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깨우는 정원 생활 - 토바 마틴의 경이로운 사계절
토바 마틴 지음, 김희정 옮김, 킨드라 클리네프 사진 / 터치아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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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책을 받았다. 책 속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동안 내내 이 마음이었다. 좋은 책을 받았구나, 내가 선택을 잘했구나, 읽는 마음이 이처럼 풍요로워지다니. 가끔 내가 저질러 온 잘못에 따끔따끔 하는 대목을 여럿 만났지만 그마저도 고맙기 그지없었으니. 이대로 몰랐더라면, 모르고 살았더라면, 행여 더 늦게 알게 되었더라면 얼마나 섭섭하고 억울했을 일인가. 


책은 크게 두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각각의 계절에서는 시각-후각-청각-촉각-미각의 입장에서 정원을 다룬다. 언뜻 보면 사계절이 흐르는 일 년 동안 정원에서 겪는 일을 지켜보는 듯하지만 금방 알 수 있다. 일 년이 아니라 여러 해가 겹쳐 있다는 것을, 각 계절의 사정 이야기가 한 해의 계절만을 뜻하는 게 아님을. 그러니 체험도 체험이거니와 기억도 기록까지도 어지간한 정성을 들이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꽃과 나무를 키우고 풀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산 지는 30년이 넘었다. 그렇지만 마당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5년 남짓밖에 안 된다. 앞선 25년은 그저 지나치며 보기만 했을 뿐이다. 이 5년 동안 나는 각 계절을 다섯 번씩 살았던 셈인데, 다섯 번씩 꽃과 나무와 풀과 곤충들과 만났던 것인데, 해마다 다른 상황을 마주했고, 해마다 다른 실패를 겪었다. 성공했던 사례보다 잘못 했던 일의 결과만 남았고 그러니 시행착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실패의 기록조차 다음해에 다시 보면 뭐였지? 되고 말았으니. 


그러니 이 책 속 작가의 경험치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할지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모르겠다. 그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챙기고 해낼 수 있을 만큼의 다짐을 해 볼 뿐. 이것만 하는데도 어찌나 설레고 신 나고 뿌듯하던지. 알고 있던 식물의 이름이나 우리 마당에 있는 꽃과 나무의 이름을 책에서 봤을 때도 참 반가웠다. 내가 모르고 있던 설명이나 정보도 고마웠고. 새로 갖고 싶은 식물은 어쩌자고 자꾸만 등장하는 것인지. 이미 있는 녀석들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고 있으면서 욕심만 품고서는.


오감, 생생하게 느끼면서 사는 게 여러 모로 좋을 다섯 가지 감각들. 이게 어디 정원에서만 필요한 감각이겠는가. 이를 잘 느낄 줄 아는 게 행복의 척도가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는데. 그저 꽃 핀 것만 보겠노라고 하면서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몽땅 놓쳐 버린 지난 5년이었던 듯하다. 달랑 꽃 보는 시각, 그것도 순간의 시각 하나만 얻었더란 말이지? 아까운지고. 


전혀 넓지 않은 지금의 우리 마당. 그러나 이제는 이 마당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조금은 알겠다. 천천히, 하나하나,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맛볼 것을. 마침 봄이 시작되었으니 이 계절에도 다음 계절에도. 그래서 내 오감과 내 사계절의 경험을 내 식대로 우리 마당에서 얻고 쌓아올릴 것을. 이 과정에서 얻어야 하는 방법을 작가에게서 고스란히 빌려 온들 누가 나무랄 것인가.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y에서 옮김20230323)


Y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원래부터 봄은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오는 계절이다. - P22

라일락은 가지치기가 필수다. 수량이 늘어감에 따라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 목질화된 부분을 쳐내야 나무의 모양을 예쁘게 유지할 수 있다. - P51

