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4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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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똑같은 일상이, 대수롭지 않은 일정으로만 이어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는 다 알게 되었을 시절이다. 설령 복권이 당첨되지 않아도, 몰랐던 친지로부터 난데없는 유산을 물려받지 않아도, 늘 하던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고마운 날들이라고.

그래서 더 그런가, 이 만화책 자꾸만 손이 간다. 일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 술문화를 딱히 동경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보다 술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게 아님에도 술 마시듯 만화를 본다.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비롯해서 4권을 구했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귀한 술 4병을 구한 듯한 기분이 이러하지 않을까 여기면서.

매책마다 사계절의 풍류가 다 담겨 있다. 이번 책에서 고른 하이쿠는 여름 풍경이다. 아직은 추운 겨울, 건조한 날씨로 동해안 지방에는 산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독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고, 뉴스란은 대통령 선거 관련 이야기들로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이런 벅찬 환경을 다 끌어안을 수 없는 보통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한 잔 술에 시름을 달랠 수밖에 없을지도.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일, 좀더 겸손해지고 너그러워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내 것만 바라보아서는 안 될 테니. (y에서 옮김202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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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3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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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3권에 이르니 작가가 주인공 소다츠의 입으로 내보내는 하이쿠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이쿠에 대해 잘 모르지만 '5-7-5음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7자로 된 일본의 시문학 종류 중 하나로 계절 감각을 보이는 소재가 쓰이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짧은 글이 술맛을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계기로 하이쿠라는 장르에 가까워지게 될지 몰랐지만.

술과 관련된 다른 만화인 '와카코와 술'과는 주인공이 마시는 술의 양에 차이가 많이 난다. 와카코가 일 마치고 가볍고 우아하게 한 잔 하는 것에 비해 이 만화의 소다츠는 일 마치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중에도 심지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부터도 기회만 되면 술을 마시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만화니까 그럴 수 있겠다 여겼다가, 어쩌면 세상에는 실제로 이만큼 술을 사랑하며 빠져드는 이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건강이나 사회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재미있다. 책값도 담겨 있는 내용에 비해 헐한 편이라 이게 또 마음에 든다. 마치 가볍게 한 잔 하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일본의 술 문화를 보이는 내용이라 우리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어떤 에피소드는 우리네 사정과 퍽 비슷해 보여 그게 또 신기하다. 그런데 정말, 술은, 이렇게 계절마다 안주마다 배경마다 다르게 어울리는 것일까. 미지의 세계로 남겨 두고 간접 경험이나 계속 하련다. (y에서 옮김20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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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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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좋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 묘사에 있다. 같은 풍경, 같은 심리를 어떻게 글로 그려 내는가 하는 점. 독자인 나로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할 수 없는 표현력을 보여 주는 글에 빠진다. 이 작가의 글처럼.

소설 안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흐르고, 사람들은 살고 또 사라진다. 여섯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배경, 다른 주제를 보여 주지만 사람이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또 이렇게 마음 아프게 빠져들기도 하는 것이고.

소설들의 제목에서는 가볍고 경쾌한 낱말들이 보인다. 이제는 알겠다, 가벼운 제목일수록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주제가 그리 무겁지 않다면 소설가가 무겁게 삶을 다루려고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또 아닌 것처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가벼운 점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피아노'는 경쾌하기는커녕 무겁기만 했으며, '하품'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전적인 시간'은 낭만도 없이 허름하기만 했고, '나의 루마니아 수업'은 어둡고 쓸쓸하기만 했다. '파수꾼'에서는 어쩌자고 고양이를 자꾸 불러내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밝지 않은, 밝을 수 없는 소설들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한 편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선물로 받은 책인데 준 이에게 돌려 주고 싶었다.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며, 같이 읽는 사람이 되자며, 같이 이 우울의 시대를 건너 보자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계속 관심이 생겨서 반갑다.

표지 그림이 퍽 인상적이다. 표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인데 강하게 이끌렸다. 빈 자리가 강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y에서 옮김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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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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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많고 상도 많은 시절인가? 이런저런 수상작품집들이 보이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고 가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다. 이것은 이것대로 횡재다. 요즘 횡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얻는 나는 이 어수선한 시절에, 이 뜨거운 날들에 이 방식 또한 삶을 잇는 중요한 조건이 되리라 믿는다. 글들이 좋아서, 안 좋은 것조차 좋아 보여서 만족했다.


단양에 일이 있어 머물렀다. 시내의 서점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 만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세상에, 특별 보급가로 정가의 절반이었다. 이런 정책이 있는지 몰랐다. 젊은 작가들을 응원하겠다는 내 마음이 한결 두터워졌다.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과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는 다른 책에서 이미 읽었다. 읽다 보니 내용이 낯익어서 굳이 찾아 보았다. 작가의 이름도 작품 제목도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면 이제 이런 식으로 읽고 또 읽어도 어떠랴 싶다. 내게 시간은 많고 작가들에 대한 호감은 깊으니 예전처럼 조급해지지 않는다. 


백온유의 '반의반의 반'은 뜨끔해 하면서 읽었다. 어느 새 이런 때가 되고 말았구나, 내가 더 이상 젊은 쪽이 아니구나, 나이 들어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구나, 세상이 저문다는 것이 이런 서글픔을 안겨 주는 노릇이구나, 나의 감정은 자꾸 영실이 쪽으로 기울었다. 작가는 어느 편에 더 공을 들였을까? 지금 세상은 어느 쪽으로 더 나가 있을까? 소설 한 편으로도 시대를 고민하게 된다.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도 인상깊었다. 표현이 낯설었어도 거북하지 않았고 내용이 익숙한 듯해도 새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이 작가의 이름을 수월하게 기억할 것 같다. 


성혜령의 '원경'은 인물이 중심인 소설이다. 신오는 마음에 안 들었고 원경은 마음에 들었는데 글은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생에 한 사람쯤은 신오나 원경의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나는 어째 찌질한 기억밖에 없어 딱해진다. 


젊은 작가들의 글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갔으면 좋겠다. 이제 그렇게 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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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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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두 권째. 1권에서는 잠시 헷갈리는 듯 보였던 만화와 하이쿠와 산문이 차례로 섞여 있는 구성이 익숙하게 보인다. 앞으로 오랜 시간 구해서 보게 될 만화인 것 같다. 현재 47권까지 나와 있고 짐작상 계속 나올 듯하니 나의 수집 거리가 늘었다. 즐거워진다.


내가 지금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의 애환을 술로 달랜다는 설정이 내게는 썩 가깝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보면 또 그런 대로 납득이 된다. 일을 마치고 이렇게 술 한 잔으로 자신을 달래는 사람이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있으니 이런 만화까지 나왔을 테고. 그것도 이만큼이나 인기가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상관 없다는 뜻까지 포함하고서. 


만화 속 주인공이 에피소드 마지막에 내놓는 하이쿠를 보는 맛도 새롭다. 계절 감각을 살리고 그에 맞는 술맛도 드러내면서 짧게 펼쳐 보이는 술의 정취. 이런 분위기라면 술을 못 마시는 게, 즐기지 못한다는 게 섭섭하게 여겨질 정도다. 마치 세상의 좋은 것 하나를 놓치고 사는 듯한. 그게 체질 탓이든 취향 탓이든. 


그래, 술 마시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면 이 만화책이나 사서 모아야겠다. 누군가 나 대신 술을 마셔 주는 것일 테고 나는 그 기분만 취하면 될 테니까. 이런 인생도 있는 것이려니 하면서. (y에서 옮김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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