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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속의 내 정원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47
박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평점 :
글을 읽고 리뷰를 쓰는 내 마음이 아주 꺼림칙할 때. 별로 와 닿지 않고, 그런데도 뭐라고 기록을 남겨 놓기는 해야겠고, 안 좋은 이유를 굳이 밝히자니 개인적 취향일 것이라 작가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고. 특히나 이 작가의 초기 작품들을 좋아했던 터라 시간이 흘러간 것만 애매하게 원망한다.
무엇보다 낯설었던 것은 한자를 넣었다는 점이다.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꼭꼭 들어 있다. 마치 그 한자에 집중해 달라는 듯이. 나로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읽기가 아주 성가셨는데. 이 구절에서 이 한자를 꼭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시 전체를 못 보고 한자에 매달려 시를 낭비했다. 시간도 낭비했다.
몇몇 글에서는 눈길이 멎곤 했다. 내가 왜 멈추고 있는가 살펴보니 한자 없이 우리말만으로도 충분한 시들에서였다. 얼핏 예전에 느꼈을 좋은 감정들이 떠오르는 듯도 했다. 얼룩말을 위하여, 통유리창, 도라지꽃 피는 계절, 메주. 4편을 건지는구나. 시집을 다시 펼쳐야만 읽을 수 있도록 메모는 남기지 않는다.
일생을 한결같기란 어렵겠구나, 글에서는 더더욱. 어느 쪽이 나아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y에서 옮김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