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삼각형 오늘의 젊은 작가 51
이주혜 지음 / 민음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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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아직 내 의식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읽은 작품이 있기는 한데 딱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먼저 제목에 유혹되었다. 작년 여름부터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하다 보니 이제야 내 차례가 되었던 것.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분명하고 뚜렷하고. 소설의 내용도 이러하기를. 하물며 삼각형이라고 했으니, 삼각형이야말로 얼마나 깔끔한 도형이던가.


삼각형의 세 꼭지점에 누가 있는지 읽으면서 저절로 알게 된다. 세 명의 여자, 각각 사정이 있는 삶에 사정이 있는 인연들을 갖고 있다. 셋은 서로 친하지 않은 관계라고 하면서도 모여 삼각형을 이룬다. 적당하게 모르고 적당하게 아는 관계가 무난하게 굴러갈 수도 있다. 대충 짐작이 되는 거리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너무 지나치게 알려고 하다가 그 관계를 깨뜨리는 경우가 더러 생기곤 하니 다 모르는 게 나을지도. 


적당히 친한 셋은 동행인 둘과 함께 다섯이 되어 여름철 무주로 여행을 떠난다. 가서 반딧불이를 보려고 했는데 반딧불이 대신 별을 본다. 별, 너도 별, 나도 별, 우리 모두 별, 그렇고 그런 별, 별들의 세계, 별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그러니 오해도 풀고 이해도 하고 사랑도 찾고 그러면 좋지 않겠니? 소설을 읽다가 내 긴장감이 풀어지고 만 지점이다. 이런 마무리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읽어 온 정성이 살짝 아쉬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분으로 임하는 것일까? 어떤 이야기는 퍽 좋고 어떤 이야기는 딱 듣기 싫고. 현실에서든 소설에서든. 이 소설은 중반 이후까지 계속 듣고 싶은 힘을 발휘하다가 그만 마지막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더 안 들어도 되겠다 싶은 지경에 이르고 말아서, 더 궁금해지지 않아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인상인데.


그럼에도 이 작가의 이름을 놓지는 않으려고 한다.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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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3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5-03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 혼자 시베리아 철도 여행
오다 히로코 지음, 박유미 옮김 / 꼼지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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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예전부터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여행이라는 게 어떤 경로로 이어지고 있는지.이 책을 통해 완전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궁금하지는 않을 만큼 재미와 정보를 얻었다.

코로나 19 상황을 맞기 전에 여행한 이야기다. 일본인 작가, 여자 혼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베이징까지의 여정. 아주 새로운 설정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여행이다.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따라 해 보고 싶을 것도 같다. 

기차 안에서 몇 날 며칠을 보내는 여행. 공간이 중요하다. 모르는 사람과 며칠을 같이 지낼 수 있는 성격이어야 하고, 매일 씻지 않아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밥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조건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여행이기도 하고. 이르쿠츠크의 바이칼 호수와 끝없이 이어진다는 자작나무 숲이 살짝 궁금하기는 하지만. 시베리아는 멀리 먼 곳으로 남겨 두어야겠다. 사진이나 남의 여행 영상 자료로 만족하련다. 

글과 사진이 아니라 만화라서 읽기에는 훨씬 수월하고 흥미롭다. 그림 형태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 유형이 아니라 아쉬웠다. (y에서 옮김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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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6 (완전판) - 3막의 비극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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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이 소재로 쓰인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범인이 누구인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범인이 어떻게 밝혀지는지를 따라가는 데에 있을 것이다. 작가가 밝히고 있는 바와 숨겨 놓고 있는 정보 사이를 넘나들면서 나름 추리해 보지만, 결과에 이르면 늘 실패했음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이 실패로 전혀 기분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다. 이 책도 이런 재미를 충분히 누리면서 읽었다.


푸아로 경감이 등장한다. 경감이 있는 자리에서 범죄의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돌고 돌아 사건이 해결된다. 그렇게 이어졌더란 말이지. 경감은 또 이 긴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건을 연결시켰고. 이번 책에서는 내내 의심조차 드는 사람이 없었으니, 작가의 기술에 완전 빠져 있었다고 해야겠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돌아보는 범인의 의도는 좀 맥빠진다. 그 욕망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더란 말이지. 내 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살려둘 수 없다, 뭐 이런 것.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도저히 없앨 수 없는 본성인가 딱한 생각밖에 안 든다.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나쁜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게 정녕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이렇게 기대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진다. 


