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3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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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1996년에 나온 '식빵 굽는 시간'과 1999년에 나온 '가족의 기원'. 그 시절에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다고 기억하고 있으므로 나는 이 두 편도 읽었을 것이다, 당연히. 각각의 책도 찾아보면 나에게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이사하면서 정리했을지도. 


작가의 이름도 소설 제목도 이렇게 분명한데 내용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글을 읽는 내내. 이렇게나 인상적인 반전과 놀라운 관계 설정에 대해 이토록 까마득하다니. 나는 완전히 잊은 내 기억력에 또 놀라고 그만큼 재미있는 글에 대해 감탄했다. 지긋지긋한 가족 이야기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전개하고 있는 소설. 어느 새 30년이 지난 작품들이 되었구나. 사람 사는 모습은 30년 정도로는 그다지 바꿀 수 없는 모양이구나. 소설따라 내 나이도 흘렀을 텐데 소설만 아득하고 나는 여전히 철없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럽다. 


가족은 어떤 관계라고 해야 하나. 가족은 어떤 관계여야 하나. 그런 게 따로 있을까? 가족도 다른 관계와 같은 게 아닐까? 가까우면 가깝고 멀면 멀고 다정하면 다정하고 냉정하면 냉정하고. 가족이라서, 가족이니까, 가족끼리 뭘 그래... 같은 것들이 이제는 폭력이 되기도 하는 시대. 어느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가족이라면, 희생시켜야 하는 것이 가족이라면, 참 마음에 안 드는 가족 관계다. 


무능한 사람이 있다, 많을 것이다. 나를 생각해 봐도 자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신의 삶에 무능하고 가족의 삶에도 무능하고 그럼에도 살아 있고 살아 있을 수밖에 없고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폐를 끼치고 본인은 그럴 의지나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님에도 하는 일마다 안 된다고 하는, 그런 무능한 사람들. 가족을 덩달아 병들게 하는 사람.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고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도 사람의 기본값 중에 하나일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못난 존재를 기반으로 태어난 것일까.


소설은 어둡고 답답했다. 어떤 쪽으로도 해결이 되거나 답을 구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을 배경으로 잡고 있으니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데 속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게 그런 거지, 싶은.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이지, 싶은. 지금의 내 처지가 소설 속 인물들의 처지와 같은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어쩌나, 저들을 도울 수 있기는 한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는데. 소설은 읽는 마음을 한없이 추락시키면서도 사람과 삶과 문학에 대한 기대만큼은 놓지 않도록 당겨 주었다.


현재 나오는 소설을 읽는 것도 벅차지만 지난 시절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강해진다. 서글프면서 즐거운 독서가 지금의 나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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