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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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이 여름을 잠시 잊는다. 글은 재미있고, 시간도 잠시 잊고, 깊은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독서 시간을 준다. 어찌 매번, 늘 고민만 하며 살 수 있으랴. 시류에 맞는 고민거리를 작가가 글 안에 담아 놓고는 있지만, 심각성보다는 그런가 보다 싶은 포기로 읽는다. 이래도 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블랙 쇼맨은 트립핸드라는 술집의 주인이자 바텐더이다. 블랙 셔츠를 입고 칵테일을 만들어 주면서 보이지 않는 사건을 슬쩍 해결한다.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것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해결을 해 준다는 점. 세 편의 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하고 쇼맨의 도움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면 사건사고 기사에서 얻은 힌트로 이야기를 바로 꾸며 낸 듯한 느낌, 재미있게 읽었다.

딱 여기까지다. 쇼맨이 등장인물인 여자들에게 만들어 준 칵테일 맛이 궁금해서 여운이 남는다. (y에서 옮김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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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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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함께 출간된 만화와 에세이를 같이 읽었는데 아쉬운 느낌이다.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뭔가 손해 본 느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얄팍한 욕심이 생긴다. 


책별로 작가가 일본에서 출간한 시기와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시기가 다르다 보니 책 의 시간적 순서가 우리에게는 다소 섞여 있다. 이 책도 일본에서는 5년 쯤 전에 나온 모양이다. 작가가 막 40세에 이르렀을 때쯤의 에피소드들. 어른이 되었나 어쨌나 자문하고 친구랑 엄마랑 한가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40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의욕을 불사르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드는 생각인데, 어른이라는 게 정말 있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다.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닐 텐데, 어떤 어른은 칭송을 받는 반면 어떤 어른은 비난을 받고, 어떤 어른다움은 존경의 대상인데 또 어떤 아이다움은 찬사를 얻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이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이래도 저래도 괜찮은, 다 내 모습의 일부이겠지만. 


작가보다 실제로 대여섯 살쯤 많을 것 같은 나. 남들 눈에는 어른으로 보이겠지만 아이같은 면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턱없이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욕망하는 나. 나이를 잘 먹는 어른이 되겠노라고 겉으로는 강하게 외치지만 실상은 자꾸만 나이를 먹고 있어서 두려워하고 있는 나. 이런 나를 이제는 좋아하는 나. 


그래서 나도 이 작가의 글을 자꾸 읽게 된다. (y에서 옮김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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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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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을 한때 무진장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아주 손놓고 있었던 것 같은데, 새삼 생각이 나서 빌려 본 책이다. 워낙 많은 책을 쓴 작가라 각 작품의 개성미를 찾는 재미도 있겠는데, 내가 많이 쉬었으니 이번에는 어떨까 기대를 품고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책은 두꺼워도 술술 잘 넘어간다. 머뭇댈 만한 문장이 없는 탓이다. 속도감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차분하게 짚어야 할 대목을 굳이 만날 수 없는 건 장점도 단점도 될 것 같다. 내게는 단점이었다. 이렇게 이렇게 넘어가 버린단 말이야? 그러면 어쩔 수 없고 싶어지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나 갈등의 요소들이 긴박하지도 않고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본 특유의 사회상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19로 인한 여러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그게 또 따로 인상적이지도 않고.   


작가는 블랙 쇼맨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새 시리즈로 낼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형이 살해된 사건의 진실을 찾는 일로 탐정 역할을 시작한다. 이 책 이후에 나온 것으로 한 권 더 있는 모양인데 읽게 될지 모르겠다.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술사에 대한 내 편견이 작용한 탓일지도. 오랜만에 본 책이 시시해져서 서운하다.  (y에서 옮김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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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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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만화, 이 책도 내 기대에 충분했다. 만화 대사를 따라서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본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일본인이 쓴 글이나 그림, 영화는 즐겨 찾게 된다. 일본에 여행을 가는 것도 그러하고. 이 무슨 불합리한 선택이란 말인가. 나도 나를 잘 설명할 수 없는, 변명만큼은 그런 대로 해낼 것 같은 내 취향의 일부다. 싫은 것은 싫은 것이고 좋은 것은 좋은 것이라고.

