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34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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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츠는 꽃을 보며 술을 마신다. 나는 꽃을 보며 술을 마시는 내용의 만화를 본다.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해 주는 쪽은 내 쪽이리라 혼자 웃으며 본다. 술을 마셔도 취하고 꽃을 보아도 취하고 만화를 보면서도 취한다. 저마다 취할 줄 아는 게 많을수록 세상 살 맛이 더 날 것 같다. 이왕이면 돈은 적게 들고 심신은 더 평온하게 해 주면 좋고.

늘 마셔도 또 마시고 싶은 술처럼, 계속 보는데도 달리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도 나는 자꾸 이 만화를 찾아 읽고 있다. 수집품이 되었다. 다 모을 때까지, 구하고 또 보겠다. 번호 순대로 세워 놓고 보면 멋질 듯하다. 마치 누군가 비싼 술병을 늘어놓고 흐뭇해 하는 것처럼 만족스러울 것이다. 

더 기대하는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또 기대한다. 모순이군.  (y에서 옮김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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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3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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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1996년에 나온 '식빵 굽는 시간'과 1999년에 나온 '가족의 기원'. 그 시절에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다고 기억하고 있으므로 나는 이 두 편도 읽었을 것이다, 당연히. 각각의 책도 찾아보면 나에게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이사하면서 정리했을지도. 


작가의 이름도 소설 제목도 이렇게 분명한데 내용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글을 읽는 내내. 이렇게나 인상적인 반전과 놀라운 관계 설정에 대해 이토록 까마득하다니. 나는 완전히 잊은 내 기억력에 또 놀라고 그만큼 재미있는 글에 대해 감탄했다. 지긋지긋한 가족 이야기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전개하고 있는 소설. 어느 새 30년이 지난 작품들이 되었구나. 사람 사는 모습은 30년 정도로는 그다지 바꿀 수 없는 모양이구나. 소설따라 내 나이도 흘렀을 텐데 소설만 아득하고 나는 여전히 철없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럽다. 


가족은 어떤 관계라고 해야 하나. 가족은 어떤 관계여야 하나. 그런 게 따로 있을까? 가족도 다른 관계와 같은 게 아닐까? 가까우면 가깝고 멀면 멀고 다정하면 다정하고 냉정하면 냉정하고. 가족이라서, 가족이니까, 가족끼리 뭘 그래... 같은 것들이 이제는 폭력이 되기도 하는 시대. 어느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가족이라면, 희생시켜야 하는 것이 가족이라면, 참 마음에 안 드는 가족 관계다. 


무능한 사람이 있다, 많을 것이다. 나를 생각해 봐도 자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신의 삶에 무능하고 가족의 삶에도 무능하고 그럼에도 살아 있고 살아 있을 수밖에 없고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폐를 끼치고 본인은 그럴 의지나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님에도 하는 일마다 안 된다고 하는, 그런 무능한 사람들. 가족을 덩달아 병들게 하는 사람.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고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도 사람의 기본값 중에 하나일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못난 존재를 기반으로 태어난 것일까.


소설은 어둡고 답답했다. 어떤 쪽으로도 해결이 되거나 답을 구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을 배경으로 잡고 있으니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데 속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게 그런 거지, 싶은.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이지, 싶은. 지금의 내 처지가 소설 속 인물들의 처지와 같은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어쩌나, 저들을 도울 수 있기는 한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는데. 소설은 읽는 마음을 한없이 추락시키면서도 사람과 삶과 문학에 대한 기대만큼은 놓지 않도록 당겨 주었다.


현재 나오는 소설을 읽는 것도 벅차지만 지난 시절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강해진다. 서글프면서 즐거운 독서가 지금의 나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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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33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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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서문에서 작가는 야외에서 마시는 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벚꽃이 피는 시절이나 한여름이나 한겨울이나 눈에 보이는 풍경은 근사하지만 술을 마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여러 요건들에 대해 불평하듯이. 상상만 해서 그런가 내 기분으로는 멋있기만 한데 실제로 그런 조건에서 마시자면 불편하기는 할 것 같다. 벌레가 날아다닌다든가 너무 덥다든가 너무 춥다든가. 그러고 보면 술을 마시기에 가장 좋은 조건은 내 몸의 상태에 달려 있다고 해야겠다. 건강해야 술맛도 좋다면서.

