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만세! 한 그릇 더 - 부부 한 끼 & 아이와 한 끼
다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 / 살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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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많이 먹는 사람을 딱히 부러워해 본 적은 없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는 재미만 느끼고 말았는데 이 만화 작가만큼은 남다르다. 이 정도면 먹는 일도 재능이 된다. 오로지 자신이 먹은 음식으로 만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것도 전혀 지겹지 않고 신기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면서. 하기야 요즘은 유투브로도 잘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세상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기는 하다. 나만 뒤늦게 감탄하고 있는 모양이다.


혼자서도 꿋꿋이 여행하며 먹으며 마라톤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귀여운 만화로 보여 주던 작가가 몇 년 전 40이 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이 만화는 가족이 된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앞 부분은 남편과 먹는 이야기, 뒷 부분은 아이와 같이 먹는 이야기. 내 경험으로는 아주 오래 전 사정이라 풋풋하고 즐거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괜찮았지, 애썼지, 그렇게 지나왔지,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라 보기 좋구나......


상상의 세계 이야기도 현실의 이야기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이 재미가 있고 없음의 경계가 항상 걸리기는 하지만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은 어쨌든 있다. 그래서 고맙다. 작가가 고맙고 작가가 작품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배경이 고맙고 재미있는 작품을 한껏 누릴 수 있는 내 처지가 고맙고.


작가에게는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어제 오늘 좀 챙겨 먹어 보았다. 먹는 즐거움, 나도 제대로 알게 되는 날이 올까? 안 와도 어쩔 수 없지만. (y에서 옮김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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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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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집중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일단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하면서도 '이 정도라면 봐 주고 읽어 보겠어' 하는 정도의 타협을 하면서 읽었다고나 할까.(나는 해리포터 1권을 읽어 내지 못했던 독자다.) 이 작가의 이 유형의 글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책을 찾아 둔 상태다.

 

영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본 장면들이 자주 떠올랐다. 소설의 배경으로 나오는 북해의 솔론 제도라는 곳이 실제로 있나 없나 찾아 보기도 했다. 일본 작가이면서 상상의 근원지를 먼 곳으로 설정했다는 것이 새로웠다. 영국의 중세 역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만의 판타지를 꾸며 낸 것이니 인물, 사건, 배경이 더욱 신선했다고 해야겠다. 

 

이 작품을 통해 판타지가 허무맹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게 나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된다. 개연성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마술이라고 해도, 허구라고 해도, 그럴 듯 해야 한다는 조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논리성이다.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나는 앞으로도 소설이라는 것을 쓸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작가의 입장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났다. 이렇게 쓰다니, 이렇게 만들어 내다니, 이렇게 연결시키고 있다니, 소설의 결말부터 시작해서 도입으로 거꾸로 읽어 나가는 느낌, 그렇게 해서 찾게 되는 논리적 일관성과 재미. 작가의 의도에 맞추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추리하고 있는 나의 안간힘이 신통하다고 해야 할까.(늘 실패하지만)

 

다 잊어버린 중세 유럽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 준 것에 대해서도 고마워해야겠다.(기사단, 데인인 등)   (y에서 옮김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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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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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자는 유행가 노랫말도 있는데, 소설에서는 지나간 것을 굳이 찾아 내는 형식의 글이 많은 것 같다.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구성 방식이기는 하겠다. 궁금하니까, 지난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설 속 인물들이 지금 왜 과거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가려고 하는 건지.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이라는 주제. 현실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결말이라 문학에 더욱 기대는 것일까, 적어도 문학만큼은 진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명감 같은 것으로.

