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마의 수도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
스탕달 지음, 원윤수.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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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나폴레옹을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이기에 우리의 주인공이 그 전쟁에 그렇게 기꺼이 참여하려고 했던 것인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전쟁이라는 게 어떤 것이었고 어떤 사명감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는지 배경이 궁금했다. 먼저 알고 있었더라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을까. 그랬을 것 같다. 


두 권으로 되어 있다. 1권의 전반부는 주인공이 전쟁에 참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전쟁 자체보다는 전쟁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의식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소설이니 어디까지가 현실의 경계선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허구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대목들이 더러 있었다. 전쟁이 장난도 아니고 목숨을 내놓고 하는 싸움인데 남자들의 무모함이라고 해야 될지,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인지, 혹은 무책임이라고 해야 할지. 그러다가 살아 남은 뒤에 내세우는 영웅심리는 또 무엇인지? 이 대목을 잘 탐구하면 남자의 본질을 한층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갑자기 태양의 후예 신드롬은 또 왜 떠오르는 것인지.) 


한편 소설로 유추해 봤을 때 나폴레옹 전쟁 당시에는 전쟁터에도 술을 파는 여자가 있었던 것일까.(지금의 전쟁터에도 있을까?) 마차를 이용해서 술을 팔고 그 술을 사 마시는 군인이 있고, 술을 마신 상태로 말을 타고 총을 쏘는 것으로 나온다. 군인도 돈이 있어야 했다는 것일 테고, 돈은 많을수록 더 편리한 군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모양인데, 제대로 싸우지도 않으면서 말만 계속 사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서 저런 식이라면 요즘 같은 세상에는 탱크나 비행기도 거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전쟁 상황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 하는 말이겠지만, 총에 맞아 죽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 터지는 포탄 주위에 있다가 변을 당하는 건지 전쟁터에서 죽고 도망치는 상황 묘사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적어도 죽고 사는 순간만큼은 이렇게 엉망이고 비합리적이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닌지. 


아무튼 나폴레옹 전쟁의 배경에 대한 관심만 자꾸 생기다 보니 소설 본연의 흐름을 읽는 일에는 소홀했다. 주인공의 성격도 사랑도 도피도 진지함 없이 가벼워 보이기만 하고 이 소설이 왜 그렇게 찬사를 받았는가에 대한 의문만 생기고.(2권에서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막장도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소설이나 드라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고모랑 사랑으로 엮이는 남녀 관계는 서양이 배경이라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삶은 어떠해야 하는 걸까. 돈을 가진 자가 누리는 행운과 무료함에서 저지르는 사고를 어떻게 봐 주어야 할까. 먹을 게 없어서 두려움에 떨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귀족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태를 견디지 못해 벌이는 일 중에 전쟁도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쟁이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람도 있던 시대, 전쟁으로 얻는 명예나 돈까지 요지경이다. (y에서 옮김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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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 라이프 3
다카기 나오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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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3권으로까지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이 작가의 팬이라고 해도, 이건 좀 낭비인 걸 싶을 정도로 마음이 인색해진다. 차라리 온전히 해외여행 편으로 엮었더라면,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두 나라 정도 더 담아서, 그랬으면 꽤 재미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

 

어느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다. 우리가 현재 인간 관계에서 저지르는 실수들 중의 대부분은 자신을 잘 몰라서 또는 잘못 알아서 그런 거라고. 내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같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나서서 하려고 하는 사람인지 남 따라 하는 데 집중력을 더 발휘하는 사람인지.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인지, 내면에 신경 쓰는 사람인지...... 그런 점에서 이 작가는 자신에 대한 탐구가 본받을 만하다. 비교적 150cm라는 작은 키에 어울릴 만한 또 자신의 장점을 더 효과 있게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키우려고 하고 있으니.    

 

최근의 작품들보다는 간략하고 단조로운 인상의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로부터 점점 성장한 것이겠지.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다 보면 그 작가의 성장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점도 좋다. 가끔은 이런 독서를 통해 내가 자라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는 덤도 얻을 수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 혹은 이런 그림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내 성향은 무얼까. 초등학교 때 가졌던 꿈을 이루지 못한 미련의 하나일까. 언제가 되든 장차 한번 시도해 보려고 내 안에 감춰 둔, 나도 모르는 내 꿈의 하나일까. '설레는'이라는 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런 그림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고, 품고 있게 한다. 만화 그리는 할머니? 근사하기는 할 것 같다. 계속 보는 일이라도 해야지. (y에서 옮김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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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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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인물을 창조하는 방식 하나를 본다. 자신이 본 사람 중에 몇을 골라서 꾸며낸 배경과 사건 안으로 서로를 엮어 들이는 방법. 실제의 모습과 가상의 조건을 적절히 섞고 이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또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글로 표현하는 작업. 나는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창작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 본다. 새삼 흥미진진해진다.


