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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3 - 언제나 그 자리에 ㅣ 오늘의 인생 3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12월
평점 :
하루하루를 어떻게 맞이하고 보낼 것인가, 더없이 무겁게? 더없이 가볍게?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하게?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은 없다.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을 먹고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일을 하면서 보내다가, 오늘은 이런 오늘이구나, 가벼운가? 무거운가? 살 만한가? 지긋지긋한가? 잠깐 물어볼 뿐. 물어보다가 날은 저물고 저문 날 끝에서 오늘이 흘렀구나 할 뿐.
대단하지 않은 날들에 대한 담백한 독백이 그지없이 마음에 든다. 내 일상이 작가의 것과 비슷하여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안 살 이유가 없는 셈이니까, 이렇게 사는 일만도 넘치도록 충분하다 싶으니까. 세상은 복잡하고 어지럽고 따분하다가도 끔찍하기도 한데 나는 벗어나 있는 것만 같다. 조용하고 단조롭고 평화로워서 그렇지 못한 세상 쪽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작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고마워해야 할 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 참 평온하다.
책을 볼 때만 작가가 하는 일을 따라서 하고 싶어진다. 나도 오늘의 인생과 같은 일기를 쓰고 싶다거나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책 다 덮고 이 리뷰까지 올리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말 일을. 책을 보면서 내내 궁리하고 있었다. 어떤 종이에 그려 보나, 어떤 말들로 꾸며 보나, 그리고 적은 종이를 어느 상자에 담아서 보관하나, 아직 하지도 않은 일들의 결과물을 정리하느라고 상상 안에서 분주하기만 했다. 삶이 이래도 되나, 이렇게 아무런 쓰임이 없어도 되나, 살짝 두려운 마음이 생기도록.
나는 작가처럼 맛있겠다고 생각한 빵을 척척 사지 못한다. 척척 사지 못해도 아쉬울 게 별로 없다 싶은 오늘의 인생.(y에서 옮김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