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36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술 한 잔. 요즘은 커피나 차나 와인까지. 고단했던 순간들을 달래고 잊고 새로운 의욕을 일으키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되짚어 보면 나는 그런 젊은 날 그냥 잤던 것 같은데, 그것도 잠이 너무 와서 쓰러지다시피 하며. 다음날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마저 잊은 채로.

사는 게 많이 달라진 게지.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삶의 속도보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따라잡지를 못하는 게지.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위한 한 잔을 놓치지 않겠다는 그 마음, 그 간절함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게지. 그러니까 뭘 그렇게까지 하나 하는 무심한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꼰대 혹은 막힌 기성세대의 잔소리로.

이번 책에서는 에피소드들의 내용과 크게 관계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화에서 느끼는 사소한 재미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삶도 소중한데 이런 정도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싶고.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조건들이 그지없이 고맙기만 하고.

이 사이트에서 강조하고 있는 독서노트를 살짝 활용해 본다. 이 또한 사소한 재미는 있는데 읽는 마음에 한층 여유가 있어야 더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읽다가 멈추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바람직하기는 한데 오래 잊고 살아온 형태다. 책을 읽는 것조차 허겁지겁이었으니.

글과 그림으로 술을 여러 잔 마셨다. 역시나 몸은 취하지 않고 마음은 충분히 취하여 만족스럽다. (y에서 옮김202407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즐겨 읽고, 읽은 느낌을 글로 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얽힌 추억이나 그에 대한 감회가 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터 책을 읽게 되었는지, 어쩌다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인상에 남은 서점은 어디에 있었는지,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등등, 어지간히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말을 할 때만큼 그를 빛나게 하는 일이 달리 어디에 있겠는가.

 

이 책이 그러하다. 노란 불빛이 비쳐 오는 서점을 떠올리듯, 그 아늑하고 풍요로운 책의 기억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작가의 글. 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 그럼, 이렇고말고, 그래, 책은 좋은 거야, 서점도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 서점에서 오래 있어 보고 싶어, 커피와 책이 함께 있는 공간은 거의 축복이라고 할 정도야,...... 이런 서점이라면 나도 가 보고 싶어......

 

책의 내용은 단순히 책과 서점을 좋아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이라는 게 보급되기 시작한 역사도 들려준다. 종이로 된 책을 만들기 어려웠던 시절, 한 자 한 자 베껴서 책으로 만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책을 보급하다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도 했던 모습까지, 지금으로서는 격세지감까지 느껴질 정도의 낯설고도 신기한 이야기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하는 자부심을 갖게 해 줄 정도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고맙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 속의 소제목 중에 하나처럼 ‘책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되고 믿게 된다. 비록 e북으로 책을 사기도 하고 읽기도 하지만, 그건 휴대할 때의 편리성 때문에 가끔 이용하게 되는 것일 뿐 할 수만 있다면 종이책을 읽고 싶다. 그리고 서점에 가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고 싶다. 그 느리고 답답하고 불확실한 정보 획득 과정이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니 이건 사라질 풍경은 아닐 것이라고. 수지타산 따지지 않고 순수하면서도 맹목적으로 책을 아끼는 서점 운영자들이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어 줄 것도 믿고 싶고. 

 

이 책은 내게로 와서 갖고 있고 싶은 책이 되었다. (y에서 옮김20161102)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한다. 그것은 꼭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우리는 누구였는가를 둘러싼 기억들 때문이다. 책 한 권을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 책을 읽은 어린아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 P52

우리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이국적인 경이로움뿐만이 아니라 발견의 기쁨이기도 하다. - P57

오늘날의 서점들은 대체로 악명도 없고 삐딱한 구석도 없다. 모든 것이 익명 속에 묻혀버린, 친절하지만 매력은 없는 조용한 공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점이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3000년이 넘도록 아주 조금씩, 몹시 더디게 변화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서점을 찾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며, 가장 단순한 것이 오래 간다는 진리를 깨우쳐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점, 그것도 가장 평범하다고 할 서점은 유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이 세계에서 무시당했고 외면당했기 때문에 옛날과 변함없는 본성(당신의 눈길을 붙잡는 책 진열창, 커다란 기대를 품고 펼쳐 본 소설책 표지 같은 서점 입구, 새 책을 맞을 준비를 하는 서가들, 그리고 주 계산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 역시 장사지만 모든 것이 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장사다. - P1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벚꽃 팝콘 ㅣ 웅진 우리그림책 58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인지 봄인지 모를 애매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부터 한파가 몰아닥친다는데 날짜로 보면 끄덕여지다가도 이상 기온으로 따뜻한 며칠을 보내고 나니 헷갈린다. 이러다가 때이른 벚꽃을 볼 수 있을지도. 이 책 속 화사한 벚꽃이 팝콘처럼 날리는 모습을. 


