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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이면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1
이영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평점 :
이런 경우도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애라는 것이 어떤 과정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도 연애를 했을까? 했겠지? 언제? 누구와? 소설 속 연희와 연호가 소개를 받은 순간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내내 지난 어느 날의 내 연애를, 연애 비슷했던 그 무엇을 떠올렸다. 쑥스럽고 민망하고 부질없었다 싶은 감정들까지. 연애가 그렇지, 뭐, 하면서.
연희는 힘든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이런 연희에게 찾아온 연호. 어쩌면, 이런 남자와의 연애라니. 이 소설, 마냥 달콤한 것이 어째 위험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이렇게 달달하게 늘어놓고 있나? 연희를 보호하는 모습조차 의심이 될 정도로. 그래, 내가 아는 거지, 현실에서는 연호처럼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소설에나 나오는 인물의 유형이라는 것을. 내가 세상 남자를 다 만난 게 아니니 나에게만 진실인 표현이고.
그래도 작가가 만들어낸 연호의 인물됨은 충격이다. 연애 자체에 두려움이 생긴다. 사람 자체에 의심이 든다. 내가 누구를 믿을 수 있나, 나는 누구에게 믿음을 줄 수 있나, 우리가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이기는 한가, 인간이 그럴 수 있는 존재인가, 다들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일관되지 못한 생명체일 뿐. 완전할 수 없으니 사랑이 소중하고 그래서 또 사랑은 믿을 수 없고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분량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잠깐 시간을 내어 읽었다. 나는 어느 새 연애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