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5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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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는 말은 묘하게 나를 붙잡는다. 기적이라는 게 말만큼 쉽게 와 주는 게 아님에도 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렬할 때가 종종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기적처럼, 기적이 일어났어, 기적같은 일이야, 등등. 이루어지기 힘든 무엇에 대하여, 이루어지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가득 담아서.


책의 원제는 'wild'이다. 우리말로는 '야생'으로 번역하는데 더 풀면 '자연 그대로 자라는'이라는 뜻이 될 것 같다. 이 제목을 우리말로 바꾸면서 기적이라는 말을 넣은 편집자의 의도는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괜히 궁리해 본다. 마치 이게 이 책이 품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주제라도 되는 듯.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했던 이유는 고양이 때문이었다. 고양이가 뭔가 기적을 가져다주는 내용이리라 짐작했던 것이다. 맞는 내용이기는 했다. 고양이가 기적이 일어나는 길로 우리를 데려갔으니까. 그곳, 야생의 공간에 이르면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뭐지? 이 야릇한 의문은? 돌본다는 게 어떤 의미란 말인가? 우리가 고양이를 기른다고 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는 일 등을 고양이나 반려동물 쪽에서 본다면? 돌보는 게 아니라 저들을 귀찮게 하는 일이었나? 야생의 본성을 지켜주는 게 돌보는 의미인가? 작가는 이 예쁜 그림 세상 속에서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나?


고양이가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그림들을 보면서, 우리집에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고양이를, 상대를, 다른 이와 함께 있을 때의 나 자신을 짚어 보았다. 기적이 쉽게 와 주지 않는 건 알지만,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적을 꿈꾸고 있어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은 가시지 않는다. 편견 없이 읽을 아이의 마음이 부럽기만 하다. (y에서 옮김20210804)



Y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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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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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마음이란 건 얼마만큼 자라고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 걸까. 핑계나 이유야 얼마든지 있겠지. 욕심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의도로 저지르는 일이라면 용서를 바랄 수 없을 것인데, 그런 경우 용서 자체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게 되는 걸까.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가진 의문이다.

일본의 교육적 상황 중 어떤 부분은 우리와 너무 닮아서 놀랍다. 그게 좋은 쪽보다 나쁜 쪽에 해당할 경우 더 놀랍고 기막힌다. 이 소설의 배경이 그러하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나 부부의 문제, 출세지향주의나 학벌, 학연으로 생기는 문제, 남녀 간의 어긋난 윤리 문제 등 나쁜 상황들만 모아서 소설로 써 놓은 것 같다. 결말까지 어찌 이리도 나쁘기만 한 건지.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바로 납득이 된다는 게 더 기막힌 일이다. 마치 악의가 일상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이 작가의 글을 많이 읽은 편인데 더러 빠진 책이 있음을 발견하고 보는 재미가 있다. 분량도 많지 않았고 e북으로 읽는 것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추리소설은 e북으로 읽기에 퍽 적당하다는 생각, 또 해 본다.

주인공들처럼 죄를 품고 살면,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제대로 살기 힘들어서 나쁜 마음도 더 많이 갖고 나쁜 일도 더 많이 저지르는 것일까? 앞의 나쁜 짓을 그 다음의 나쁜 짓으로 덮으려고 더 철저해지면서? 이 작가가 그려 내는 나쁜 마음들은 정말 섬뜩하기만 하다. (y에서 옮김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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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 눈 오는 날의 기적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샘 어셔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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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기적' 시리즈는 상당히 흥미롭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햇볕에 쨍쨍하거나, 고양이가 등장하거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내용의 책을 아직 못 봐서) 살면서 스치듯이 넘기지 말고 좀 오래 곱씹었으면 하는 메시지를 각 배경에 어울리게 담아 놓았다. 아이보다 나같은 메마른 어른에게 더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이 책, '눈 오는 날의 기적'에서 전하는 주제는 기다림이다.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 그 가치를 얻기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기다렸다가 얻고 보면 훨씬 풍요롭다는 것. 순간에 휘둘리며 급하게 급하게만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책 속 할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우리 주위에 드물어서 그런 걸까. 그러다가 아이들이 지금의 어른들보다 더 조급한 성격을 가진 어른이 되고 말면 어떻게 하나.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말이다. 지금 이 시절의 이 엉망진창인 분위기는 따지고 보면 지금의 기성 세대가 다 만들어 놓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을.  


느긋해지고 싶다. 더 여유로워지고 더 잔잔해지고 싶다. 눈 내린 마당을 제일 먼저 밟지 않으면 또 어떤가. 이미 밟고서 놀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함께 노는 것도 좋은 일인 것을. 먼저 밟은 쪽이 뒤에 오는 이들에게 자신이 먼저 밟았다고 못 밟게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늦게 왔으니 같이 놀지 못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아니, 이것도 이미 어려운 문제이던가?


