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로의 크리스마스 (완전판)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의 제목을 확인하지 않고 읽어 나가다가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임을 알았다. 이 탐정이 등장한다면 당연히 일어나겠지 싶었던 그 일마저 일어나지 않는 반전의 구성. 이 작가의 글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이미 스무 권이나 읽었는데, 단편까지 계산한다면 100편 넘게 읽었을 것인데 마무리는 내 예상밖이다. 나는 끝내 이대로 순진한 척 남게 되는 걸까? ㅎㅎ

인간성 혹은 유전인자의 본질에 대해 매 작품마다 생각해 보게 된다.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 부모로부터 어떤 유전자를 물려 받는가 하는 문제. 막연하게나마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고 느낀 적이 종종 있다. 부모로서의 자질이 모지란다고 느낀다거나 자녀에게는 본인의 약점을 물려 주지 않고 싶다고 느낄 때라고나 할까? 내 불행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그런 마음으로. 이런 마음이 든다고 누구나 아이를 낳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가가 냉정하기는 하다. 피해자를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것을 보면. 마치 심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아무런 동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묘사해 내는 작가의 솜씨는 깔끔하기도 하고 명쾌하기도 하다. 벌을 받아야 할 자, 벌을 받으라 하는 식이어서. 이런 점에 내가 또 호감을 더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y에서 옮김20190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는 역사 선생님이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사관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적어도 일베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 책으로 확인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인정하는가 부정하는가,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우호적인가 비우호적인가,......와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때 어떤 생각과 어떤 신념으로 결정하는지, 그 기준이 바로 사관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이었을까. 누구나 예측은 할 수 있겠으나 예측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상황은 늘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런 결과를 낳았으나 그에게서는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 우리 모두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탓에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럼에도 그 차이를 줄이고 서로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궁극적으로 올바르고 합리적인 것을 향해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모습, 그 모습을 꿈꾸면서 역사는 발전해 왔을 것인데, 그랬으리라 믿고 싶은데.  


역사 자체를 보는 것과 같이 이 작가와 이 작가의 사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거부하고 누군가는 호응하고.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본성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다. 믿고 지지하는 사람이나 사상이 곧 우리 자신의 것을 대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거나, 나는 그런 생각을 끔찍히도 싫어하는데 좋다고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어쩌다 이렇게 거리감이 생기게 된 것일까 의아할 때도 있다. 그렇게 된 배경을 알아보고 서로 이해라도 해 준다면 갈등도 덜하겠지만 작가도 책 안에서 말하고 있기는 한데 그러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달라져 버린 모양이다. 채 이해를 할 틈도 없이. 


위험을 받아들일 만큼 논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존경스럽다.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이니까. 나를 싫어하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입장까지 이해하고 수용하겠는 자세이니까.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저 고마운 일이다.  


어떤 대목은 동의하면서 어떤 대목은 의심하면서 어떤 대목에서는 감탄하면서 어떤 대목에서는 분노하면서 읽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행동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적어도 누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작가보다 6년이 늦은 내 나이. 앞으로의 우리 역사는 조금 더 괜찮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도록 지금 우리 세대가 애쓰고 있다고 여겨도 될까. (y에서 옮김20141222)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내일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이미 들어와 있다. - P27

대립하는 역사인식의 배후에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와 경험, 서로 다른 인생관이 놓여 있다. 혼자 산다면 역사논쟁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남과 어울려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평가한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어떤 사람은 싫어하고 경멸한다. - P30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 P99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부자감세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 편성한 201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액을 두 배로 올리는 것 이외에 복지지출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철도 민영화 정지작업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했고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다. 공공부문의 사유화 또는 시장화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입법과 정책은 전무했고 재벌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시정하는 경제민주화 공약도 완전히 실종되었다. 2014년 들어서는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규제철폐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2007년 이명박 후보와의 후보경선 때 내세웠던 ‘줄푸세‘ 공약, 다시 말해서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4대강 사업 하나를 빼면 곧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된다. 소득분배의 개선과 양극화 해소에 관한 한 특별한 기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 P169

인간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듯이, 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전통이나 관습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자 개인과 사회 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인 개별성을 잃게 된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P278

만약 오늘의 50대가 10년 후 지금의 60대와 같아진다면, 오늘의 40대가 지금의 5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지금의 40대와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두 차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수가 아주 많다. 그들이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보수적 또는 과거 회귀적 고령 유권자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처럼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욕망과 북한에 대한 감정적 증오가 지배하는 추한 사회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 P4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의 이면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1
이영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경우도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애라는 것이 어떤 과정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도 연애를 했을까? 했겠지? 언제? 누구와? 소설 속 연희와 연호가 소개를 받은 순간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내내 지난 어느 날의 내 연애를, 연애 비슷했던 그 무엇을 떠올렸다. 쑥스럽고 민망하고 부질없었다 싶은 감정들까지. 연애가 그렇지, 뭐, 하면서.


연희는 힘든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이런 연희에게 찾아온 연호. 어쩌면, 이런 남자와의 연애라니. 이 소설, 마냥 달콤한 것이 어째 위험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이렇게 달달하게 늘어놓고 있나? 연희를 보호하는 모습조차 의심이 될 정도로. 그래, 내가 아는 거지, 현실에서는 연호처럼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소설에나 나오는 인물의 유형이라는 것을. 내가 세상 남자를 다 만난 게 아니니 나에게만 진실인 표현이고.


