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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는 역사 선생님이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사관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적어도 일베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 책으로 확인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인정하는가 부정하는가,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우호적인가 비우호적인가,......와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때 어떤 생각과 어떤 신념으로 결정하는지, 그 기준이 바로 사관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이었을까. 누구나 예측은 할 수 있겠으나 예측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상황은 늘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런 결과를 낳았으나 그에게서는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 우리 모두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탓에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럼에도 그 차이를 줄이고 서로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궁극적으로 올바르고 합리적인 것을 향해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모습, 그 모습을 꿈꾸면서 역사는 발전해 왔을 것인데, 그랬으리라 믿고 싶은데.
역사 자체를 보는 것과 같이 이 작가와 이 작가의 사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거부하고 누군가는 호응하고.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본성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다. 믿고 지지하는 사람이나 사상이 곧 우리 자신의 것을 대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거나, 나는 그런 생각을 끔찍히도 싫어하는데 좋다고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어쩌다 이렇게 거리감이 생기게 된 것일까 의아할 때도 있다. 그렇게 된 배경을 알아보고 서로 이해라도 해 준다면 갈등도 덜하겠지만 작가도 책 안에서 말하고 있기는 한데 그러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달라져 버린 모양이다. 채 이해를 할 틈도 없이.
위험을 받아들일 만큼 논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존경스럽다.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이니까. 나를 싫어하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입장까지 이해하고 수용하겠는 자세이니까.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저 고마운 일이다.
어떤 대목은 동의하면서 어떤 대목은 의심하면서 어떤 대목에서는 감탄하면서 어떤 대목에서는 분노하면서 읽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행동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적어도 누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작가보다 6년이 늦은 내 나이. 앞으로의 우리 역사는 조금 더 괜찮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도록 지금 우리 세대가 애쓰고 있다고 여겨도 될까. (y에서 옮김20141222)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내일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이미 들어와 있다. - P27
대립하는 역사인식의 배후에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와 경험, 서로 다른 인생관이 놓여 있다. 혼자 산다면 역사논쟁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남과 어울려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평가한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어떤 사람은 싫어하고 경멸한다. - P30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 P99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부자감세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 편성한 201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액을 두 배로 올리는 것 이외에 복지지출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철도 민영화 정지작업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했고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다. 공공부문의 사유화 또는 시장화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입법과 정책은 전무했고 재벌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시정하는 경제민주화 공약도 완전히 실종되었다. 2014년 들어서는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규제철폐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2007년 이명박 후보와의 후보경선 때 내세웠던 ‘줄푸세‘ 공약, 다시 말해서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4대강 사업 하나를 빼면 곧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된다. 소득분배의 개선과 양극화 해소에 관한 한 특별한 기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 P169
인간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듯이, 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전통이나 관습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자 개인과 사회 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인 개별성을 잃게 된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P278
만약 오늘의 50대가 10년 후 지금의 60대와 같아진다면, 오늘의 40대가 지금의 5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지금의 40대와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두 차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수가 아주 많다. 그들이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보수적 또는 과거 회귀적 고령 유권자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처럼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욕망과 북한에 대한 감정적 증오가 지배하는 추한 사회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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