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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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가 참 난감하다. 리뷰를 쓰기는 해야 하고(안 쓸 정도는 당연히 아니므로) 쓰려니 글이 마음에 들었다고 좋아하는 마음보다 거북한 인상이 먼저 떠올라 상당히 머뭇거려진다. 그래도 기어코 써 두어야 한다. 나는 아주아주 잘 잊고 말아서.

SF 소설집이다. 눈여겨 보자는 마음으로, 호감을 기본 바탕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째 자꾸 멈추고 말았다. 한 편도 끝까지 시원하게 읽어 나가지 못했다. 나의 어떤 정서와 어긋나고 있는가, 작가의 어떤 대목에서 내가 물러서는가. 이것을 찾는 재미도 읽기의 재미 하나로 볼 수는 있겠으나 즐겁지 않고 곧 피곤해진다. 나는 작품의 평을 하려는 게 아니므로, 감상만으로도 충분하므로, 마음 편한 독서가 최우선인 독자이므로. 

글의 분위기는 어둡고 막막하고 암담하다. 등장인물들도 산뜻하다기보다는 각자의 생의 무게에 눌려 있다. 현실에서든 가상 세계에서든 세상을 마주하는 인물의 태도는 대체로 글을 읽는 내 기분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는데 나는 내내 무겁고 답답했다. 글 속 세상 때문이 아니다. 작가가 그려 보이는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주제든 인물의 성격이든 배경이든 문체든. 마치 절망하고 절망하고 또 절망하라고, 은근하게 또 깊게 권유하는 듯이.  

나는 절망에 너그럽지 않다. 아예 없이 사는 편이다. 화는 나고 짜증도 좀 나지만 절망 비슷한 느낌이 들면 길게 보면서 지운다. 역사 이전부터 우주 너머까지. 기본적으로 유머를 좋아하는지라 아무리 힘들고 엉망인 세상이라고 해도, 이야기 속 세상까지도 닫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소설이라면 열려 있고 유머가 흐르고 있어야 하며 읽는 내가 글 안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받는 듯 하다가도 갑자기 벽 앞에 선 느낌만 주고는.  

같은 작가의 글이 다르게 읽히는 때가 온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기대를 잠시 남겨 두려 한다. (y에서 옮김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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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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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죽었다. 아니, 살인을 당했다. 누가 왜 이 사람을 죽였는가. 이 수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이제까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그 숱한 범죄 관련 드라마나 영화나 책을 읽으면서도 범인이 어떻게 잡히는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을 뿐 피해자의 삶에 대해서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피해자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었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피해자에게로 향한 집중이 아니었다. 피해자에게 집중하고 있는 '가가' 형사의 눈으로 피해자를 보았다고 해야겠다. 


내가 죽는다면, 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의외의 사건이 된다면 내가 살아온 과정도 이렇게 파헤쳐질까.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누구랑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 어떤 일을 하려고 했는지,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은 없었는지, 한마디로 죽음을 당할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낱낱이 조사되겠지. 억울하겠다. 죽은 것도 억울한데 원하지 않는 사생활까지 드러날 테니 죽은 이후라도 억울하겠다. 이런 죽음은 절대로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뜬금없는 각오가 생긴다.


'가가' 형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가가는 자신의 형사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다. 인간적인 자상함과 섬세함이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을 이렇게 배려하고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음을 가질 것 같다. 이 사람이라면 내 인생을 기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정도로. 이 소설 속 피해자도 그런 위로를 받았을 것 같다. 피해자가 죽기 직전까지의 삶을 파악하기 위해 피해자가 살았던 동네 전체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살펴봐 주었으니까. 이런 형사, 이런 사람만 있다면, 나도 이런 자상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소설의 구성이 참신했다.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 사는 모습 그대로 괜찮았다. (y에서 옮김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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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방울 채집 - 곁을 맴도는 100가지 행복의 순간
무운 지음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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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안에 이 그림책 속의 그림 같은 마음을 찾아낼 수 있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에 각 25개의 마음을 담아 놓았다. 나는 여름부터 보았다. 여름에서 그림 하나를 딱 골라 내고, 아주 어려웠지만, 가을로 겨울로 봄으로 돌았다. 어떤 계절에 읽었어도 좋았으리라 싶다.


천천히 편한 마음으로 아무 쪽이나 펼쳐 놓고 있어도 좋겠다. 지금의 계절이라도 좋고 지금과 시간이 달라져도 좋겠다. 세상의 예쁘고 아늑하고 환하면서도 그윽한 풍경들만 붙잡아 놓았다. 작가가 참 바쁘고도 행복했겠지 싶다.  