이번 책은 글의 내용보다 단연 그림이다. 봄날 동물 친구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정을 새긴다는 것, 그림 한 쪽 한 쪽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따뜻한 날에 모여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손수 해서 먹는다면, 동물이든 사람이든 더없이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날이 되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도무지 어려워서 그림이 더 예쁘게 다가오는 것일까. 


아이들이 이 단순한 상황을 이해할까? 이 그림책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어른들에게 더 적절할 것만 같은데. 어제도 오늘도 온통 제 욕심을 챙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뉴스를 알리는 시대. 가까운 친구나 이웃이 아픈지 배고픈지 외로운지 관심도 없고 배려도 없는 어른들이 봐야 할, 보고 슬그머니 부끄러워 해야 할, 다른 누구보다 내가 먼저 고개숙여야 할 이 시간에.  


내일부터 당분간 추울 것이라고 한다. 섣불리 봉오리를 내밀었던 꽃잎들이 얼어붙지나 않았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술 한잔 인생 한입 35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만큼 술꾼들에게는 마시고 또 마셔도 시원할 것이다. 여름철의 생맥주. 뜨거운 날은 뜨거운 대로 장마철은 장마철대로. 지금은 아직 뜨겁지도 않고 장마가 온 것도 아니지만 생맥주의 시원한 거품맛만큼은 기대가 된다. 실제로는 잘 마실 줄도 모르면서. 

이번 호는 평범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처럼 평범한 술과 맛있는 안주로 내 눈을 달래 주었다. 이만큼 누리는 일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제는 안다. 크든 작든,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어떤 사고만 없어도 고마운 시절이니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에 맞춰 다른 안주를 챙겨서 마시나 보다. 몰랐다. 안주로는 하나만 먹는 줄 알았으니까. 마음 맞는 사람 몇몇이 각자 원하는 술에 원하는 안주를 시켜서 같이 나눠 먹는 맛. 나는 참 나눠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시킨 내 것만 먹는 게 마음 편했으니까. 다른 사람이 시킨 것들을, 특히 고기 관련 요리를 잘 먹지 못해서 그럴 수도. 

많이 잘 먹고 마시는 사람이 아주 가끔 부럽기는 하다. 오늘처럼. 건강을 지키는 선에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이리라. (y에서 옮김202405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더 낫고 말고 할 게 없다는 자포자기적인 말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고 있고, 한 사람의 삶 안에서도 더 나은 날, 덜한 날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매일매일을 이토록 치열하면서도 숨가쁘게 살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왜 태어났는지는 묻지 말라고 했지? 자연 세계에서 우리는 그저 태어났을 뿐이고 태어났으니 삶의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그래서 잘 살아 가야 한다고.


소설을 읽을 때면 이 생각이 자꾸 난다. 남의 이야기, 그것도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인데 나는 내 삶과 내 현실을 비춘다. 어떨 때는 내가 더 나아 보이고 어떨 때는 내가 좀 초라해 보인다. 아무리 맥빠지게 만들어도 나는 자꾸 읽을 의지를 얻는다. 우리 소설에서는 더더욱 자주, 또 강하게.


김연수의 소설은 내게 오락가락 와 닿았던 편인데, 이 책 안에 글들은 다 좋았다. 더 빨리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구나 여겼다. 제목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만 같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 오지 않을 것이므로, 오지 않을 것을 짐작하므로, 오지 않을 것을 알아서 서글프기만 하다고, 그래서 쓴다고, 썼을 것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했다. 


여덟 편의 글들. 하루에 한 편씩 눌러 쓰는 기분으로 읽었다. 연달아 두 편을 읽고 싶지 않았다. 이 중에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내 기분을 오래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이 작가가 그려 내는 그리움이 이렇게나 절절했던가, 나는 어찌하여 미처 읽어 낸 적이 없었던가. 이어서 읽은 ‘사랑의 단상 2014’는 또 어떠했나. 사랑 따위 더 이상 없는 감정이라고 여기고 있는 나를 지나온 먼 시절로, 사랑만이 살 수 있게 해 준다고 믿었던 그 어린 때로 돌려 세웠다. 2014년은 작가를 참 아프게 했을 시절이었음을, 어느 새 10년이 흐르고 있음을, 게으른 독자는 이렇게 고맙게 깨닫는다. (y에서 옮김20240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