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들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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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읽었던 이 작가의 글들과는 구성 방식이 약간 달라서 색다른 맛으로 읽은 작품이다. 푸아로 경감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고도 한참 뒤에 나와 해결하고 해결 직전까지 콜린 램의 서술이 이어진다. 다소 낯선 방식이라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콜린 램을 잠시 동안 의심하기도 했으니, 내 추리력은 한참 떨어진다고 봐야겠다.

글을 많이 쓰면 작가도 헷갈릴까. 아니면 앞서 자신이 쓴 글을 다 챙기고 확인해서 겹치지 않도록 구상하고 쓸까. 한 사람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내가 겹치는 느낌을 받든 그렇지 않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인간의 역량이 어느 만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답을 얻지는 못하지만 감탄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이러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구나 하면서.

스파이가 있고 스파이를 찾아다니는 이가 있고 그는 스파이를 찾다가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살인을 목격한 이를 만난다.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내는 과정이 소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읽는 마음으로도 퍽 답답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내가 염려가 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푸아로 경감이 지극히 가볍고 산뜻하게 해결해 내는 바람에 좀 황당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없이 꼬아 놓는 것에 추리소설의 매력이 있다고 봐야 할까. 해결되기 전까지는 독자로서 다 알아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얼마만큼 가깝게 알아내는가 그게 핵심일 것이고. 이번 책에서는 많이 휘둘렸다. 그래서 또 재미있었다. (y에서 옮김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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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긴티 부인의 죽음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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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증거가 너무도 확실하여 범인도 바로 잡혔다. 그런데 범인을 잡은 경찰이 의문을 갖는다. 잡은 범인이 도무지 범인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포와로 경감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다시 한번 봐 달라고. 범인이 되고 말아 억울한 처지에 놓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는데, 심지어 그에게서는 어떤 동정심이나 호의도 생기지 않는데.

포와로는 사건 현장으로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범인이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퍼뜨린다. '왜 죽였는가'가 아니라 '왜 죽음을 당했는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다. 마을 사람들이 흔들리고 그 안에서 진짜 범인도 흔들리고 살인은 또 한번 일어난다. 나는 작가가 깔아 놓은 단서에 마구마구 휘둘리며 이 사람 저 사람을 의심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끝까지 못 찾았다.

어떤 이의 과거는 남은 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었을 출생 이전의 조건부터 명확하게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근거로 드는 유전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지나간 사실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삶을 위협받는다면, 위협을 느낀다면, 그래서 일어나는 범죄라면......

태어나는 운명,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배경은 어찌하여 자식에게 중요해진 것일까? 기득권의 세습 때문에? 불평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요즘 우리 사회도 이 문제로 크게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자녀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자들의 일화가 떠오른다. 뭐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좋은 건 얻고 싶고 나쁜 건 지우고 싶은 게 평범한 이들이 갖는 소망이기는 하겠지만 불합리하고 불쾌한 일이 생길 때면 인간의 본성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평소에 내가 보던 황금가지 출판사에서는 절판된 책이다. 이 출판사의 책을 처음으로 산 건데 값이 싸다. 대신에 활자가 작은 편이라 읽기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두 출판사가 내놓은 책을 비교하면서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 보려고 한다. 이런 게 수집의 재미인가 보다. (y에서 옮김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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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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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절대로 이해해 줄 수 없는 그 어떤 지점. 아무리 마음이 넓어도 아무리 이해심이 탁월해도 남자는 여자가 될 수 없고, 여자는 남자가 될 수 없으므로(예외적인 것으로 성전환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짐작만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니 남녀 간의 다툼은 역사 이래 없을 수가 없는 것이고, 이를 제대로 다룰 줄만 안다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관계 유지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될 텐데.

작가는 여자이면서 남자 마음도 잘 그린다. 여자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마음을 알아 내는 것도 능력의 하나일 것을. 상대가 왜 그러는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왜 이해를 하지 못하는지까지 더욱이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싶은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 내 마음을 알아주기도 바라게 되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만화는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여전히 재미있다. 어쩌면 싶도록 소소한 발견을 그려내어 무심히 넘겼던 일상을 떠올려 보게 한다. 큰 문제가 아니어서 굳이 해결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사소한 문제들, 혹은 변명들. 그렇지만 분명히 걸리적거리기는 한 그것들. 그것을 여자의 눈으로 또 남자의 눈으로 잘 그려놓았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자신에게 있던 똑같은 부분을 만나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는 살짝 웃게 되리라. (y에서 옮김20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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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5 (완전판) - 장례식을 마치고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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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원한이나 복수심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될 수도 있는 모양이다. 누구나 당연히 그럴 만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일에도 어떤 사람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원한으로 느끼는 모양이니까.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고, 이해하는 정도가 다 다르다고 해도 그 원한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죽일 정도가 되고 보면 우리네 일상의 관계에 대해 섣불리 뭐라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된다.

이 작가는 이런 심리를 참 잘도 붙잡아 내는 것 같다. 읽고 또 읽어도 새롭고 서늘해지고 오싹해진다. 다른 사람이 가진 악의에 대해서도 또 내게 있는 그 악의를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 안 들었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밉고 싫은 이유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죽었으면, 없어졌으면, 보이지 않았으면 싶은 그런 사람이 있으니.(누군가 나를 그렇게 여기지 않도록 바라고는 있지만.)

저택의 주인이 갑자기 죽었다. 장례식이 있었고 그 자리에 참여했던 주인의 여동생이 다음날 살해된다. 두 죽음은 연관되어 있는가 아닌가. 누가 이 죽음을 바라고 기다렸는가. 표면적으로는 주인이 남긴 유산을 두고, 남아 있는 가족들의 갈등이 드러난다.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유산이라는 것, 어느 날 공짜로 생긴다는 재산이라는 것, 갈등의 요인으로는 소설에서든 현실에서든 이만한 게 없다.

푸아로 경감이 등장해서 사건 해결에 기여한다. 아주 사소한 듯 넘겨지는 대사에 중요한 증거를 담아 놓은 작가의 솜씨, 재미있다. 나는 늘 무심하게 넘긴 뒤에야 발견하고 놀라겠지만. (y에서 옮김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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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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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하는 생각이나 말에 공감을 하다가 마침내 내 마음이 떨리는 경우는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이런 일은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 힘들고 괴로울 때 더 절실해지는데 이건 또 무엇 때문일까. 이 만화를 보면서, 많지도 어렵지도 않은 내용을 쉬엄쉬엄 넘기면서 생각한다.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움직이는가 하고.

세 명의 여자 주인공. 한 명은 시골의 숲 가까이에 사는 모양이고 다른 두 명은 도시 생활을 한다. 이 중에 숲 가까이에 사는 주인공이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다른 두 명은 여전히 미혼인 상태이면서 가끔 시골 친구를 방문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숲 속에 있는 나무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는 일이란 게 누가 누구를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냥 사는 것이고 남들 사는 모습을 보다가 스스로 깨우쳐 제 것으로 만드는 게 삶의 방식이 아닐까.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쳐 준다고, 먼저 성공한 친구가 성공을 바라는 친구에게 가르쳐 준다고 그게 의도대로 될까. 사람은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도 바라지 않는 상태에서는 자신을 가르치는 것을 지긋지긋해 하게 마련인데.

군대에 있는 아들이 첫 휴가를 마치고 돌아갔다. 나무의 씨앗은 나무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새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만화 안에서) 내게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 그러나 만화 속 ‘히나’의 엄마처럼 좀처럼 멀리 보내지 못하고 있는 엄마인 나. 내 삶에서 내 곁에 두어야 할 것은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y에서 옮김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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