누나, 남동생, 남동생. 이혼한 엄마와 아빠. 각각 살고 또 같이 산다. 어떤 상황에서도 찌질한 구석은 만들지 않는다. 각자 살 만하고 살아낸다. 하찮은 듯 보이지만  삼남매가 가진 각각의 초능력도 제대로 활약을 한다. 나도 이 정도의 하찮은 초능력 하나쯤 갖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될 것도 같은데. 핑계를 댄다, 덜 친절한 사람인 것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며 살까. 내가 다른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순간들만 제대로 기억하고 살아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만 살아도, 고마움의 아주 적은 일부만큼 되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만 살아도, 세상이 정말 따뜻할 텐데. 춥지도 아득하지도 막막하지도 않을 텐데. 어쩌면 돕고 싶다는 마음도 하찮은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2014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작가의 십 년 전 글 중 하나가 이러한 모습이었음을 확인한다. 대전에 가서 우아하게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랍 사막과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는 흥미가 전혀 안 생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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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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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의 시는 담백하면서도 깊고 무겁다. 살짝만 보아도 마음 끝이 떨린다. 나는 시를 통해 이런 마음을 얻어서 오래오래 지니고 사는 독자가 되고 싶다. 나의 남은 날들을 위해 내가 바라는 거의 전부다.  


며칠 동안 붙잡고 지냈다. 시집을 보내 주신 이웃님의 정성도 고마웠고, 보내주고 싶은 의욕을 갖도록 시집을 펴 내 주신 작가님께도 고마움을 느꼈다. 나이 드신 어른의 글, 어른의 말씀이라고 해서 늘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면 더 극진해진다. 잘 보았고 잘 궁리하고 있다. 시의 구절들이 계속 내 머리 안에서 구르고 있다. 동글동글해지면서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리라. 


시는 우리 삶에 어떤 쓸모가 있을까. 시집 뒤쪽에 실려 있는 작가의 산문 '시를 찾아서'를 읽는다. 아예 몰랐던 바는 아니었고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다 싶었어도 막연하게 시의 쓸모를 느끼고 있었던 덕분인지 끄덕이고 끄덕였다. 아무렴, 시를 쓰면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읽는 마음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일 테니. 예술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니었던가. 누리지 못해도 살 수는 있겠으나 누리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은 같은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노골적이 아닌데도, 아주 은근하게 전하는데도 충분히 알아듣게 말씀하시는 표현들에 감탄했다. '매일같이 보고 듣는(54쪽)' 온갖 비참과 불행에 한탄하시고, '혼미한 나라(45쪽)'를 걱정하시는 모습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들어야 할 텐데. 그래야 애쓰며 살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한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텐데. 잘못한 게 참 많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라...   (y에서 옮김20221121)

시간은 가는 것이기도 하고
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 - P11

세상의 모든 구석은
아름다워야 - P14

개인의 무게를 잘 알면서
또한 더 큰 테두리를 생각하느니. - P17

비에 젖고, 눈 덮이고
바람 부는 흔적들…… - P25

나를 찾는 길은
남을 녹여내는 일 - P27

글쓰기가 적어도
제 한 몸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제일 높은 척도 - P37

목 메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P43

샘과 꽃과 하늘에 기대어
노래하는 수밖에는 - P46

아무것도 없는 고요로 붐비는 회복,
고요로 광활하여 회복되는 마음…… - P48

우리는 실은
스스로에 대해서 다소간 광신도이기 쉽다 - P55

정신적 삶은 커지려고 하고 위로 오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서 시적 이미지들이란 우리를 가볍게 하고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상승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 정신의 활동이다. 그 시적 이미지들은 수직적 축이라는 오직 하나의 참조 축만을 가진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기적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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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 라이프 2
다카기 나오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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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출간되었지만, 일본에서는 2004년에 출간된 책이니 비교적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로서는 타카기 나오코의 만화를 최근에 나온 작품부터 거꾸로 읽어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작가를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이 들어 그런 대로 괜찮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으로 두고 한결같이 애써 온 모습을 자전적인 만화로 보면서 한 사람이 생이라는 게 참 신비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가 150cm의 키 상태인 성인으로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은 2번째 책이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이해를 해 줄 수 있을까. 말로만 이해한다 하면서도 실상은 아는 척 해 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를 보면서 내 키가 162cm만큼 자라 주었다는 데 은근히 안심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작았어도 더러 불편했을 것이고, 더 컸어도 불편했을 테니.(172cm인 딸이 종종 불편을 겪는 것을 보면, 이만큼 아담한 게 고맙기까지 하고.)

 

자신의 신체 조건에 어울리는 게 어떤 것일까를 탐구해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 같다.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일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반듯하고 단정하고 상큼하게 보일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내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게 보이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옷 잘 입는 사람, 스타일이 멋진 사람을 보면 보는 내 기분도 환해지곤 하니까. 150cm의 자신의 키에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찾아가는 작가의 부지런한 성격을 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부지런함과 솔직함은 미덕이자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화의 짜임새는 최근에 본 작가의 작품에 비해 분명히 좀 엉성해 보인다. 초기 작품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그리면서 성장해 왔구나 싶으니까 계속 응원해 주고 싶어진다. 만화를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자잘한 경험,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y에서 옮김20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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