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3 - 언제나 그 자리에 오늘의 인생 3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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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어떻게 맞이하고 보낼 것인가, 더없이 무겁게? 더없이 가볍게?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하게?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은 없다.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을 먹고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일을 하면서 보내다가, 오늘은 이런 오늘이구나, 가벼운가? 무거운가? 살 만한가? 지긋지긋한가? 잠깐 물어볼 뿐. 물어보다가 날은 저물고 저문 날 끝에서 오늘이 흘렀구나 할 뿐.

대단하지 않은 날들에 대한 담백한 독백이 그지없이 마음에 든다. 내 일상이 작가의 것과 비슷하여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안 살 이유가 없는 셈이니까, 이렇게 사는 일만도 넘치도록 충분하다 싶으니까. 세상은 복잡하고 어지럽고 따분하다가도 끔찍하기도 한데 나는 벗어나 있는 것만 같다. 조용하고 단조롭고 평화로워서 그렇지 못한 세상 쪽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작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고마워해야 할 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 참 평온하다.

책을 볼 때만 작가가 하는 일을 따라서 하고 싶어진다. 나도 오늘의 인생과 같은 일기를 쓰고 싶다거나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책 다 덮고 이 리뷰까지 올리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말 일을. 책을 보면서 내내 궁리하고 있었다. 어떤 종이에 그려 보나, 어떤 말들로 꾸며 보나, 그리고 적은 종이를 어느 상자에 담아서 보관하나, 아직 하지도 않은 일들의 결과물을 정리하느라고 상상 안에서 분주하기만 했다. 삶이 이래도 되나, 이렇게 아무런 쓰임이 없어도 되나, 살짝 두려운 마음이 생기도록.

나는 작가처럼 맛있겠다고 생각한 빵을 척척 사지 못한다. 척척 사지 못해도 아쉬울 게 별로 없다 싶은 오늘의 인생.(y에서 옮김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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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시선 516
박준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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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시집이다. '-습니다'체가 참 그윽하게 읽히고 읽는 그대로 읽는 내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이런 시집은 반갑지, 요즘처럼 난폭한 시대에는. 말 한 마디로도 용서를 할 수 있겠는데 시 한 구절이라면, 시 한 편이라면, 나는 흘기던 눈빛마저 거두어 들이겠다. 


시인은 멀리 있고, 멀리서 기다리고 있고, 더 멀리서 오는 이를 부르지도 않고 서 있다. 오는 줄 알고 있으니 담담하겠지만 지켜보는 내 마음은 애탄다. 오다가 안 오면 어쩌려고 이러나. 오다가 도로 멀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 사람도 계절도 운명도 바라는 이의 바람대로 오는 게 아니던데. 바라지 않는데 오고 바라지 않는데 가서 속상하게 하던데. 이리 다 알고 있으니 시가 이렇게 처연한 것이구나. 나도 너도 우리 모두는 시 앞에서 잠시 허물어져도 괜찮다고. 


슬퍼하지 말라고 할 일이 아니다. 괴로워하지 말라고 노여워하지 말라고도 할 필요가 없다. 느끼면 느끼는 대로 하면 하는 대로 내보이는 감정의 속살들, 부끄럽고 민망할 때 딱 맞춰 시에게 기대면 될 일이다. 그래서 이 시집 안의 시에 종종 기대어 머물렀다. 내 어린 날의 기억들이 도무지 민망하여 견디기 어려웠기에, 그럼에도 그조차 애틋하였기에. 


나는 지금이 퍽 좋다. 마중을 나갈 시간도 배웅을 해야 할 시간도 딱히 없어 퍽 좋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도 치르지도 않고 이 시집을 읽는 지금의 여유가, 지금의 시절이, 지금의 사람들이 퍽 좋다. 

저마다 바래 이제는
비슷한 색을 나누어 가진 지붕들 - P12

멀리 있는 이가 여전히 멀리 있는 것처럼 그래도 있기는 있는 것처럼 - P16

오늘 길어진 네 그림자가
어제 내가 그리워한 것에 닿아 - P17

우리의 목소리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닮아간다 - P33

그런 언덕이라면
좋겠습니다

구부러진 길
끝에서도 내다보이는
- P40

세상 아까운 것들마다 아낀다는 것이다 - P44

속절없이 맞닥뜨리고 있는 것과 애를 쓰며 다시 마주하고자 하는 것의 사이가 이참에 아주 멀어지기를 영영 아득해져서는 삶의 어느 장면에서도 한데 놓이는 일이 없기를 - P55

서른해쯤 전 봄날의 당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 P77

서산. 저녁이 밤이 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만으로 하루가 충분해질 때가 있다. 시간은 가기도 잘도 간다. 정해진 방향이 없어 가끔 뒷걸음질을 한다. 만약 그날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내야 한다면 지금과 꼭 같이 하지는 못할 것이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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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속의 내 정원 문학과지성 시인선 247
박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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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리뷰를 쓰는 내 마음이 아주 꺼림칙할 때. 별로 와 닿지 않고, 그런데도 뭐라고 기록을 남겨 놓기는 해야겠고, 안 좋은 이유를 굳이 밝히자니 개인적 취향일 것이라 작가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고. 특히나 이 작가의 초기 작품들을 좋아했던 터라 시간이 흘러간 것만 애매하게 원망한다.

