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3 - 마음을 미혹에 빠뜨리는 블렌드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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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도 크고 작고 무겁고 가벼운 차이 같은 것이 있을까? 누구의 욕망은 더 크고 누구의 욕망은 더 잔인하고? 나의 욕망은 이해를 바라고 싶고 너의 욕망은 치워 버렸으면 싶고? 사람은 참 이기적인 속성을 가진 동물이다. 아니, 동물의 본능이 본래 이러한가? 


바리스타 대회라는 게 있다는데, 현실에서는 뭘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이 소설에서 보여 주는 대로라면 주어진 시간 안에 커피를 맛있게 잘 내리기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이 과정이 단순한 게 아니어서 예사롭지 않기는 하지만. 대회라는 게 경쟁이고 승패를 가리는 것이다 보니 소설 속에서 사건으로 삼기에는 꽤 적절한 장치이기는 한데 읽는 쪽에서 볼 때는 아주 불편한 요소들이 많다.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욕심, 질투, 야망, 배신, 음모 등등이 커피의 향기 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줄이야. 이렇게 되면 사람이 문제일까, 경쟁이 문제일까.


재미있게 읽었다. 바리스타 대회를 준비하는 날부터 끝날 때까지 사흘, 미호시는 대회 본선에 참여하고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도와주게 되는데. 대회 중에 사고가 생긴다. 하나도 아니고 둘, 셋. 대회에 참여한 사람 모두를 용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이 된다. 미호시와 아오야마가 이 상황을 그냥 넘길 리가 없다. 그런 중에도 커피는 계속 만들어지고. 


큰 상금이 걸려 있는 어른들의 대회가 갑자기 의심스러워진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런저런 음모를 꾸미는 일들. 미국범죄수사드라마에서 더러 봤던 장면이 떠오른다. 소설은 재미있었는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진다. 지금 날이 너무 뜨거운 탓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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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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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아주 괜찮지, 지금이 어때서?' 라고 여길 수 있는 여유, 그게 중요하고 필요하다. 남들이 보는 시선이나 평가는 소용이 없다. 내가, 나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도와 인정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정말 지금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을 보면 만화도 산뜻하거니와 망설이는 듯한 의문과 회의에 절대적으로 공감이 간다. 나이나 처지나 국적과는 관계 없이, 비록 나이 든 미혼인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고는 있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비슷하게 갖게 마련인 고민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너는 그렇지 않니? 하는 듯이.


물론 나도 그러하다. 작가가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수짱과 마이코에 비한다면 나는 꽤나 많이 갖춘 입장이다. 결혼도 했고, 남편과 아이도 있고, 직업도 수입도 괜찮고, 인간 관계에 대처하는 거리감도 적절히 갖춘 듯하고, 스트레스도 즐길 만큼이고, 남들 눈에는 걱정거리가 없어 보일 듯함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도 지금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순간순간마다 되짚어 보게 된다.


사는 게 이런 것이라고 하면 달리 할 말도 대처할 방법도 없다. 끝없이 회의하고 끝없이 모색하고 끝없이 도전하고 끝없이 즐기는 것. 멈추지 않는 것. 생각도 행동도 관계도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러나 알고 있음에도 또한 끝없이 흔들리는 것, 그게 인생일지도.


아직도 볼 마스다 미리 책이 몇 권 더 남아 있는 게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y에서 옮김201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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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괜찮은 나이 - 어른들을 위한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유혜자 옮김 / 프시케의숲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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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자신의 현재 나이를 좋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썩 괜찮다고 여겨진다. 나이를 잘 먹은 셈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돌아보아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때가 달리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몸도 마음도 지금 상태가 만족스럽다.


그래서 이 책이 특별히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내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좀 밋밋하다거나 시시했다고 할 수도 있고, 거리감이 느껴져서 공감할 수 없노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런 나의 기분까지도 미루어 헤아려지면서 이 책에 담긴 헤세의 정신을 읽고 있자니 어찌나 근사하던지.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작가, 헤르만 헤세.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읽는다는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 나 역시 내 인생의 방향을 알려준 작품으로 ‘수레바퀴 아래서’를 꼽기도 했는데. 그냥 유명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그 어린 날의 독서가 아니라 나이 들면서 읽는 작품을 통해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을 보고 헤세의 산문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 봤는데 마땅한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필사하고 싶다. 읽으면서 한 생각이다. 곧 하려고 한다. 공책이랑 필기구도 마련해 놓았다. 아주 천천히 다시 읽고 싶다. 예쁘게 따라 써 보면서 지금의 내 나이와 앞으로 다가올 내 나이를 즐거운 마음,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래, 이런 여유 자체가 나이듦의 장점이었던 것이다. (y에서 옮김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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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 오늘을 만끽하는 이야기 (양장본) ㅣ 오늘을 산다 2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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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바라는 간절하고도 애절한 마음을 짐작한다. 그 마음을 아는 작가들이 이와 같은 책을 펴내고 있는 것일 테다. 만화로 소설로 에세이로 영화로... 행복은 얻기에 적절한 게 아니라 처해 있는 상황이라는 말도 있고, 갖겠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고, 이미 누리고 있으면서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라는 말도 있고... 행복에 대한 바람만큼이나 말도 많은 듯 싶다.