동화 속 풍경이 벌써 그리워지려고 한다. (y에서 옮김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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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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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영화 '백야행'을 보고 혼자 충격을 받고(일부 내용의 잔인함 때문에), 이어 그 영화의 대본 원작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두 번 놀랐다. 참 내 취향과 안 맞는 사람이군, 일본에서 유명한 추리작가라고 하는데 굳이 내가 이 작가의 글을 더 찾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군, 그러면서 살짝 제꼈다. 안 읽어도 읽고 싶은 글은 충분히 넘쳤으니까. 


그런데, 이미 읽은 독자들의 평을 보니 어째 좀 달라진 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통된 게 글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전혀 아니었는데, 무서웠는데, 끔찍하고 잔인했는데, 그때 그 하나의 작품에 너무 큰 인상을 받은 탓에 내 마음이 좀처럼 돌아서지 않으려고 했으나 자꾸만 끌어당기는 유혹, 이 책 읽어 보라고. 제목도 표지 그림도 어쩐지 무섭고 기괴하기보다는 따뜻한 불빛처럼 보였으니. 


그리고 결국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 주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편견만 남기게 되었을 텐데. 인간의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줄 아는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바로 그 점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굳이 읽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을 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이이서 내내 외면하게 될 것 같았는데. 이 책이 내 편견을 바꾸어 준 것이다. 이 작가 역시 사람의 좋은 면, 선량한 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면,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내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내가 생각할 수 있도록. 


일본도 요즘 그런가. 우리와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은가. 삶은 고단하고 정은 무뎌지고 그럼에도 누군가 나와 내 삶은 지지하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무리 국제화, 글로벌화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우리가 사는 모습들은 너무 비슷한 게 아닐까. 쇠퇴하는 지방 도시의 모습이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피곤한 일상이나 가족의 해체 과정이나 날로 메말라가는 우리네 정서나 어찌 이리도 비슷한지. 내가 살고 있는 시골의 길거리 어느 한갓진 곳에 나미야 잡화점 같은 곳이 꼭 있을 것만 같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나쁘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준 환경의 탓이 크다는 것, 작가가 강조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지.(백야행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이러저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위 세대 어른들의 잘못이고, 오늘 지구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우리 위 세대 정치가들의 욕심과 그릇된 판단 때문이고, 오늘 우리의 청소년들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우리 부모 세대가 잘못 키운 결과이고, 오늘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우리 위 세대가 제대로 안내해 주지 못한 잘못 때문이고........ 그러하고 그러하고..... 그렇다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마음이 외롭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울고 있는 요즘이다. 책과 독자가 바로 증거다. (y에서 옮김20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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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ㅣ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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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띵 시리즈의 1권이다. 현재 29까지 나와 있다는데 흥미가 마구 돋는다. 차근차근 입맛 당기는 순서대로 다 봐야지. '먹어야지'가 아니라 '봐야지'가 살짝 어처구니가 없지만. 읽을 것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내게 퍽 흡족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먹을 것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를 원한다지만. 


조식, 아침, 브랙퍼스트. 이런 말들에 어떤 의미를 새기는가 하는 것이 사람마다 정체성을 만들어 주기도 하겠는데, 이 말로 책을 낸 작가라, 내게는 이 점이 특출나 보인다. 아침을 먹을 일에 대해서만 생각해도 벅찬 일상에, 이를 소재로 글을 쓸 작정을 하다니, 그리고 기어이 띵 시리즈의 1권 자리를 차지하다니. 


글의 내용은 사소하고 평범하고 다정하고 온화하다. 아침밥을 먹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되기도 하고 아예 없는 일상이기도 할 텐데 먹자 하고 들어서면 이렇게나 깊은 속 사정이 있는 것이 아침의 세계다. 가볍게 먹든 옹골차게 먹든 생략하고 말든 기어코 챙겨 먹든 아침을 먹는 일에도 그 사람의 가치관은 드러난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연결되고 있으니까.


어려서는 아침을 꼭 먹었고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에는 시간에 쫓겨 못 먹은 게 대부분이었고 이제는 몸에 좋다는 것으로 챙겨 먹고 있다. 사는 게 별 게 있나, 하루 세 끼 먹고 살 수 있으면 되었지, 딱 요만큼의 자족 상태로. 


작가는 아침에 대해 생각했다는데 나는 먹는 것 자체를 생각하면서 읽었으니 어째, 내가 성공한 기분이다. 


책의 크기는 작은 편, 두께는 얇은 편, 읽기는 편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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