새들에게 잡초 뽑기를 가르칠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 P72

한국산 호미가 무척 유용하다. - P78

아스파라거스는 천천히 자란다. 첫해에는 아무 방해도 하지 않고, 수확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둬야 한다. 녀석이 힘을 모으는 중이기 때문이다. 다음 해에는 한 일주일 정도는 수확할 수 있지만 줄기가 비루하기 짝이 없다. 3년째에는 2주 정도 아스파라거스를 즐길 수 있다. 그쯤부터 모양도 맛도 아스파라거스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그다음 해부터는 쭉 황홀한 미각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 P84

충분히 자라면 얼른 따서 먹자. 채소밭의 외관을 유지하느라 수확을 주저하는 어리석은 짓일랑 하지 말자. - P88

어딘가를 식물로 채우기 시작하면 다른 생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 함께 그 공간을 생명으로 가득 채운다. 우리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곳에서도 온갖 생물들이 먹을거리를 찾는다. 귀를 열고 그곳에 있다 보면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커다란 그림이. - P91

정원지기라면 기억해야 할 아주 중요한 요건이 있다.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물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 수분을 돕는 생물들 편에서 보면 활발하고 생산적인 정원이 좋은 정원이다. - P102

하얀색 꽃들은 그늘에 심으면 안성맞춤이다. 약한 빛을 받으면 눈에 확 띄면서 입체감을 내고 정원의 가장자리까지 무대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 P110

하얀색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다른 색 꽃을 피우는 같은 종의 다른 품종보다 약하다. (단, 천사의 나팔꽃처럼 원래 하얀색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예외다.) 잎에 무늬가 많은 식물도 마찬가지여서 이중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P112

자연을 좀 더 알게 되면 이 땅을 공유하는 동료들과 놀라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어떨 때는 우리가 그들을 돕고, 어떨 때는 그들이 우리를 돕는다. 누가 누구를 돕든 상생의 관계다. - P124

행여 곤충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곤충들을 손으로 쳐서 잡아 죽이는 일을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 가만히 두면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녀석들이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들이 제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면 우리를 쏘거나 물거나 해치지 않을 것이다. - P142

나무와 풀과 숲 바닥에 떨어진 여러 유기물이 없으면 곤충들은 갈 곳이 없다. 그리고 곤충이 없는 곳에는 새도 오지 않는다. 이 말은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심하게 가꾸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 P152

정원을 돌보는 데는 다른 특별한 게 없다. 그저 잡초를 뽑고 물을 주는 일이 대부분이고, 가끔 몇몇 식물을 심을 뿐이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일도 맨손으로 해서는 안 된다. - P158

정원 일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작은 통증이 모여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업하다가 어딘가에 통증이 느껴지면 연장이 범인일 수도 있다. - P161

걸음걸음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고민하고, 계획하자. 정원이 넓지 않을수록 작은 마당의 한 뼘이라도 소중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로를 만들 때 풀이 자라도록 그대로 둘지, 자갈이나 벽돌을 깔지, 조약돌을 박을지, 징검다리를 놓을지 고민하자. 목적지까지 급하게 가기보다는 살짝 한눈팔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을 수도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에 유혹적으로 굽이치는 길을 통과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움직이기 쉬운 동선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럴 때도 속도 늦추기를 잊지 말자. 모든 선택은 정원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에 달렸다. 서두르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 P163

갈색으로 변한 이파리는 바로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고 버티면서 우울함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 P191

낙엽 더미를 치워주지 않으면 봄에 새싹들이 자라나는 것을 방해한다. - P193

가을에는 정원을 청소하러 자주 나서야 한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갈퀴질을 하고, 가지치기를 하고, 여기저기 손질한다는 핑계로 마당에 나가 가을의 쇼를 지켜보자. 자리를 비울 때가 아니다. - P194

자연에 낭비란 없다.
…
가을은 역동적이다. 갈색으로 변했다고 너무 일찍 치워 없애버리지 말자. 갈색 자체를 즐기고 축하하자. 갈색은 비극이 아니라 행복한 마무리다. - P205

