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는 죽고 카이사르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 레피두스와 삼두연합을 형성한 뒤 보좌관인 아그리파와 함께 카이사르를 죽인 암살자들을 차례로 해치운다. 글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혹은 자연스럽게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암살자인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의 입장에는 왜 동조가 안 되는 것인지. 내게 영웅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안토니우스다. 안토니우스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이름을 알았던 기억이 가장 강렬하고 뒤에 읽었던 책들에서는 그다지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으니) 참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인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니. 물론 클레오파트라와의 인연이 안토니우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에 큰 몫을 하기는 했겠지만.
다 알고 읽는 역사라도 또 재미있다. 작가의 힘이다. 오래 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큰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 책은 더 크게 와 닿는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와 그녀의 역사관에 대한 실망도 작용했을 것이고 소설적 상상력을 담은 이 책이 훨씬 더 크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천 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보이는 듯하다.
아그리파에 대해 갖고 있는 좋은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옥타비아누스 곁에 지극히 충실한 태도로 있는 장군이다. 위대한 정치가는 주변에 자신만큼이나 위대한 조력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이 조력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뛰어넘는 욕망을 갖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지도자라면 이를 알아볼 만큼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고. 옥타비아누스에게는 역량만큼 인연을 만나는 행운도 주어졌던 것이리라.
멀고 먼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자꾸만 우리네 현실이 겹친다. 권력을 얻기 위해 끝도 없이 싸우고 죽이고 모략하고 협상하는 그들. 그 과정에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평민의 운명. 읽고 있는 동안은 흥미로우나 이후 생각하는 시간은 고달프다. 나는 역사의 어느 선에서 살짝 머물렀다가 사라지게 될까?
이제 이 서사의 마지막 3권이 남았다. 천천히 아껴 가면서 읽어야지.(y에서 옮김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