무엇보다 낯설었던 것은 한자를 넣었다는 점이다.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꼭꼭 들어 있다. 마치 그 한자에 집중해 달라는 듯이. 나로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읽기가 아주 성가셨는데. 이 구절에서 이 한자를 꼭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시 전체를 못 보고 한자에 매달려 시를 낭비했다. 시간도 낭비했다. 

몇몇 글에서는 눈길이 멎곤 했다. 내가 왜 멈추고 있는가 살펴보니 한자 없이 우리말만으로도 충분한 시들에서였다. 얼핏 예전에 느꼈을 좋은 감정들이 떠오르는 듯도 했다. 룩말을 위하여, 통유리창, 도라지꽃 피는 계절, 메주. 4편을 건지는구나. 시집을 다시 펼쳐야만 읽을 수 있도록 메모는 남기지 않는다. 

일생을 한결같기란 어렵겠구나, 글에서는 더더욱. 어느 쪽이 나아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y에서 옮김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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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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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부제로 보이는 말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그래, 세상이든 다른 사람이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내 생은 오늘도 흐르고 흐른다. 내가 못 느끼고 있을 뿐, 매일매일 매순간순간마다 나는 조금 더 살면서 조금 더 나이들어 가고 있다. 내 옆에서 누가 무엇을 하나, 그로 인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사나, 신경을 쓰면 쓰는 대로 안 쓰면 또 안 쓰는 대로.

 

한 칸부터 몇 장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전개되고 있는 작가의 어느 날 어느 순간의 인생 이야기. 부담없이 촉촉하게 읽힌다. 어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해 봤던가, 아니다, 생각을 하려고 안 했던 것 같다, 신기하군, 이런 모습들이 보이고 들리고 와 닿기도 한단 말이지. 작가가 작가라서 더 집중하며 관찰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시 비교해 보았다. 작가의 시선과 내 시선.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활 모습이 작가에게는 보이는데 나는 왜 못 봤을까를 궁리하다가 정리한 내 특성. 나는 다른 사람을 잘 안 보는 편인 거다. 나는 카페나 식당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일부러 관심을 끄고 있는 쪽이다. 그들을 보는 것도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는 들려도 듣지 않으려 하고, 그냥 나만 생각하거나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는 쪽. 이런 태도가 예의 있는 것으로 여긴 탓이 컸고(언제 어떻게 배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러고 살다 보니 남 사는 모습에 괜히 마음 어지러워지는 일이 안 생겨 홀가분하기도 했고.  

 

관찰력이라든가 관찰하는 태도가 내게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는데 이게 다 나의 이런 습성 때문이었던 거다. 안 보는데 어떻게 키울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바깥으로 향하는 관심도 개인적인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것일 테지?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볼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날 호기심도 아닐 텐데. 그냥 살아 오던 대로 사는 거지, 딱히 남 사는 모습에 반짝일 내 영혼도 아닌 것이고.

 

이렇게 반대의 성향이라서 이 작가의 시선이 내게 더 신선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안 보고 못 보는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보여 주는 그림 이야기라서. 이 중에 어떤 이야기는 또 뭉클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단 말이지. 내가 못 가진 능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며.   

 

달달한 것을 먹고 싶어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는 작가, 코로나 19로 참고 있다는 말에는 우리나라나 이웃 나라나 사정이 같다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2020년은 정말 빼앗긴 한 해처럼 느껴진다. 책이나마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y에서 옮김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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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컬트한 일상 : 가을.겨울 편 나의 오컬트한 일상
박현주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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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속을 얼마나 정확히 알아차리고 있는가. 나는 당신의 마음을 어느 선까지 읽을 수 있는가. 파악한 그 내용은 진실에 혹은 사실에 얼마나 가까운가. 믿는 대로 믿고 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그러면 또 어때서? 결국 다 알아낼 수도 없고 정확하지도 않은 것을. 그러려니, 체념처럼 포기처럼 변명처럼 항변처럼, 살려고 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재미있다. 읽을수록 재미있다. 도재인의 오컬트한 일상을 시간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어서 도로 더 재미있다. 세 번째 책을 먼저 읽었고 재인과 성현이 이미 아는 사이로 나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읽는 재미라니. 그것도 둘 사이에 오컬트적 요소가 이미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어서 어쩌려고 이러나 기대하는 마음에 더 재미있었다.


인물 사이의 관계를 서술하는 방식도 세밀하지만 배경을 적절하게 그려 보이는 점이 아주 돋보인다. 다른 이유 없이 화자인 재인이가 가서 머문 공간에 가 보고 싶을 만큼이다. 담양도 대구도 제주도 다 궁금하다. 내가 그곳에 가면 마치 재인과 성현을 마주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소설 속 배경과 같은 계절에 같은 장소에 가 보는 꿈을 꾼다. 꿈만이라도.


재인과 성현과 헌이 만나고 헤어졌다. 제일 먼저 읽은 세 번째 책을 다시 봐야 할 듯하다. 나는 세 권을 다 읽고서야 이 시리즈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먼저 전화하게 해서 미안해요. - P256

말하지 않음으로써 속였고...... 일을 하러 갈 때는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죠.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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