자신의 장점을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발휘하는 이들이 많이 혼났으면 좋겠다. 어떻게 혼을 내는 게 좋을지 작가나 푸아로 경감에게 물어 보고 싶다. (y에서 옮김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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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서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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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심하는 사람은 절대로 범인이 아닌다. 아무리 의심을 고쳐 다시 해 보아도 나는 늘 작가의 의도대로 의심했다가 마침내 속혔음을 알게 된다. 이건 뭐 깨닫는 것도 아니고, 자꾸 읽는다고 해서 늘어나는 추리력도 아니겠다. 그냥 읽고 단순하게 의심하고 맛깔나게 속히고 그래서 읽는 동안 즐거웠으면 되는 거다. 더 바랄 게 없으니까.  


시계 여덟 개, 하나 줄어서 일곱 개. 친구를 깨워 주려고 자명종 시계 8개를 이용했는데 친구는 죽었고 시계 하나는 창밖에 버려져 있다. 여기에 미스터리가? 시작은 늘 이렇게 되곤 하지. 그리고 이에 매달리다 보면 놓치는 게 생기고. 쓰는 이의 입장을 틈틈이 떠올려 보는데 소재나 사건을 배치하는 솜씨가 대단해서 참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인물들의 성격이나 숨겨진 속셈을 그려 내는 재주는 두말할 것도 없다.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되는데 저절로 믿고 마는, 그러다가 아뿔싸, 그런 생각의 함정으로... 


사정이 이러함에도 계속 읽게 되는 요인은 신통하지 못한 내 추리력이 전혀 무안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데에 있겠다. 속아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했음에도 실망스럽지 않은,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익숙한 인상조차 생기지도 않고. 배경이나 인물들의 신분은 비슷한데 구성이나 전개 방식만큼은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내가 앞서 읽은 이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을 홀라당 잊어버렸을 수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다른 작가의 글에서는 또 그런 익숙함을 찾아 내는 것을 보면 꼭 내 기억력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침니스라는 저택을 배경으로 한다. 침니스의 비밀이라는 책을 아직 안 읽었는데 순서상 거꾸로 보게 된 셈이다. (y에서 옮김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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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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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든 겨울이든 미처 느끼지 못하고 살던 때도 있었다. 사는 게 힘들어서 못 느꼈던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세상을 모를 만큼 철이 없었거나 어쩌면 그런 대로 살 만했거나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버텨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게 지구 기온 탓인지,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게 고단한 탓인지, 잘난 사람들 말처럼 세계 전체가 온통 위험한 지경에 이르러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가 나무랄 것도 아닌데 지레 움츠러들어서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내가 쓴 김애란의 책 리뷰를 다시 찾아 보았다. 3권이 있고 좋았다는 평을 남겨 놓았다. 그럼에도 딱히 인상에 남아 있는 게 없다. 매혹적이지는 않았다는 뜻이리라. 이 책은 굳이 안 읽고 미뤄 둔 책이다. 제목부터가 더웠고 고통스러웠다. 그 뜨거움을 마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한 해를 넘기고 여전히 책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이고 이제 날도 추워지기 시작했으니 펼쳐볼까, 펼쳤는데 읽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좋았노라고 쓰지 못하겠다. 


글이, 주제가, 문장이, 표현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게 아니다. 소설의 배경이 싫었다. 이 배경이 싫다고 소설을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작가로서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꼭 이 배경으로 이 시대의 우리네 삶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고, 문제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고,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설정이 마음에 안 드니 소설을 좋은 기분으로 읽고 있을 수가 없는 거다.


아주 적절해서, 지금 이 상황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소설이라서, 이게 또 아프고 불편해서,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주변을 헤아리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심정이라서, 나는 자꾸만 소설 한 편 한 편에 마음의 발길질을 했다. 툭툭, 왜 화제작이 되었는지도 알겠고, 왜 오래 읽히고 있는지도 알겠고, 이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면 이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텐데, 어떻게 우리 사회가 나가는 속도는 느리기만 여겨지는 건지, 나아가고 있기는 한 건지. 


안 읽어서는 안 될 소설이었다. (y에서 옮김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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