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13편, 여름-14편, 가을-13편, 겨울-11편, 모두 51편. 흠, 좀 적은 편인 걸. 차례를 보면서 제일 먼저 해 본 생각이다. 작가는 4부로 나누어 놓고 각각의 소제목을 달아 놓았지만 나는 나대로 계절을 찾아 읽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시집에서는 봄으로 시작하였고, 겨울에서 맺었다. 한겨울 안에서 봄을 먼저 느껴 보는 일, 시집 안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섭섭하다. 나는 끝내 한 편의 시를 내 기록장에 남기지 못했다. 한 문장이라도 한 구절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었으나 잡히지 않았다. 며칠 두었다가, 몇 달을 두었다가 다른 계절에 다시 읽으면 그때는 지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까? 아주 그만두지는 말고 살짝 밀어 두는 정도로. 막연했다. 이게 이 시집을 다 넘기고 난 뒤의 내 기분. 군데군데 명확하게 보이는 슬픔이나 기쁨의 구절들이 있기는 했지만 곧 시어들은 한데 섞이면서 웅성거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깊이 고여 있을 만한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한동안 물러나 있을 수밖에. (y에서 옮김201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