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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번번이 읽고 묻고 한탄하게 되는데, 우리 인간은 나아질 수 있을까? 오래오래 전, 인간이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은 나의 의심이고 나의 불만이라 답이 오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부터 우리 자신에 대해 믿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유일한 낙관은 절망도 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그렇지, 뭐, 나도 이런 것을.
소설가는 끝없이 성장을 이야기하고 소설을 읽는 나는 작가를 따라 끝없이 성장을 꿈꾸지만 매번 처박히는 느낌이다. 어디를 감히 오르려고? 어렸을 때는 어려서 그런가 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점점 더 나이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기억에서도 현실에서도. 이 책을 이런 마음으로 읽어야 해서 나는 내내 서글펐다. 나만 이런 게 아니란 것을 아는 게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까지.
작가가 소설집을 낼 때는 이전에 쓴 작품을 모아야 할 테니 읽는 쪽에서는 이미 읽은 글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띄엄띄엄 읽으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다시 읽어도 새로울 수 있겠지만 한 작가의 글을 계속 읽게 되면 겹친다. 얼마 전에 봤구나, 어째 좀 손해 보는 느낌인데? 싶은. 한 편이라도. 마음에 들 경우 더 그렇게 된다.
이 작가의 글에서는 유독 배경이 돋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일산의 원미우동집, 부산 영도, 가파도, 초전의 들판 같은 곳들. 가서 내 청춘을 돌아보겠다는 것은 아닌데, 가서 내 노후를 계획하겠다는 것은 더욱 아닌데, 나를 떠나 나를 돌보는 지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찌 이리 한심한가 하다가도 이만큼이나 살아 왔으니 잘했네, 그래 주고 싶은 마음이어서. 작가도 내게 이렇게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마음결을 읽는 데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도 공간도 내 처지도. 나는 지금 소설가가 써 놓은 마음결을 읽을 여유를 갖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긴다. 이토록 안팎으로 곤궁한 시절임에도.(y에서 옮김202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