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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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제목 : In between days 최근 읽은 소설로는 꽤 긴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올해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의 기준이 될 듯하다.

나오는 인물이 모두,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등장인물 모두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중에 주인공 4명-아빠 엘슨, 엄마 케이든스, 아들 리처드, 딸 클로이-은 더욱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신기한 게 소설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좇으면서, 내내 궁시렁거리고 투덜대면서도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들 모두에게서 내가 무시하고 모른 척하고 싶었던 나의 어두운 면과 약한 면과 비겁한 면을 적나라하게 만났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숨기고 싶었는데 드러나는 나, 숨겼다고 여겼는데 불쑥 터져 나오는 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이 이중적 모순을 어찌 설명하라고 이 소설은 나를 매혹시키는 것인가.

참 약하고 무기력하고 이기적이고 대책없다. 인간이란 존재 하나하나는. 일관적이지도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잘난 척만 하면서 순간순간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핑계대고. 이래서야 어떻게서로를 믿고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또한 무책임한 허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지독히도 냉정하고 담담하게 그려 내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 흔들리는 대로 망설이는 대로 유혹받는 대로 휩쓸리고 있는 인물들의 행적을 따라 가면서 실망했다가 짜증냈다가 살짝 화를 내기도 했다가 포기하기도 했다가 그 모든 마음의 방향이 나를 향한 것임을 깨달으면서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우리가 꾸미는 일상의 가식, 일상의 허식은 나라나 문화를 불문하고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허상의 꿈이 아닌가 싶었다. 그럴 듯하게 보이고 싶은 것, 그 위험한 욕망에 대해서.

가족은, 뭘까. 가족 관계는 무엇이고 가족 간의 거리는 어떤 것일까. 남도 아니고 가족이라는데, 왜 가족 때문에 희생해야 하고 가족 때문에 멸망하게 되는가. 가족이 있어 살아갈 힘도 있다고 하는데, 결국은 가족이 생의 모든 것이 된다고 하는데, 가족 속에서 어쩌라고, 엄마인 나는 어쩌라고, 아내인 나는 또 어쩌라고.

그래도 또 살아가겠지. 산 사람은 살아갈 것이고 절망은 절망대로 이유가 되겠지. 참 신기하다. 먼 나라 미국 이야기인데 우리 현실과 어쩌자고 이렇게 겹치는 데가 많은 것인지. (y에서 옮김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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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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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13편, 여름-14편, 가을-13편, 겨울-11편, 모두 51편. 흠, 좀 적은 편인 걸. 차례를 보면서 제일 먼저 해 본 생각이다. 작가는 4부로 나누어 놓고 각각의 소제목을 달아 놓았지만 나는 나대로 계절을 찾아 읽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시집에서는 봄으로 시작하였고, 겨울에서 맺었다. 한겨울 안에서 봄을 먼저 느껴 보는 일, 시집 안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섭섭하다. 나는 끝내 한 편의 시를 내 기록장에 남기지 못했다. 한 문장이라도 한 구절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었으나 잡히지 않았다. 며칠 두었다가, 몇 달을 두었다가 다른 계절에 다시 읽으면 그때는 지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까? 아주 그만두지는 말고 살짝 밀어 두는 정도로.

막연했다. 이게 이 시집을 다 넘기고 난 뒤의 내 기분. 군데군데 명확하게 보이는 슬픔이나 기쁨의 구절들이 있기는 했지만 곧 시어들은 한데 섞이면서 웅성거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깊이 고여 있을 만한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한동안 물러나 있을 수밖에. (y에서 옮김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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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혐오자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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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왜 경찰을 혐오할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올리고 제일 먼저 연락하게 되는 상대인데 왜 경찰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의 사정만 이런 것도 아니고 먼먼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인 모양인데, 알듯도 하지만 또 물어보고 싶어진다. 왜 경찰을 혐오하는 것이냐고.

