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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소설가가 인물을 창조하는 방식 하나를 본다. 자신이 본 사람 중에 몇을 골라서 꾸며낸 배경과 사건 안으로 서로를 엮어 들이는 방법. 실제의 모습과 가상의 조건을 적절히 섞고 이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또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글로 표현하는 작업. 나는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창작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 본다. 새삼 흥미진진해진다.
누나, 남동생, 남동생. 이혼한 엄마와 아빠. 각각 살고 또 같이 산다. 어떤 상황에서도 찌질한 구석은 만들지 않는다. 각자 살 만하고 살아낸다. 하찮은 듯 보이지만 삼남매가 가진 각각의 초능력도 제대로 활약을 한다. 나도 이 정도의 하찮은 초능력 하나쯤 갖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될 것도 같은데. 핑계를 댄다, 덜 친절한 사람인 것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며 살까. 내가 다른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순간들만 제대로 기억하고 살아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만 살아도, 고마움의 아주 적은 일부만큼 되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만 살아도, 세상이 정말 따뜻할 텐데. 춥지도 아득하지도 막막하지도 않을 텐데. 어쩌면 돕고 싶다는 마음도 하찮은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2014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작가의 십 년 전 글 중 하나가 이러한 모습이었음을 확인한다. 대전에 가서 우아하게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랍 사막과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는 흥미가 전혀 안 생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