정원 돌보기는 정말 훌륭한 일이지만, 정원 안 돌보기 또한 사람이 관리하는 곳에서 자연과 균형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대개 깔끔하고 정돈된 정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는 무인 지대도 있어야 한다. 개머루가 열린 자리는 어쩌면 야단법석을 떨면서 관심을 보이거나 광적인 충성심으로 돌보지 않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런 곳에서 자란 개머루는 달콤한 향기를 내보내 수없이 많은 야생 동물과 곤충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한몫한다. 정원지기로서 우리는 그런 땅도 보호하고 유지할 의무가 있다. - P207

겨울 정원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계절이 바뀔 무렵, 아직 식물과 접촉할 수 있을 때, 보이는 대로 가지치기를 해주는 것이다. - P270

실내용 물뿌리개의 주목적은 수도에서 화분이 있는 곳까지 가능한 한 많은 양의 물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주둥이가 날씬해야 원하는 목표 지점에 정확히 물을 줄 수 있다. 쉽게 겨냥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핵심이다. 날씬한 주둥이는 물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와서 화분에서 넘치는 사태를 예방해준다. 개수대까지 여러 번 왕복하기 싫어서 커다란 물통에 넓은 주둥이가 달린 물뿌리개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있긴 하지만 그랬다가는 바닥에 흘린 물을 닦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리고 물뿌리개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기 편하도록 입구가 널찍해야 한다. - P298

실내에서 관리하는 화분은 흙이 약간 말랐을 때, 너무 바짝 마르기 전에 물을 줘야 한다. 흙이 너무 마르도록 뒀다면 대야에 물을 받아 화분을 담그고 밑에서부터 천천히 물을 흡수하도록 하면 된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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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아기 친구 ㅣ 웅진 세계그림책 201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김영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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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보다 어리고 작고 연약한 생명을 대하면서 배우는 태도를 생각한다. 분명히 가졌을 것인데, 측은지심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닐 것인데, 언제부터 자신에게서 사라져 버리는 마음일까? 자라느라 바빠서? 경쟁에 치여 잊는 것일까? 그 자리에 이기심과 소유욕을 채우느라고?


자기들도 아기이면서 더 작은 아기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의 다람쥐들이 몹시 귀엽고 고귀해 보인다.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도 도울 줄을 모르겠다. 이런 것이 내 한계일 테지.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못난 태도. 



아기들은 아기들을 보살필 줄 아는데 정작 어른들이 못하고 사는 세상이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 것일까. 나는 또 누구일까. 생각만 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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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불가사의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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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이 라이츠빌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활약하는 이야기 중 세 번째 책. 아흐레 동안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나다가 마침내 사건이 터지고 파국을 맞는다. 퀸이 사건을 해결한 듯 보였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끝까지 파헤쳐 진실을 찾아 내고 희생자의 억울함을 달래 주기는 하였지만 글쎄,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로서는 영혼으로나마 위로를 받았을지.


소설은 두 가지 재미로 흘러갔다.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현상을 따라가는 줄거리 하나, 193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보통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들여다 보는 재미 하나. 사실 범죄는 일상 생활과 따로 떨어져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가까워서 일어나기 쉬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질투, 터무니 없는 간섭, 막무가내의 사랑, 버리지 못하는 독점욕, 이해하기 힘든 배신감 등등. 사람 사는 곳에 사람들이 일으키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어찌 이리도 비이성적인 경우가 많은지. 그래서 또 불완전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지만. 1930년대-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 사태, 2차 세계대전 이전-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 것도 흥미로웠다. 