나도 딱 반반인 것 같다. 믿는 마음 반, 못 믿는 마음 반. 어쩌면 이건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에 대한 인상을 나타내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의사, 나쁜 의사, 좋은 교사, 나쁜 교사, 좋은 정치가, 나쁜 정치가, 수많은 좋은과 나쁜...... 권력 때문이다. 갖고 있는 권력, 대상을 향해 행사하는 권력, 그로 인해 일반인이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나와 없나, 그 권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나 나쁜 영향을 주나 하는 것으로.

소설은 재미있다. 경찰이 주인공인 소설을 따라 이 작가의 이 작품에까지 이르렀는데 미국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순서로 봐서는 이쪽이 앞서겠지만. 경찰 셋이 살해를 당한다. 목표는 한 사람이었고 둘은 의미 없는 희생자였는데(결과적으로), 교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경찰을 대상으로 혐오한다는 설정이. 사실은 그냥 남자에 대한 증오였을 뿐인데.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한여름이다. 덥고 찌고 습하고 짜증나는 날씨의 연속. 읽고 있는 내 시간과 비슷해서 더 잘 보았다. 소설에서 배경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알아보았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더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는 대로 봐야지. (y에서 옮김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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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왕 - 정보라 소설집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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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드는 느낌 1/3, 거슬리는 부분 2/3. 대략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은 익숙한 편이지만 작품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늘지 않는다. 어느 지점에서 내 읽기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부분에서. 좀 쉽고 간편하게 죽이는 듯 보이고, 이렇게 죽이는 장면에 대한 내 상상이 유쾌하지 않다. 굳이 안 읽고 싶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런 마음이라.


첫 작품인 '높은 탑에 공주와'는 신선했다. 그래, 이렇게 전개시킬 수도 있구나, 이 공주의 말과 태도는 마음에 드는구나.' 이어지는 글들은 점차로 멀어졌다. 마지막 작품으로 뱀파이어를 소재로 삼은 글은 가장 멀어지고 말았고. 남자와 여자의 각 입장을 살피기 이전의 취향 문제로 여겨진다. 남자라고 해서, 여자라고 해서 어쩌고저쩌고 한다는 한계는 소설로 읽을 때 특히나 유쾌하지 않다. 난 이 점에서 매우 고루한 편이다. 인간성 자체를 한탄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 


소설의 배경을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 끌어 왔다. 환상적이라거나 낭만적이라거나 동화처럼 읽을 수 있다고 하겠지만 다소 가볍게 여겨지기도 한다. 어차피 남의 이야기라는 식으로 들려서. 그러면서 음침한 분위기가 자주 등장한다. 마치 내 동화적 상상의 천진난만한 세계를 비웃기나 하는 것처럼. 공주, 기사, 용, 유령, 왕비, 성, ... 내가 죽음을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기.    


작가의 의도에서 좀 떨어져 나와 읽은 느낌이다. 이만큼의 거리감이 내 한계가 되겠다. (y에서 옮김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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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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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여자와 남자 둘밖에 없는데,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어찌 이리 할 말도 많을까. 여자끼리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고, 남자에 대한 태도 역시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이것부터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자여서 같거나 남자여서 다른 게 아니라 남녀를 불문하고 그저 각 개인에 따라 같은 성향이거나 다른 성향이거나.  


그럼에도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고 친숙하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내용에 아주 공감하는 남자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내놓고 말하기 쑥스러워서 그렇지. 그런 자신을 여성적이라고 간주할까? 내가 내 속의 일반적인 남성적 특징을 느낄 때면 문득 깨닫는 것처럼.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수록 솔직하고 대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인이어서 그런가, 일본인 작가라서 내 이해의 폭이 넓은 건가, 이 또한 나의 편견인가, 우리나라의 여성 작가가 이런 내용으로 말했다면 느낌이 비슷했을까 다소 당황스러웠을까, 이러한 차이를 인정한다. 나는 분명히 편견을 갖고 있기는 하니까 말이다.  


만화인줄 알았는데 산문이 주를 이룬다. 만화는 각 주제별로 덧붙어 있다. 글보다는 만화 쪽이 담백해서 더 마음에 남는다. 계속 읽어도 좋겠다.  (y에서 옮김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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