그래도 작가가 만들어낸 연호의 인물됨은 충격이다. 연애 자체에 두려움이 생긴다. 사람 자체에 의심이 든다. 내가 누구를 믿을 수 있나, 나는 누구에게 믿음을 줄 수 있나, 우리가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이기는 한가, 인간이 그럴 수 있는 존재인가, 다들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일관되지 못한 생명체일 뿐. 완전할 수 없으니 사랑이 소중하고 그래서 또 사랑은 믿을 수 없고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분량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잠깐 시간을 내어 읽었다. 나는 어느 새 연애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백한 말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게 될까? 나를 괴롭히니까? 그건 정당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해도 이해는 된다. 내 괴로움에 대한 앙갚음일 테니. 그런 게 아닌데도 해치는 마음은? 영화나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마주치곤 하는 단순한 의도의 범죄, 그냥 해치고 싶은 마음에 저지르는 범죄, 무서운 일이다. 언제 피해자가 될지 알 수도 없고, 왜 내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희생이 된다면...


독을 이용하는 범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동서양의 역사를 막론하고 권력 다툼이 일 때 더러 이 방법을 썼다는 것을 보았고, 다른 범죄에 비해 범인의 입장에서는 간편하게 다루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독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범죄가 아닌 것처럼 하면서 교묘하게 살인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이번에도 완전하게 속았고, 작가가 가르쳐 준 뒤에야 누가 범인인지 알았다. 내가 짐작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범인의 의도는 더 무섭게 여겨졌다.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면, 사람을 보는 내 판단력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는 셈이니까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무 권의 마지막 책이었다. 어느 한 권도 재미없다고 느낀 적이 없으니 대단한 작가라고 할 수밖에. 나의 오락으로는 퍽 만족스러운 책읽기였다. (y에서 옮김20190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같은 물음이라는 것, 이 책으로 또 확인한다. 나는 정치인이 아닌, 자유인인 이 작가, 글쓰는 사람인 유시민이 좋다. 다행이다, 이분이 작가로 돌아오셔서. 기다려도 좋을 분. 


문체는 거칠고 시원시원하다. 단호한 생각을 보이고 있으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 아량과 깊이가 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바르다고 믿고 있느나 당신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고, 당신의 생각은 또 그대로 존중해 주고 싶다'고 말하는 자세. 생각이 다르다고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나무라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 주겠다는 표현, 그러면서도 자신의 당당한 의견과 태도를 가지라고 당부하는 표현, 평소 섬세하고 다정한 표현을 좋아해 온 나로서는 의외의 호감이었지만. 


정치라는 게, 특히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라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한 것인지, 차라리 외면하고 말 정도로 둔감해 버린 영역이 되어 버렸는데, 외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정치 발전에서는 더 멀어지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정말 지긋지긋해서 모른 척하고 싶은 것이 되어 버렸는데. 그런 세상에 몸담고 있다가 다치고 깨졌던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니.(우리나라의 정치는 이대로 발전 중이라는 말, 지금은 비록 지긋지긋해 보여도, 어떤 식으로든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믿고 싶다.) 


이 책으로 내 나이와 내 삶과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끼리 공유하는 위로나 기쁨이라고나 할까. 깊이와 무게는 서로 같지 않더라도 함께 겪었을 아픔이나 분노나 희망이 느껴졌으니까. 


나도 나이 잘 들어가고 싶다. 일과 놀이, 사랑과 연대, 잊지 말고. 작가가 보여 줄 글, 계속 봐 가면서. (Y에서 옮김20130703)

일과 놀이가 인생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랑과 연대라고 나는 믿는다. - P28

만약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계속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이미 훌륭한 인생이다. 그대로 가면 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지금처럼 살 수는 없다고 느끼거나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아직 충분히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더 훌륭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 - P34

내가 돌 하나를 놓고 가면 다음 사람이 또 하나를 놓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민중이 역사의 강을 건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징검다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 P36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사람들은 또 저마다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 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 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 P37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 P56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 P89

만약 자식이 행복한 삶을 갈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첫째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 둘째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꿈이나 희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소망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자녀들은 부모가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 P213

개인이 생존하는 데는 사회적 결속과 유대, 상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을 이기는 능력뿐만 아니라 타인과 쉽게 공감을 이루어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타인의 기쁨뿐만 아니라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대가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눈물이 나려 한다면, 그것은 그대가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임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증거가 된다. - P248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이해하면 그 차이를 비교적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진보는 서민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부자증세에 찬성하지만 보수는 반대한다. 진보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하지만 보수는 내국인의 이익과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한다. 진보는 동성애에 대해 너그럽지만 보수는 동성애를 혐오한다. 진보는 전쟁에 반대하고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옹호하지만 보수는 부국강병을 좋아하고 외부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선호한다. 진보는 여성과 장애인등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매우 강조하지만 보수는 덜 그렇다. 진보는 무슨 문제가 있으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을 중시한다. - P254

나와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들의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 이 모두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재능이며 본능이다.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 있고 존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제4원소이다. - P2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