 

이 소설, 재미있었다. 은근히 무서웠지만 표면적으로는 유유자적한 느낌이었다.(이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늘 이중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으른 듯, 무심한 듯, 무능한 듯, 초연한 듯 보이는데 시작만 하면 대단한 집중력으로 파고 들어 문제를 해결해 낸다는 것. 글을 읽어 나갈수록 주인공들이 괜찮아 보였던 게 그래서 그랬나 보다, 나는 몰두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런 일에 이렇게까지 빠져들다니, 대단한데? 사람마다 빠지는 내용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자신에게 남들한테 말하지 못할 과거의 일이 있다고 하자. 말하지 않으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만다. 죽기 전에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끝내 밝히지 않고 묻어 두기, 사실대로 밝히기(이 경우 다른 사람의 명예가 떨어지게 된다), 이 소설에서처럼 예술 작품으로 남기기.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 구성이 소설의 한 형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배경과 내용만 바꾸어 나간다면 얼마든지 많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듯-소설을 안 써 본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상사)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말못할 진실 같은 것을 간직하기는 쉽지 않겠다. 그냥 말하면 될 테니까.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쉬워 보이는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늘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적이 많으니까.  

 

무엇을 말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말할 것인가. 돌려 말한 것을 제대로 읽어 낼 능력을 갖추고 있기는 한가. 말하는이는 듣는이에게 어느 정도의 기대를 하고 있었을까. 불현듯 세상의 모든 예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지니는 무게에 대해 의문이 든다. 가벼운 것은 없었으리라.  (y에서 옮김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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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판 ㅣ 도토리숲 시그림책 5
이상교 지음, 지경애 그림 / 도토리숲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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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쁜 책, 아쉬운 책이다. 겨울이 한창일 때 봤어야 하는 책인데, 그만 겨울이 가고 말았다. 봄에 보는 들판은 겨울만큼 신비롭지 않다. 이 책 안의 그림을 보고 난 후에는 더더욱.

시 한 편으로 그림책 한 권을 만들었다. 두 작가의 협업이 더없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시를 쓰는 마음과 그림을 그리는 마음이 통하는 것이라는 믿음은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체를 보고 나면 둘 다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리고 만다. 바란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세상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요즘처럼 강할 때는 더더욱. 

겨울 들판은 대체로 황량하다. 비어 있고 말라 있고 헐벗은 모습이다. 눈까지 내린 후에는 더 차갑게 식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는 끊임없이 생명이 움트고 있을 것이다. 알지만 또 빈 공간을 보는 마음은 쓸쓸하고 허허롭다. 춥고 배고프고 마음도 고프고. 이 살벌한 겨울 들판을 그림 작가는 너무도 멋진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따뜻하다. 포근하기 그지없다. 그림의 특징을 서술할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좋다, 좋다고만 읊조릴 뿐이다.

출판사에서는 책 안의 그림 중 다섯을 골라 엽서로 만들었다. 책과 같이 받았다. 내가 나에게 이 엽서를 보내주고 싶다. 이미 지나버린 겨울이 아쉬울 만큼 아깝다. 겨울 들판의 휴식도 그림책의 포근함도 엽서의 산뜻함도 전해주고 싶은 이가 달리 없다. 혼자 옹크리고 있어야겠다. (y에서 옮김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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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강의 시간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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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표지 그림에 빠져 중고로 구입한 책이다. 때마침 들렀던 동대구역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만큼이 이 책과 나의 인연이겠지, 여기면서. 1권과 2권을 구했는데 4권까지 나와 있다. 있어 보자, 인연이 되면 나에게 와 주겠지, 이 만화책처럼.


우타강이 흐르는 온천 마을이 배경이다. 온천을 살리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예사롭지 않은 설정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지방에 젊은이들이 머물러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시대이니. 작가도 이런 소망을 만화에 담아 그린 것은 아니었을까, 지방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지방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대도시로 떠났다가 돌아온 젊은이도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아예 떠나지 않은 젊은이도 있고 자신의 의지로 남은 젊은이도 있고.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발휘하고 또 이를 모아 온천과 여관을 관리하면서 살아가겠다는 모습이 갸륵하기 짝이 없다. 그저 고마운 노릇이다.


남들의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 지방을 지켰으면 좋겠고 내 아이는 큰 도시로 나가서 떵떵거리며 살았으면 좋겠고. 남들의 아이는 육체 노동자가 되었으면 좋겠고 내 아이는 관리자가 되어야만 하고. 이러한 내적 모순을 깡그리 버리는 어른이 많아져야만 우리가 사는 사회가 나아질 텐데,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저 만화 속 푸른 숲을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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