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2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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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의지력이라는 게 참 대단할 수도 있고 아주 하찮을 수도 있고. 뭔가를 이루어낸 사람의 일생을 보면 어찌 그렇게 해 냈을까 싶은데, 또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면 어찌 저렇게밖에 못 살았던 걸까 싶기도 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임에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 이른바 나쁜 남자에 빠져 드는 형국이랄까, 이해도 안 되고 거부감이 들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음에도 궁금해지는 사람. '술라'

이미 나와 있는 결론에, 이미 알고 있는 줄거리에, 그럼에도 또 읽을 수 있게 하는 힘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있는 것이겠지. 역사적 사실과 그 사실을 전하기 위해 적절히 엮었을 가상의 이야기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펼쳐지는 속에서 느끼는 재미가 상당하기도 하고. 복잡하게 되풀이되는 이름들이 헷갈려도, 헷갈려서 채 구별이 안 되어도 읽어 나가는 속도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신기한 경험까지.

연달아 읽는 게 아니다. 사이사이 다른 책을 읽고 있어서 앞서 전편을 읽었던 느낌이 완전히 기억나지 않는데, 이게 또 그렇게 나쁘지 않다. 큰 줄거리는 기억에 있고, 세세한 줄거리는 잊었어도 다시 이어 나가는 데 무리 없이 곧 살아나고, 인물들의 삶은 여전한 모습으로 계속되고, 이 계속되는 생이 나의 생에까지 이어지는 듯 싶어 그 다르지 않음이 신기하고. 거듭거듭 같은 생각이 반복되는 것을 느끼면서 위로라고나 할까, 내 고단한 생을 이들의 지나간 생이 어루만져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지. 사는 게, 살아 남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그게 그리 대수롭지 않을 수 있으니 하루하루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고 하는 듯도 하고.

남자는 남자대로 사는 무게가 있고, 여자는 여자대로 사는 무게가 있었다. 그때 그곳에서는 그들대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는 또 우리들처럼, 마냥 어려울 것도 마냥 쉬울 것도 없는 게 인생이고, 일생이라면, 그게 온전히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불평이나 투정보다는 수용이나 포용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정말 삶이라는 건 누군가 나에게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니까 말이다.

다른 성별로 태어나서 남자로 자라는 것과 여자로 자라는 것이 다르고, 신분에 따라 누구랑 결혼하느냐 하는 것도 남은 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되고, 한쪽의 마음이 변해 배신하느냐 배신당하느냐 하는 것도 누군가의 생에는 큰 변화의 계기가 되고, 그럼에도 누군가는 끈질기게 살아 남고 누군가는 어이없이 죽어서 끝을 맺고.

전쟁, 참으로 한숨 나는 말이다. 죽였어야 한다는 거다. 꼭 죽였어야 하는가 물어볼 것도 없이 몽땅 죽여야 그 전쟁을 끝낼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 지금 돌아보면 허무하기만 했을 상황인데, 그때는 또 그때대로 그렇게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했더라는 것이지. 어쩌면 지금의 우리도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 그와 비슷한 허무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권력도 사랑도 야망도 부귀도 한낱 꿈 같은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되는 것이다. 아니라고 해도, 부질없는 노릇이라고 해도, 허황된 욕망이라고 해도, 그걸 갖고 싶은 사람은 갖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동의가 될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그런 사람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모든 게 '술라' 때문이다. 3권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것인지. (y에서 옮김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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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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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읽고 묻고 한탄하게 되는데, 우리 인간은 나아질 수 있을까? 오래오래 전, 인간이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은 나의 의심이고 나의 불만이라 답이 오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부터 우리 자신에 대해 믿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유일한 낙관은 절망도 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그렇지, 뭐, 나도 이런 것을.

