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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평점 :
오래 전 영화 '백야행'을 보고 혼자 충격을 받고(일부 내용의 잔인함 때문에), 이어 그 영화의 대본 원작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두 번 놀랐다. 참 내 취향과 안 맞는 사람이군, 일본에서 유명한 추리작가라고 하는데 굳이 내가 이 작가의 글을 더 찾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군, 그러면서 살짝 제꼈다. 안 읽어도 읽고 싶은 글은 충분히 넘쳤으니까.
그런데, 이미 읽은 독자들의 평을 보니 어째 좀 달라진 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통된 게 글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전혀 아니었는데, 무서웠는데, 끔찍하고 잔인했는데, 그때 그 하나의 작품에 너무 큰 인상을 받은 탓에 내 마음이 좀처럼 돌아서지 않으려고 했으나 자꾸만 끌어당기는 유혹, 이 책 읽어 보라고. 제목도 표지 그림도 어쩐지 무섭고 기괴하기보다는 따뜻한 불빛처럼 보였으니.
그리고 결국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 주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편견만 남기게 되었을 텐데. 인간의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줄 아는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바로 그 점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굳이 읽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을 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이이서 내내 외면하게 될 것 같았는데. 이 책이 내 편견을 바꾸어 준 것이다. 이 작가 역시 사람의 좋은 면, 선량한 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면,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내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내가 생각할 수 있도록.
일본도 요즘 그런가. 우리와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은가. 삶은 고단하고 정은 무뎌지고 그럼에도 누군가 나와 내 삶은 지지하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무리 국제화, 글로벌화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우리가 사는 모습들은 너무 비슷한 게 아닐까. 쇠퇴하는 지방 도시의 모습이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피곤한 일상이나 가족의 해체 과정이나 날로 메말라가는 우리네 정서나 어찌 이리도 비슷한지. 내가 살고 있는 시골의 길거리 어느 한갓진 곳에 나미야 잡화점 같은 곳이 꼭 있을 것만 같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나쁘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준 환경의 탓이 크다는 것, 작가가 강조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지.(백야행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이러저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위 세대 어른들의 잘못이고, 오늘 지구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우리 위 세대 정치가들의 욕심과 그릇된 판단 때문이고, 오늘 우리의 청소년들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우리 부모 세대가 잘못 키운 결과이고, 오늘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우리 위 세대가 제대로 안내해 주지 못한 잘못 때문이고........ 그러하고 그러하고..... 그렇다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마음이 외롭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울고 있는 요즘이다. 책과 독자가 바로 증거다. (y에서 옮김2013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