부자인 아버지와 예민한 양아들과 젊고 예쁜 새어머니와 삐딱한 삼촌. 인물의 관계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 같은 가족 관계다. 양아들인 하워드가 엘러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엘러리는 하워드의 부탁을 들어 주려고 라이츠빌로 가서 머문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차례로 지켜보고 때로는 직접 겪는다. 성경의 주요 모티브가 사건과 연결되는데 이 내용에 관심 자체가 없는 탓에 건성으로 넘겼다. 이것으로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의아하게 여기면서. 그렇다고 하면 그렇겠지만 나로서는 영 낯설기만 한 장치라 따로 할 말은 없다. 이 대목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아주 민감하게 와 닿을 소재가 아닌가 싶었다. 브래드 피트가 등장했던 영화 ‘세븐’처럼.


다음 책도 궁금하다. 이게 좋다.   (y에서 옮김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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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누나 3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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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성을 누나로부터 배우는 남동생의 이야기. 현실에서 남매는 절친마냥 사이가 좋기 쉽지 않다. 자라면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탓도 있고 원초적인 경쟁 관계라고 할 수도 있다 보니 매양 티격태격 하기 마련이다. 어른이 된 남매의 모습을 가정하고 같이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풀어 나가는 에피소드가 마냥 흥미롭다. 현실에서 이만큼 솔직하고 사이 좋게 대화를 나누는 남매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누나도 남동생도 솔로다. 누나는 계속 연애를 하고 있고, 그것도 한 사람만 딱 정해 놓은 게 아니라 탐색 과정처럼 다른 사람도 만나곤 하는데 남동생은 좀처럼 여자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누나에게 종종 도움말을 구하고 충고를 받기도 하는데 지극히 사소한 듯하면서도 남녀 사이에 정곡을 찌르는 말들이 자주 나온다. 아주 그럴 듯해서 반박할 말이 없다. 특히 여자의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차이에 대해 말해 줄 때는. 나도 그랬지, 싶어서.


그렇다고 여자와의 데이트를 앞둔 순수하면서 좀 소심하기도 한 남자에게 이 책으로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 특별히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정도? 그럼에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슬쩍 흐뭇해진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순간순간 지나가는 내 감정을, 확실히 모르고 넘겼던 순간의 느낌을 짚어 주는 듯 신기한 기분도 들고. 


5권 중 3권이다. 띄엄띄엄 읽으니 계속 새롭게 보는 기분이 들어서 괜찮다. 연작 만화는 사이를 두고 봐야겠다. 이 사소한 재미는 앞으로도 오래 누려야 할 대상이니까. (y에서 옮김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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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세고 촛불 불기 ㅣ 바통 8
김화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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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자 하는 기념일을 소재로 엮은 소설집이다. 이 중 내게까지 인상적인 기념일로 다가온 글은 세 편. 아쉬움이 남는다. 몇 편 더 와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 우리는 몇 살 때부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라고 해서 다 똑같은 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내가 친구로 여기는 농도와 상대가 나를 친구로 여기는 농도가 다르다는 것도 분명하고. 연애와 우정 사이 혹은 연애와 우정의 차이? 그리고 이 모든 불분명한 과정이 삶이라는 무게로 와 내리누르는 청춘의 어깨라니. 나는 지나와서 다행이고 지나와서 섭섭하다.


윤성희의 '바다의 기분'. 바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의자라든가, 구름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 의자 같은 것을 갖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 글이다. 이 작가의 글을 향한 나의 호감도를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사람끼리의 관계, 사람 사이의 거리, 관심의 밀도와 오해의 착각. 조목조목 따지듯이 서술되어 있는 문장을 읽고 있으니 저절로 차분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의 양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남유하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고독사박물관이라니, 뜨끔했던 상상력을 본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 따지고 보면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는 것인데, 살아 있는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으니 두려움이 크다.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홀로 죽으면 힘들까, 내가 죽고 나면 죽은 나를 어떻게 처리할까... 사실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항들인 것을. 자꾸자꾸 살려 내는 이 시절에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을 내가 과연 가질 수 있게 될 것인지 헤아려 보게 한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소설집을 읽고 나면 오락가락 한다.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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