 

단순한 그림, 깔끔하다. 시골에서 살게 된 하야카와의 생각이나 태도도 명쾌하다. 곁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상당히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유미와 세스코가 하야카와가 한 말을 되읊고 따르는 것을 보면 좋은 영향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어진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일이나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고, 일이란 것도 다 그 일이 그 일이고, 내 기분을 내가 조종하는 일만큼은 내 몫이니 굳이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비슷한 또래이면서 하야카와는 그 면에서 앞선다. 이 또한 작가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마음이 지칠 때 꽤 도움이 되는 작가의 만화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몇 권 더 마련되어 있고, 그래서 마음 흐뭇하다. 힘들 때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마음이 쉬어야 할 때 펴 보면 좋으리라.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것, 의외로 궁금하기는 하다. (y에서 옮김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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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ㅣ 창비시선 419
박라연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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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픈가? 많이 자주 아팠던가? 나는 시에서 나의 아픈 자리를 달래주는 구절을 만나면 확 빠져든다. 눈에 보이는 아픈 자리, 보이지 않는 마음 속 아픈 자리, 특별할 아픔이 없는 생인데 나는 왜 미미한 상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순전히 시의 구절들을 만나기 위한 핑계인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 마음이 저리기라도 하는가?


실려 있는 시 중에서 온전하게 나를 사로잡은 것은 시집 제목이기도 한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이다. 들여다 보고 있으니 아픈 자리가 쑤신다. 오래 아플 것 같다. 이 서글프게 아픈 느낌을 달래 보려고 전문을 타이핑한다. 손으로 옮겨 쓰고도 싶은데 그럴 때가 곧 올 것이다, 지금은 아니고. 시는 나를 제 때에 맞게 울고 웃게 한다.


실려 있는 시들이 많았다는 생각을, 다 읽고 했다. 앞쪽에 있는 글들이 뒤쪽보다 좋았다. 어쩌면 내 집중력이 떨어져 버린 탓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시집 한 권도 온전히 같은 마음으로 읽지 못하는 때를 맞은 것만 같다. 서럽고 속상하다.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아픈 한 자리. 경험으로 보았을 때 새로 읽어도 같은 현상을 겪더라는 것, 시에도 첫인상이 있는 셈이다.


시집 뒤쪽에 실린 ‘시인의 말’을 보고 있자니 시인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게 2018년 봄의 상황이다. 시 안에서 잠깐씩 등장하던 배경이 시인의 말로 구체적이 되었는데 이제는 시인으로서도 독자로서도 만난 지 한참이나 지나고 말았다.

눈부신
만큼 또 어쩔 수 없이 아팠을 것이나 - P10

우리 가고 없는 세상에 피어나고
피어날 옆의 세계 - P17

당신도 상처 몇됫박쯤 잘 싸서 놓어보세요
어둠을 곱씹으며 아물던 상처가
봄의 입구 쪽으로 귀를 놓을 것입니다

세계가
단 한명의 잘 익은 내면만으로도
따뜻하게 출렁일 수 있다면 - P21

물이 해를
불러들이기 참 좋은 거기서 우리 한번 만나요 - P24

그런데 이 마음은 또 뭐지
성난 불우에게 아군이고 싶은 이 마음 말이야
마음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금빛 물결은 누가 보낸 설렘이지
위로의 빛은 어디서 오나 - P26

놓았으나
들어 올려진 꿈의 설계도
그 마음의 처마에도 종일 봄비가 내릴까 - P36

추위도 잘 모르고
죽은 듯이 살 줄도 알지만
물도 밥도 새만큼이면 족하지만
쭉쭉 뿌리내리며 세속을 넓혀간다지만
어쭙잖은 신념이라는 이, 부끄러움

어둠의 다른 얼굴이 빛이라면
누가 세상의 모든 기억들을 움직이는 거야?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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