사람이어도 사람이 아니어도 이제는 생명을 가진 대상들에게는 전과 달리 대하게 된다. 아직 벌레만큼은 가까워지지 못하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무턱대고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게 된 듯하다. 동물에게서는 당연히 보이거니와 식물에게서도 얼굴이 보인다. 얼굴이 보이니 친숙해진다. 이러고 나면 그 무엇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게 된다.


내가 나에게 선물한 책. 마음에 쏙 들었다.  (y에서 옮김202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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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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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고 흥미나 집중 외에 교훈을 얻는다고 하면, 살짝 웃어주는 사람도 있을 듯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교훈을 얻는다. 사람살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나 누구에게서나 배울 게 있기 마련이니까.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서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도 없고. 


이 작가의 작품 중에 내 취향에 드는 쪽이다. 앞서 읽은 '방황하는 칼날'은 영 아니어서, '백야행'만큼이나 아니어서 리뷰 쓰기를 접었고, 유가와 교수가 등장하는 이쪽 방면의 글로 골라 읽어야 할 듯하다. 한 사람의 작품인데, 이제까지 나는 한번 매혹되면 모든 것에 빠져들 만큼 적극 수용했는데, 이 작가는 그게 안 된다. 구별이 된다. 이제는 모두를 읽어야 할 게 아니라 골라서 읽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일까. 이 점이 좀 섭섭하기는 하지만.    


소설로 돌아와서, 유가와 교수가 마지막에 교헤이에게 한 말,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 어쩐지 나는 이 말에서 일본인의 마음을 읽는다. 일본인 작가가 일본인 독자들에게 해 주는 말, 경고로든 교훈으로든 격려로든, 좀 멀리 나아가는 듯이 보이는 미래 지향적인 충고. 우리는 각자가 혼자가 아니므로, 누군가 곁에 있을 것이므로, 그가 내 삶에 분명히 도움이 되어 줄 것이므로, 너 또한 다른 사람에게 그러하게 될 것이므로,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내가 받은 교훈이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은 교훈이기도 한 것. 


살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일에 휘말릴 때가 있다. 그 일로 인생 전체에 영향을 받을 때가 있는데, 좋은 경우는 좋으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칫 불행하고 억울해지는 수도 있다. 누구를 탓하랴 하면서 자포자기하게 된다면 그 또한 더욱 불행한 일이고, 한순간의 잘못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라도 한다면 그 영향은 어떻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게 될 테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이 작가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디테일이다. 내가 디테일에 이렇게 빠지는 사람인지 몰랐다. 아마도 내게 부족한 면이기에 더욱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의 본류인 사건의 흐름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부분까지도 세심하고 정성들여 묘사해 주는 작가의 친절함이 나는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 어디를 다니고 뭘 보는가, 그런 데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는 나니까. 당분간 이 작가의 글을 읽는 게 계속될 듯하다. (y에서 옮김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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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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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줄 알면서도 읽고 막상 무섭다 여겨지면 더 읽기가 머뭇거려진다. 어쩔 수 없다. 내 취향의 한계선이다.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고 그러기에 부담스러운 글이 있다는 것. 꼭 읽어야 한다고, 꼭 읽었으면 한다고 해도 그럴 것까지야 하면서 뒤로 물러서게 되는 글. 이 작가의 작품 세계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무엇이 무서운 것이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글쎄, 잔혹한 묘사 부분? 아주 조금이라도 아주 약간이라도 나는 글을 통해 잔혹함을 체감하고 싶지 않다. 상상으로도. 모른 채로 살고 싶을 뿐이다. 어떤 감각은 사는 동안 전혀 발굴하지 않은 채로,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책에 실린 여덟 편의 글에서 모두 무섭다고 느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단 한 편에서라도 이 느낌을 받고 나면 남은 글도 대충 보게 되고 작가의 이름도 멀리하도록 기억하려 한다. '고기와 석류'는 너무 크고 강렬한 인상을 내게 던졌다. 읽는 내 기분을 몹시 불편하도록 만들어 버렸으니 오래 기억하게 될 듯하다.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은 좋았는데, 고양이의 비밀이 근사했는데, 우리 고양이가 더 신비하고 다정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한번 더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러나 책은 무서움으로만 남았다. 


환상에도 여러 층위가 있고 그 안의 내용도 여러 갈래로 갈라질 것이다. 공포나 괴기나 잔혹은 내가 재미를 느끼는 쪽이 아니다. 단지 그럴 뿐이다. (y에서 옮김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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