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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작가도 많고 상도 많은 시절인가? 이런저런 수상작품집들이 보이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고 가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다. 이것은 이것대로 횡재다. 요즘 횡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얻는 나는 이 어수선한 시절에, 이 뜨거운 날들에 이 방식 또한 삶을 잇는 중요한 조건이 되리라 믿는다. 글들이 좋아서, 안 좋은 것조차 좋아 보여서 만족했다.
단양에 일이 있어 머물렀다. 시내의 서점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 만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세상에, 특별 보급가로 정가의 절반이었다. 이런 정책이 있는지 몰랐다. 젊은 작가들을 응원하겠다는 내 마음이 한결 두터워졌다.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과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는 다른 책에서 이미 읽었다. 읽다 보니 내용이 낯익어서 굳이 찾아 보았다. 작가의 이름도 작품 제목도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면 이제 이런 식으로 읽고 또 읽어도 어떠랴 싶다. 내게 시간은 많고 작가들에 대한 호감은 깊으니 예전처럼 조급해지지 않는다.
백온유의 '반의반의 반'은 뜨끔해 하면서 읽었다. 어느 새 이런 때가 되고 말았구나, 내가 더 이상 젊은 쪽이 아니구나, 나이 들어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구나, 세상이 저문다는 것이 이런 서글픔을 안겨 주는 노릇이구나, 나의 감정은 자꾸 영실이 쪽으로 기울었다. 작가는 어느 편에 더 공을 들였을까? 지금 세상은 어느 쪽으로 더 나가 있을까? 소설 한 편으로도 시대를 고민하게 된다.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도 인상깊었다. 표현이 낯설었어도 거북하지 않았고 내용이 익숙한 듯해도 새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이 작가의 이름을 수월하게 기억할 것 같다.
성혜령의 '원경'은 인물이 중심인 소설이다. 신오는 마음에 안 들었고 원경은 마음에 들었는데 글은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생에 한 사람쯤은 신오나 원경의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나는 어째 찌질한 기억밖에 없어 딱해진다.
젊은 작가들의 글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갔으면 좋겠다. 이제 그렇게 되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