나는 행복하다. 행복한 편이다. 그러하다고 믿고 있고 알고 있고 인정한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때가 사는 순간순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금방 행복해진다. 그래서 갈구하는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또 좀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살아온 많은 날들이 메말랐으니까. 모자라고 부끄럽고 속상하고 피하고 싶었던 날들을 무수히 지나왔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이런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지나보낸다. 보낼 줄 알고 나니 행복하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 만화책을 읽는 동안에도 무척 행복한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만화책을 선물로 받았고 보내준 이의 정성이 한껏 느껴졌고 읽는 시간이 충분했고 읽는 내내 포근하고 평화로웠으므로. 만화 속 주인공의 오락가락하는 마음도 귀엽게만 보였다. 그럴 수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고, 불투명해 보여도 삶이 엉망인 것은 아님을 믿는다면 살아갈 수 있는 노릇이니까. 이만큼도 나보다 힘들게 살고 있는 어떤 이들보다는 엄청 나은 생존 환경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함께.  

앞서 읽은 이 작가의 작품들과 겹치는 대목들이 있다는데 기억이 나는 대로 또 안 나는 대로 아무렇지 않았다. 한 권 더 있으니 구해 봐야겠다. (y에서 옮김20240320)

[woojukaki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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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다르다! - 시각장애부터 게임중독까지 솔직하고 유쾌한 친구들의 이야기 ㅣ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호르스트 클라인.모니카 오스베르크하우스 지음, 최성욱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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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의 안정감과 조금 다르다고 느낄 때의 특별함(좋은 쪽으로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비슷해서, 함께 속해 있다는 안전함과, 달라서, 내가 좀 더 나은 것 같다는 우월감, 이 두 가지는 다른 빛깔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살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감정일 것이다. 내가 안전하면서도 우월하다니. 쓰고 보니 권력의 속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나 좋으니 그렇게나 갖고 싶어 하는 것인가 보다. 너나 할 것 없이.


    책은, 어린이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어른의 편견을 일찌감치 주입받지 않은 어린이라면 아무도 다르다고 구별하지 않을 듯한데. 나는, 어른이라고 여기는 나는, 나이도 들 만큼 들었고 선입견이나 편견도 가질 만큼 가진 기성세대에 속한다고 여기는 나는, 이 책을 나에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주는 책으로 읽는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럴 마음이 있다면, 아직도 늦은 건 아니니 제발 마음의 벽을 허물어 보라는 작가의 당부를 받아들이자고.


    모두 24명의 친구. 제각각 자신만의 장점과 단점을 가진, 나와는 조금씩 다른 친구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고,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해 주는 듯한 모습의 친구들. 24명 중 내 모습과 좀 더 가깝게 보이는 이는 있어도 같을 수는 없는 사람들. 그러니 누가 누구보다 모자라고 약해서 뒤처지는 게 아니라, 단지 조금 달라서 다른 방향 다른 속도를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자고. 더구나 다르다는 그것을 이용해서 일방적으로 지배하려 한다거나 아프게 한다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고. 어린이들보다는 이미 어른인 사람들이 더 주의해서 봐야 할 것 같은 친구들. 이제는 다들 알게 되지 않았을까? 어린이의 문제는 그 어린이의 부모가 가진 문제이더라는 것을.


    구성이 그림 형태라 이마저도 읽기 귀찮다고 느끼는 어른이 있을 듯하다. 심지어 책을 거꾸로 돌려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항목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곧 미안해졌다. 어쩌면 이리도 자기중심적인가 하여. 자유로움은, 자유를 느낄 줄 아는 이만이 얻을 수 있는 감각임을 또 이렇게 배운다. 나는 결코 나쁜 어른, 나쁜 노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y에서 옮김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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