소설가는 끝없이 성장을 이야기하고 소설을 읽는 나는 작가를 따라 끝없이 성장을 꿈꾸지만 매번 처박히는 느낌이다. 어디를 감히 오르려고? 어렸을 때는 어려서 그런가 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점점 더 나이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기억에서도 현실에서도. 이 책을 이런 마음으로 읽어야 해서 나는 내내 서글펐다. 나만 이런 게 아니란 것을 아는 게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까지.

작가가 소설집을 낼 때는 이전에 쓴 작품을 모아야 할 테니 읽는 쪽에서는 이미 읽은 글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띄엄띄엄 읽으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다시 읽어도 새로울 수 있겠지만 한 작가의 글을 계속 읽게 되면 겹친다. 얼마 전에 봤구나, 어째 좀 손해 보는 느낌인데? 싶은. 한 편이라도. 마음에 들 경우 더 그렇게 된다.

이 작가의 글에서는 유독 배경이 돋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일산의 원미우동집, 부산 영도, 가파도, 초전의 들판 같은 곳들. 가서 내 청춘을 돌아보겠다는 것은 아닌데, 가서 내 노후를 계획하겠다는 것은 더욱 아닌데, 나를 떠나 나를 돌보는 지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찌 이리 한심한가 하다가도 이만큼이나 살아 왔으니 잘했네, 그래 주고 싶은 마음이어서. 작가도 내게 이렇게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마음결을 읽는 데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도 공간도 내 처지도. 나는 지금 소설가가 써 놓은 마음결을 읽을 여유를 갖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긴다. 이토록 안팎으로 곤궁한 시절임에도.(y에서 옮김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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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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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Corona Graminea) : 로마 최고의 군사 훈장으로, 전장의 풀로 만들어 현장에서 주어지는 관

콜린 매컬로의 소설 두 번째 작품 1권이다.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기억을 못할 뿐 찾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역사적 사실임에도 아주 재미있게 읽힌다. 이게 작가의 솜씨겠지. 정통 역사서나 역사 에세이가 아니라서 작가의 직접적인 서술을 읽는 재미는 없다. 그런데 그 점이 전혀 서운하지 않다. 글의 내용 일부가 소설의 형식을 보완하는 허구임을 알면서도 빠져든다.

이번 2부에는 술라다. 술라라는 사람, 참 오묘하다. 내가 좋아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끌린다. 잘생겼다고 하고, 매력적이라고 하고, 그런데 잔인하고 무섭기도 하다. 앞선 1부에서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야망이, 이번 2부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1권에서 시작하여 2~3권으로 넘어가면서 꽃을 피울 모양이다. 로마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까지.

재력과 권력과 정치력과 정략결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어느 하나도 뺄 수가 없는 요소인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기나 거기나. 여기에 배신과 음모까지.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정권과 정권 사이에도, 하다못해 가까운 이웃끼리도. 이렇게 복잡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사람 참 다 다르구나 싶기도 하고.

지금을 살면서 지금보다 더 먼 미래를 헤아리는 눈, 필요하고 중요하다.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바로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그 다음을 보지 못한다. 역사가 무수히 가르쳐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좇는 사람들은 그 역사가 자신만은 비껴 가리라고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를 리가 없는데,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 시대에는 로마와 이탈리아가 다른 개념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계급 간의 불평등, 지역 간의 불평등, 남녀 간의 불평등,…… 역사는 나아지는 게 아니라 되풀이되고 있을 뿐인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한 마음도 들고.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고(그 과정에서의 희생이 몹시 아프고 크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술라의 힘찬 발걸음이 기대된다.(y에서 옮김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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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반양장) -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 창비청소년문학 118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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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귀여움이 취향의 주요 요건이 된 것 같다. 나도 확실히 물들어 있다. 귀여움이 존재의 의의인 고양이부터 각종 귀여운 물품들.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호감을 갖게 되는 대상들. 가능하다면 귀여운 생각까지 끌어 안고 싶다.


