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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평점 :
원로시인의 시는 담백하면서도 깊고 무겁다. 살짝만 보아도 마음 끝이 떨린다. 나는 시를 통해 이런 마음을 얻어서 오래오래 지니고 사는 독자가 되고 싶다. 나의 남은 날들을 위해 내가 바라는 거의 전부다.
며칠 동안 붙잡고 지냈다. 시집을 보내 주신 이웃님의 정성도 고마웠고, 보내주고 싶은 의욕을 갖도록 시집을 펴 내 주신 작가님께도 고마움을 느꼈다. 나이 드신 어른의 글, 어른의 말씀이라고 해서 늘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면 더 극진해진다. 잘 보았고 잘 궁리하고 있다. 시의 구절들이 계속 내 머리 안에서 구르고 있다. 동글동글해지면서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리라.
시는 우리 삶에 어떤 쓸모가 있을까. 시집 뒤쪽에 실려 있는 작가의 산문 '시를 찾아서'를 읽는다. 아예 몰랐던 바는 아니었고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다 싶었어도 막연하게 시의 쓸모를 느끼고 있었던 덕분인지 끄덕이고 끄덕였다. 아무렴, 시를 쓰면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읽는 마음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일 테니. 예술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니었던가. 누리지 못해도 살 수는 있겠으나 누리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은 같은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노골적이 아닌데도, 아주 은근하게 전하는데도 충분히 알아듣게 말씀하시는 표현들에 감탄했다. '매일같이 보고 듣는(54쪽)' 온갖 비참과 불행에 한탄하시고, '혼미한 나라(45쪽)'를 걱정하시는 모습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들어야 할 텐데. 그래야 애쓰며 살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한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텐데. 잘못한 게 참 많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라... (y에서 옮김20221121)
시간은 가는 것이기도 하고 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 - P11
개인의 무게를 잘 알면서 또한 더 큰 테두리를 생각하느니. - P17
비에 젖고, 눈 덮이고 바람 부는 흔적들…… - P25
글쓰기가 적어도 제 한 몸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제일 높은 척도 - P37
목 메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P43
샘과 꽃과 하늘에 기대어 노래하는 수밖에는 - P46
아무것도 없는 고요로 붐비는 회복, 고요로 광활하여 회복되는 마음…… - P48
우리는 실은 스스로에 대해서 다소간 광신도이기 쉽다 - P55
정신적 삶은 커지려고 하고 위로 오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서 시적 이미지들이란 우리를 가볍게 하고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상승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 정신의 활동이다. 그 시적 이미지들은 수직적 축이라는 오직 하나의 참조 축만을 가진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기적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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