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서 읽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후속작품. 여자 쪽에서 남자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형식의 글. 그리고 사랑과 믿음과 기다림과 만남의 이야기.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 자체가 기획의 의도가 된다. 읽는 나로서는 그저 부러운 사항이고. 부러워만 하고 가질 꿈은 꾸지 말자, 읽는 동안 다스린 내 마음이다.

재미있었다. 앞 글보다 더 좋았다. 내가 여성 탓인가, 나이가 든 탓인가, 외로움보다는 부대낌을 더 견딜 것 같아서인가, 앞 글의 구체적인 표현들을 그만 잊고 말아서인가. 분량은 길지 않았고 편지가 바뀔 때마다 여백의 페이지가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읽었다. 집중이 잘되기도 했다. 이토록 그윽한 우주적인 시간을 이렇게나 짧게 누릴 수도 있었다니.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어쩌면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상대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 내 사랑은 지켜질까, 내 사랑은 믿을 만할까, 나는 나를 믿고 있나...... 믿는다, 믿는다, 자꾸만 외는 것도 믿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탓은 아닐까. 사람이란 워낙 불완전한 존재라서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가 나라도 말이지. 

소설은 현실을 달래 준다.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아닌 것도 못 이룬 것도 소설은 가능하도록 해 준다. 구차한 현실을 소설이 지닌 바람직한 가치 쪽으로 조금이나마 이끌어들일 수만 있어서, 나는 계속 소설과 소설가를 응원할 것이다. 내 삶의 든든한 조건이 된다.(y에서 옮김202504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 나오게 된 배경이 무척 흥미롭다. 결혼할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한 작품으로 작가에게 신청해서 받은 소설이라니. 신청자도 작가도 멋져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설을 선물하다니, 두 사람을 위해 소설을 쓴다니. 나는 두 쪽이 마냥 부럽다. 어느 것도 얻지 못할 처지이면서.

우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간이 꼬인다. 우주로 여행하는 사람이 보내는 시간과 지구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니까. 나는 이 상대적인 흐름을 헤아리는 데에 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 초반에 여러 번 읽고 따져야만 했다.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절반 넘게 읽어야 했고. 그러면서 다 이해했다고도 말 못하겠고. 그냥 다른 시간을 다른 공간에서 다르게 살면서 서로 기다리고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우리 사는 형태가 정녕 이런 것일 수도 있다. 같이 살고 있는 듯해도 각각 다르게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에 있었어도 다르게 기억하는 일은 셀 수 없이 많고. 한쪽은 기다리게 하고 한쪽은 기다리고 살았는 줄 알았는데 뒤에 보니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각자의 생이 각자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을 뿐. 그러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랬을 뿐. 그럼에도 우리는 만나야 하고 만나서 사랑을 해야 하고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옆에 있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3부작이라고 한다. 『당신에게 가고 있어』, 『미래로 가는 사람들』이 출간되어 있다고 하는데 읽을까 어쩔까 망설이고 있다. 이 지점이 현재 이 작가의 글과 내가 만난 교차점이다.(y에서 옮김202503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 한잔 인생 한입 4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마다 똑같은 일상이, 대수롭지 않은 일정으로만 이어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는 다 알게 되었을 시절이다. 설령 복권이 당첨되지 않아도, 몰랐던 친지로부터 난데없는 유산을 물려받지 않아도, 늘 하던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고마운 날들이라고.

그래서 더 그런가, 이 만화책 자꾸만 손이 간다. 일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 술문화를 딱히 동경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보다 술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게 아님에도 술 마시듯 만화를 본다.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비롯해서 4권을 구했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귀한 술 4병을 구한 듯한 기분이 이러하지 않을까 여기면서.

매책마다 사계절의 풍류가 다 담겨 있다. 이번 책에서 고른 하이쿠는 여름 풍경이다. 아직은 추운 겨울, 건조한 날씨로 동해안 지방에는 산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독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고, 뉴스란은 대통령 선거 관련 이야기들로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이런 벅찬 환경을 다 끌어안을 수 없는 보통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한 잔 술에 시름을 달랠 수밖에 없을지도.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일, 좀더 겸손해지고 너그러워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내 것만 바라보아서는 안 될 테니. (y에서 옮김20220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 한잔 인생 한입 3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만화 3권에 이르니 작가가 주인공 소다츠의 입으로 내보내는 하이쿠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이쿠에 대해 잘 모르지만 '5-7-5음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7자로 된 일본의 시문학 종류 중 하나로 계절 감각을 보이는 소재가 쓰이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짧은 글이 술맛을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계기로 하이쿠라는 장르에 가까워지게 될지 몰랐지만.

술과 관련된 다른 만화인 '와카코와 술'과는 주인공이 마시는 술의 양에 차이가 많이 난다. 와카코가 일 마치고 가볍고 우아하게 한 잔 하는 것에 비해 이 만화의 소다츠는 일 마치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중에도 심지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부터도 기회만 되면 술을 마시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만화니까 그럴 수 있겠다 여겼다가, 어쩌면 세상에는 실제로 이만큼 술을 사랑하며 빠져드는 이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건강이나 사회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재미있다. 책값도 담겨 있는 내용에 비해 헐한 편이라 이게 또 마음에 든다. 마치 가볍게 한 잔 하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일본의 술 문화를 보이는 내용이라 우리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어떤 에피소드는 우리네 사정과 퍽 비슷해 보여 그게 또 신기하다. 그런데 정말, 술은, 이렇게 계절마다 안주마다 배경마다 다르게 어울리는 것일까. 미지의 세계로 남겨 두고 간접 경험이나 계속 하련다. (y에서 옮김202202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 좋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 묘사에 있다. 같은 풍경, 같은 심리를 어떻게 글로 그려 내는가 하는 점. 독자인 나로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할 수 없는 표현력을 보여 주는 글에 빠진다. 이 작가의 글처럼.

소설 안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흐르고, 사람들은 살고 또 사라진다. 여섯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배경, 다른 주제를 보여 주지만 사람이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또 이렇게 마음 아프게 빠져들기도 하는 것이고.

소설들의 제목에서는 가볍고 경쾌한 낱말들이 보인다. 이제는 알겠다, 가벼운 제목일수록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주제가 그리 무겁지 않다면 소설가가 무겁게 삶을 다루려고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또 아닌 것처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가벼운 점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피아노'는 경쾌하기는커녕 무겁기만 했으며, '하품'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전적인 시간'은 낭만도 없이 허름하기만 했고, '나의 루마니아 수업'은 어둡고 쓸쓸하기만 했다. '파수꾼'에서는 어쩌자고 고양이를 자꾸 불러내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밝지 않은, 밝을 수 없는 소설들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한 편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선물로 받은 책인데 준 이에게 돌려 주고 싶었다.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며, 같이 읽는 사람이 되자며, 같이 이 우울의 시대를 건너 보자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계속 관심이 생겨서 반갑다.

표지 그림이 퍽 인상적이다. 표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인데 강하게 이끌렸다. 빈 자리가 강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y에서 옮김202408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