이 소설, 여러 모로 귀엽다. 우선 인물들.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 3명도, 이들의 선배인 고등학생도, 이들의 담임이자 도서담당인 선생님도. 이들이 만나게 되는 아득한 거리의 사람들도. 종이접기는 말할 것도 없다. 하마터면 내가 종이접기 책을 주문할 뻔했다. 귀엽게 종이를 접고 앉아 있고 싶군, 했으니까. 오래된 도서실도 귀여운 풍경을 품고 있다. 언뜻 썰렁하고 괴기스러울 듯한 모습을 귀여운 선으로 이어 놓고 있다. 인물들의 힘이다. 


주제는, 음, 따분하다. 청소년 권장도서로 딱 적당하다 싶을 만큼 전형적이다. 초반의 전개 과정이 신선해서 기대를 했는데 결말로 가는 길이 뻔히 보였다. 내게만 아쉬운 점일지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히 보였으니 다른 독자에게는 장점이 되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름을 새겨 본다. 인물 하나하나를 무척 사랑스럽게 그려 낸다. 사람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작가의 글을 더 읽을 이유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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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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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게 있기는 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 놓고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하필 요즘 같은 정치 상황 때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늘 세상은 그래 왔던 것인지, 나만 모르고 나만 착각하고 있었던 건지, 실망에 좌절감이 깊어지다 보니 온통 암울하기만 하다.


권력, 잡으면 좋기는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는 느낌, 통제한다는 우월감이 쾌감을 주는 건 맞을 테니. 그런데 그게 얼마나 좋으면 자신의 인생을 거는가 하는 점에 이르면 막막해진다. 나는 이제까지 모자라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권력욕에 휩싸여 멸망에 이르는 사람들은 책을 안 읽었거나 잘못 배웠거나 덜 배웠거나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그들을 잘 가르치고 잘 달래고 깨우치게 이끌어 주면 달라지는 삶을 얻을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믿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야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나로서는 또다른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이 쳔 년도 전에, 우리와는 정 반대쪽에 있는 저쪽 먼 땅에서, 인류 최대의 문명이라고 불리는 로마 시대의 권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권력을 얻고 유지하고 빼앗고 빼앗겼는지를. 본성일까, 이쯤 되면 본성이라는 것을 빼고서는 설명할 방법을 못 찾겠다. 원래 그렇게 살도록 태어났더라는 것.


협잡, 모함, 권모술수, 수탈, 배신, 음모……. 비슷한 말을 더 늘어 놓고 싶으나 쓰는 내 기분이 나빠져서 그만두련다. 모르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 알면서, 나쁘다는 것도 부정직하다는 것도, 비양심적이라는 것도 다 알면서 눈앞의 이익과 권력과 욕심에 기꺼이 자신을 바쳤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비도덕적이고 타락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들은 그들대로 반대쪽 사람들을 보고 비웃었을 것이라는 점.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나 거기나.


본성이고 본성에 따르는 선택이라고 말해 버리면 결론은 쉽게 나는 것 같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인정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가엽기도 하고 그만큼 개개인에게는 소중한 것이니까.   


나쁜 짓도 배우고 익히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잊고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바람직하지 못한 처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못 배운 게 아니라 잘못 배웠던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바른 길로 향하는 사람들보다 그릇된 길로 향하는 공부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는 헤아릴 필요도 없다고 믿은 채 자신만은, 자신의 생애에서만은 부귀영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는 생각, 그게 마치 신념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해를 해 주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이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올곧은 마음으로 살기가 이렇게도 쉬운 게 아니구나. 남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남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도덕적이고 더 반듯해야 하는 것인데.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못나고 욕심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라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대표로 뽑고 마는 것일 수도 있고.


독재가 싫어서 공화정을 선택했고, 그래서 해마다 선거를 해야 했던 로마의 그 시대, 선거라는 게 또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것인지 일찍이 역사는 교훈을 주었건만, 우리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이라지만 현실보다 더 그럴 듯하게 읽힌다. 쓰디쓴 마음으로 읽고 있지만 읽는 동안에는 내내 행복하다. 잘 만났다.(y에서 옮김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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