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게 있기는 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 놓고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하필 요즘 같은 정치 상황 때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늘 세상은 그래 왔던 것인지, 나만 모르고 나만 착각하고 있었던 건지, 실망에 좌절감이 깊어지다 보니 온통 암울하기만 하다.
권력, 잡으면 좋기는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는 느낌, 통제한다는 우월감이 쾌감을 주는 건 맞을 테니. 그런데 그게 얼마나 좋으면 자신의 인생을 거는가 하는 점에 이르면 막막해진다. 나는 이제까지 모자라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권력욕에 휩싸여 멸망에 이르는 사람들은 책을 안 읽었거나 잘못 배웠거나 덜 배웠거나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그들을 잘 가르치고 잘 달래고 깨우치게 이끌어 주면 달라지는 삶을 얻을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믿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야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나로서는 또다른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이 쳔 년도 전에, 우리와는 정 반대쪽에 있는 저쪽 먼 땅에서, 인류 최대의 문명이라고 불리는 로마 시대의 권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권력을 얻고 유지하고 빼앗고 빼앗겼는지를. 본성일까, 이쯤 되면 본성이라는 것을 빼고서는 설명할 방법을 못 찾겠다. 원래 그렇게 살도록 태어났더라는 것.
협잡, 모함, 권모술수, 수탈, 배신, 음모……. 비슷한 말을 더 늘어 놓고 싶으나 쓰는 내 기분이 나빠져서 그만두련다. 모르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 알면서, 나쁘다는 것도 부정직하다는 것도, 비양심적이라는 것도 다 알면서 눈앞의 이익과 권력과 욕심에 기꺼이 자신을 바쳤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비도덕적이고 타락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들은 그들대로 반대쪽 사람들을 보고 비웃었을 것이라는 점.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나 거기나.
본성이고 본성에 따르는 선택이라고 말해 버리면 결론은 쉽게 나는 것 같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인정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가엽기도 하고 그만큼 개개인에게는 소중한 것이니까.
나쁜 짓도 배우고 익히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잊고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바람직하지 못한 처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못 배운 게 아니라 잘못 배웠던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바른 길로 향하는 사람들보다 그릇된 길로 향하는 공부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는 헤아릴 필요도 없다고 믿은 채 자신만은, 자신의 생애에서만은 부귀영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는 생각, 그게 마치 신념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해를 해 주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이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올곧은 마음으로 살기가 이렇게도 쉬운 게 아니구나. 남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남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도덕적이고 더 반듯해야 하는 것인데.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못나고 욕심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라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대표로 뽑고 마는 것일 수도 있고.
독재가 싫어서 공화정을 선택했고, 그래서 해마다 선거를 해야 했던 로마의 그 시대, 선거라는 게 또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것인지 일찍이 역사는 교훈을 주었건만, 우리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이라지만 현실보다 더 그럴 듯하게 읽힌다. 쓰디쓴 마음으로 읽고 있지만 읽는 동안에는 내내 행복하다. 잘 만났다.(y에서 옮김201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