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가 참 난감하다. 리뷰를 쓰기는 해야 하고(안 쓸 정도는 당연히 아니므로) 쓰려니 글이 마음에 들었다고 좋아하는 마음보다 거북한 인상이 먼저 떠올라 상당히 머뭇거려진다. 그래도 기어코 써 두어야 한다. 나는 아주아주 잘 잊고 말아서.
SF 소설집이다. 눈여겨 보자는 마음으로, 호감을 기본 바탕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째 자꾸 멈추고 말았다. 한 편도 끝까지 시원하게 읽어 나가지 못했다. 나의 어떤 정서와 어긋나고 있는가, 작가의 어떤 대목에서 내가 물러서는가. 이것을 찾는 재미도 읽기의 재미 하나로 볼 수는 있겠으나 즐겁지 않고 곧 피곤해진다. 나는 작품의 평을 하려는 게 아니므로, 감상만으로도 충분하므로, 마음 편한 독서가 최우선인 독자이므로.
글의 분위기는 어둡고 막막하고 암담하다. 등장인물들도 산뜻하다기보다는 각자의 생의 무게에 눌려 있다. 현실에서든 가상 세계에서든 세상을 마주하는 인물의 태도는 대체로 글을 읽는 내 기분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는데 나는 내내 무겁고 답답했다. 글 속 세상 때문이 아니다. 작가가 그려 보이는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주제든 인물의 성격이든 배경이든 문체든. 마치 절망하고 절망하고 또 절망하라고, 은근하게 또 깊게 권유하는 듯이.
나는 절망에 너그럽지 않다. 아예 없이 사는 편이다. 화는 나고 짜증도 좀 나지만 절망 비슷한 느낌이 들면 길게 보면서 지운다. 역사 이전부터 우주 너머까지. 기본적으로 유머를 좋아하는지라 아무리 힘들고 엉망인 세상이라고 해도, 이야기 속 세상까지도 닫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소설이라면 열려 있고 유머가 흐르고 있어야 하며 읽는 내가 글 안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받는 듯 하다가도 갑자기 벽 앞에 선 느낌만 주고는.
같은 작가의 글이 다르게 읽히는 때가 온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기대를 잠시 남겨 두려 한다. (y에서 옮김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