 향한 탐험심을 그치지 않아도 좋다면, 그 또한 삶의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어찌어찌하다가 알게 된 일본 만화 작가이고, 여행과 음식 이야기를 함께 보여 주는 내용이다 보니 내가 좋아하게 된 경우다.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그림과 그림만으로도 느껴지는 식욕과 보태어 보여 주는 사진까지, 이대로 따라서 시도해 보고 싶게 만든다. 별다른 고민이나 신경 쓰일 일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바로 그 바람을 이루게 해 주는 여정. 


한 해 두 번. 방학 철이 되면 이제 어김없이 찾아 와 주는 방랑으로의 유혹. 이번 겨울방학에는 보충수업 일자가 넉넉하게 잡혀 있어 시간을 내기 쉽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틈을 만들어서 콧바람을 쐬고 싶다. 이 책의 작가처럼 차타고 가서 내린 뒤 먹고 다시 돌아다니다가 먹고 또 차 타고 가서 먹고 하게 되더라도. 그러다 먹게 되는 음식들이 모두 썩 맛있는 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좀 놀고 싶다. 아니, 기필코 놀아야겠다. (y에서 옮김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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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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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작가의 [경애의 마음]이 내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 좀 염려되는 마음으로 본 책이다. 단편보다 훨씬 짧은 소설, 예전에는 콩트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이 책은 퍽 마음에 와 닿는다. 짧은 상황 속에서 내보이는 인물 간의 갈등이나 처지가 절실하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내 시각이 그러한 건지, 작가의 글 솜씨 덕분인 건지 아무튼 둘 다 잘 맞았다.

 

우리네 소설 세계에 대해 어느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 소설가로 등단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전에서 당선되는 것인데 이 경우 대상 작품은 거의 단편소설이다. 즉 등단하기까지 작가 지망생은 단편 소설을 쓰는 연습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등단이 된 후에 장편 소설을 발표하는 것을 큰 과제로 여긴다고 한다.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내 단편을 쓰는 데 골몰하면서도 장편을 머리에서 손에서 놓치 못하는 마음을. 외국의 경우 처음부터 장편 소설로 데뷔하는 작가들이 많이 보였는데, 우리나라와는 출판 사정이 여러 모로 다른 것이겠지.    

 

그래서 그랬던가, 한 작가의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을 읽을 때 그 느낌이 차이날 때가 종종 있다. 이 작가의 경우 내게는 우선 단편이 낫다는 것인데, 읽은 작품이 많이 없어서 좀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애의 마음을 읽었을 때보다는 몇 발 더 다가섰으니 이것만으로도 좋은 현상이다.   


글의 분량도 편집도 주제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비슷한 나이의 독자라면 직접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나처럼 이미 많이 지나온 독자라면 지난 날의 애틋한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추억조차 부질없다고 여기는 팍팍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두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y에서 옮김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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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2 - 6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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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트 중에 가장 두껍다. 읽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단순히 분량이 많아서 그랬다기보다는 카이사르가 죽을 즈음을 읽는 대목에서 자꾸만 머뭇거린 탓이 더 크다.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가 죽는다는 게 어찌 그리도 아쉽고 보내기 싫던지. 나는 아무래도 영웅에 약한 모양이다. 영웅의 위대함과 영웅의 고민과 영웅의 외로움이 민망할 정도로 와 닿는다. 

 

이 시리즈의 책은 연달아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게 참 신기하다.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리는 것도 읽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누가 누구 편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한데, 게다가 몇 번씩 하는 결혼으로 서로 간의 인맥을 이어 나가면서 촌수를 더없이 복잡하게 만드는데도 읽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큰 줄기만 따라가면, 그 길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아직도 시리즈의 남은 책이 있어 설렌다.   

 

정치권력의 본성을 더없이 분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카이사르의 권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왜 죽이고 싶어 했는지, 이런 현상이 어떻게 시대를 이어 사라지지 않는지,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인지. 정치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본능이고, 정치가로 살다가 뜻밖의 죽음을 당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일까. 수많은 역사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뜻을 품는 이들의 욕망과 집착이 구슬프다.   

 

권력의 본질,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 군림하고 싶은 욕망, 남보다 잘난 척 남 위에 서 있고 싶다는 마음, 남보다 더 갖고 싶은-이미 가진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과 더 빼앗고 싶은-욕심 등. 어리석다는 것을 아는 것과 실제로 갖는 것은 다른가 보다. 이 또한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착각일 텐데.     (y에서 옮김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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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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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기억을 갖고 있다면, 창경궁의 대온실이 자신의 지난 날을 기억한다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상상해 본 가정이다. 기억이 없어서, 기억할 줄 몰라서, 기억할 이유가 없어서, 대온실은 괜찮은 걸까? 어쩌면 우리도 이 기억 때문에 생의 일부를 고달프게 여기는 것일까? 기억이 나서, 기억할 줄 알아서, 기억을 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여태까지 이 작가의 글에 시큰둥했는데, 이 책이 나를 사로잡았다.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 읽기에 대한 내 기억의 한 굽이가 방향을 바꾸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창경궁에 대온실이 있다고 한다. 창경궁에 가 보았으나,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심지어 봤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대온실은 그리고 창경궁은 이 책으로 다시 살아난다. 나는 창경궁에도 가 봐야겠다. 대온실도 꼭 봐야겠다. 이 책을 읽게 된 바에 대한 보답이고 창경궁에게 느끼는 미안함을 지우는 결심이다. 어떤 글은 어떤 공간을 다시 살리고 어떤 체험도 다시 북돋우며 어떤 기억도 새로 바꿔 준다. 나는 이 책이 참 재미있었다.

창경궁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화자, 화자를 키운 다정한 어른들과 미숙한 영혼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오늘의 풍경들. 그리고 지난 날의 이야기 혹은 역사 혹은 비밀들. 작가는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엮어서 진짜 있었던 이야기처럼 느끼도록 해 주었다. 소설의 사명을 제대로 살려 낸 소설가라고 해야겠다. 있을 법한 이야기,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 세상 어딘가에 꼭 있기를 바라게 되는 이야기.

얼마 전 통영에 있는 충렬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늦가을 햇볕은 찬란하기만 한데 충렬사는 쓸쓸해 보였다. 내가 쓸쓸한 게 아니라 충렬사가. 창경궁 대온실은 기억에 없어 떠오르지 않고 인적 드물었던 충렬사의 적막한 심사만 자꾸 생각난다. 충렬사도 대온실과 비슷한 어떤 기억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이라는데, 시간은 흐르고 있고 주변의 도로와 집들은 자꾸만 바뀌고 있고. 창경궁 가까이에 살았던 영두처럼, 누군가 영두처럼, 그리워하면서 한탄하면서 오늘을 애써 버티고 있지는 않을까?

대온실의 비밀이 무시무시했던 게 아니어서 아주 안심했다. 무시무시한 일이 너무도 쉽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 소설 안에서라도 그저 안도하고 싶었다. (y에서 옮김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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