되풀이되는 에피소드들 중에서 신기한 것들도 있다. 술꾼들은 정말 이렇게 해서 술을 마신다고? 고추를 종류별로 튀겨서 안주로 먹는다는 내용,  오징어에 술을 담아 마시면서 마지막에는 오징어까지 안주로 먹는다는 내용,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든 감씨 과자 에피소드 등. 술이라는 게 어떤 안주와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큰가 보다. 그럴 테지, 그런가 보다 여기며 이번 호도 넘긴다. 

바다가 갑자기 걱정된다. 바다에서 나오는 생산물로 안주를 삼는 내용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묵. 안주로서가 아니라 음식의 한 종류로서의 어묵.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안 먹을 수도 없고, 먹을 때마다 걱정하는 것도 한심하게 여겨지고. 모른 척 하면서 술이나 마시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일까. (y에서 옮김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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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 홀로 먼 길을 가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함민복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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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는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사는 곳이 아니지만, 내가 장차 살 곳도 아니지만, 있는 곳에서 마음 풍요롭게 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 괜히 사는 일에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당신이 그곳에서 잘 살고 있다니 좋군요, 저도 이곳에서 잘 살고 있을게요, 라며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이유 한 가지가 된다. 


이 시인의 시와 산문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작가의 책을 사서 읽고 있는 게 아니라 몹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 또한 경계다. 이 시인의 글을 통해 알게 된 '경계'라는 낱말, 덕분에 자주 쓰고 있다. 온통 은혜만 입고 있다. 


강화도에 살면서 물고기도 잡고 농사도 짓는 시인, 충주시 노은면이 고향이라는 시인, 문학상을 받고서 상품으로 쌀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시인, 시 한 편의 값과 시집 한 권의 값에 고마움을 드러내는 시인. 돈과 밥과 시의 가치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또 더듬어 헤아려보았다. 나는 스스로 우쭐해서 건방을 떨었던 적은 없었는지, 그래서 혹시 누군가를 업신여기지는 않았는지.  


나는 사서 읽지 않았으나 책과 시와 자연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 났다. 선물을 해야겠다. (y에서 옮김20221118)

하늘에 떠 있는 빛의 섬, 수평이 아닌 수직 성향의 섬, 태양. 빛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뭍인 태양. 태양이 살구나무 이파리들을 다시 푸르게 펼쳐놓았습니다. 태양에서 떨어져 나와 나무 속으로 들어간 빛들이 태양을 그리워하며 하늘 쪽으로 가지를 뻗어 올립니다. 나무들의 모양, 꽃들의 빛깔들이 다른 것은 태양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살구나무 가지에서 떨어진 풋살구가 살구나무 가지 쪽으로 튀어 오르고 침묵 위에 떠 있던 말들이 침묵 속으로 다시 녹아드는 것도 그리움의 한 표현 방식일 것입니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은 다 섬이며 섬엔 그리움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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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32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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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어떤 술을 어떤 안주로 어떻게 마시나? 궁금한 듯 또 퍽 궁금하지는 않은 기분으로 에피소드를 읽는다. 소다츠는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시고 일도 열심히 하고 일한 후에 한 잔 하는 생활을 퍽 즐긴다. 이런 삶도 꽤 괜찮아 보일 정도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는 처지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번 호에는 김밥 에피소드가 특별히 눈에 띈다. 덕분에 김밥이라는 음식의 기원에 대해서도 찾아 보았다. 김을 언제 먹었는가 하는 역사적 사료 증거부터 밥을 김에 싸서 먹었다는 기록까지. 일본이나 우리나 서로 자기 것이 먼저라고 우기는 배경에 대해서도 알아 보았고. 우리의 김밥과 일본의 김초밥, 그리고 충무김밥까지. 이런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있을까, 김밥을 만들어 먹을 때도 계속 떠오르게 생겼군, 김밥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는 거지? 따위의 생각도 하고.

겨울이 썩 물러나지 않고 자꾸 머뭇거리고 있는 시기다. 만화 속에서나마 봄날의 풍경을 찾아 보았다. 근처 어딘가에서는 매화꽃이 이미 피었다는데 꽃나무 아래서 술은 못되더라도 차는 마셔 보았으면 싶다. (y에서 옮김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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