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 92년생 애매한 인간, 4년 직장생활을 접고 카페사장 4년차입니다
애매한 인간 지음 / 지베르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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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 입사했다가 4년 만에 그만두고 소도시 한적한 곳에 자그마한 책방 카페를 열었다는 이야기. 흔한 듯 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젊어서 시작한 사업, 이 일도 분명히 사업의 하나이겠고 자영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쉽지 않은 선택, 그래도 해 보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하기 어려운 일까지 해결해야 하는 일, 이른바 사업이란 다 이러하지 않을까 한다. 규모가 크든 작든 책방이라고 해도 카페라고 해도.


인터넷 서점 때문인지 동네의 책방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 시절이다. 한편 카페라는 곳 역시 하루에도 여러 곳이 생겼다가 사라진다는, 마냥 쉬운 길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작가는 이 어려운 일을 시도하고 운영 중인 젊은 사람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을 하지 않는 나에게 애틋하게만 읽힌다. 젊은이의 도전이기도 하면서 시련으로도 보이니까. 해야 하는 일이고 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다고 해서 좋아진다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일이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당이나 월급을 받을 것이 아닌 자신의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간접 경험이 확실하게 될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 챙겨야 할 점, 시행착오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작가의 경험들이 조목조목 담겨 있다. 자칫 시작도 하기 전부터 겁을 먹을 수 있겠지만 준비를 잘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없어서 안쓰럽다. 그래도 읽어 주는 사람이 많으면 작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없어서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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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맞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4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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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나이가 많다(1938년생), 많은 편이다. 시는 시인의 나이에 따라 조금 다르게 쓰이기도 하고 다르게 읽히기도 하는 것 같다. 시인을 모르고 시인의 나이를 모르고 시만 읽었다면 읽는 내 마음이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영영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삶의 풍경은 어떠할까. 이 시인이 그려 놓은 시 속의 세상과 비슷해 보일 것 같다. 거창하고 거대하고 웅장한 것들보다 작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 마음이 먼저 쓰이는 순간을 계속 느끼게 되는 시간들. 그 시간 안에서 살고 죽는 것에 문득 가까워졌다가 잠시 물러났다가 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마음의 동작들. 낯설지 않게 조금은 반갑게 만났다. 나도 어느 새 나이들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된 모양이다. 

시인이 젊어 쓴 시들보다 쉬운 인상을 받으면서 편한 분위기에 잡혀 읽었다. 그래서 조금은 심심하게 조금은 홀가분하게 읽었다. 어려웠어도 쉽게 읽었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약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치료약이든 영양제든 먹고 버티고 또 누려야 하리. 시인이 약을 챙겨 먹느라 놓치는 일상의 순간들이 애달팠다. 이 애달픔이 시가 되어 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y에서 옮김20240713)  

지금을 반기며 사는 것이다. - P15

이 세상에
다 써버린 목숨 같은 건 없다! - P19

아끼려 들다 섭섭게 한 게 어디 사람뿐이랴. - P29

기다렸던 꽃이 질 때
뜻밖에 혼자 남게 될 때
다저녁때 예고 없이 가랑비 뿌릴 때
내 삶의 관절들을 온통 저릿저릿하게 했던 시들. - P32

아침이 가고 저녁이 온다.
혼자 있음.
혼자 없음.
지내다 보니
있음이 없음보다 한참 비좁고 불편하다. - P51

외로움을 징하게 느낀다는 건
바깥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는 거 아니겠니. - P54

‘세상 사람들 뭐라 뭐라 해도
꽃이 노래하다 죽어야 열매가 열지.‘ - P91

참맹세든 헛맹세든
지난 맹세는 다 그립다. - P95

별빛 듬뿍 받고 풀벌레 소리 속을 담담히 걸어
커피와 시가 있는 아침에 가닿을 거다. - P99

우연한 만남이 주는 놀라움 섞인 반가움은 기대했던 만남이 주는 즐거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우연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상 사는 즐거움 80~90퍼센트를 잃을 수 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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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 쌍둥이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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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샴 쌍둥이는, 평범한 소재가 아니다. 소설가는, 어떤 추리소설가는, 예사롭지 않은 대상을 만나게 되면 그것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 싶어할 것 같다. 어떻게 펼쳐 보일지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샴 쌍둥이가 나온다. 그 자체로 신비하고 염려스러운. 샴 쌍둥이는 소설 안에서 어떤 일을 저지르나. 샴 쌍둥이 중 한 쪽이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소설은 이런 문제도 제시한다. 이게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라 관계되는 사람들은 퍽 많은 궁리를 해야 할 듯하다. 몸이 붙은 두 사람을 따로 떼어 내고 둘 다 살리는 일이 아직은 어렵기만 한 시대이기만 하니.


게다가 고립된 산 속 저택 주변으로 산불이 난다. 사람은 살해되고 샴 쌍둥이는 돌아다니고 산불은 집 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구조 요청을 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만 얻고. 그런 가운데에서 퀸 부자 두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죽음의 문 앞까지 이르면서. 


주인공인 퀸 부자가 죽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혹시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어서 결말을 봐야겠다는 조급함에 마지막 부분을 얼마나 급하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느긋하게 즐길 줄을 모르는 독자인 모양이다. 이렇게 조마조마할 줄 아는 게 추리소설을 읽는 맛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시리즈의 남아 있는 이야기들도 곧 만나봐야겠다. (y에서 옮김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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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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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궁리를 하게 된다. 이 소설이 재미없다고,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할 이유가 뭘까? 리뷰를 이런 마음으로 올려야 하는 것이 당황스럽다. 읽기는 다 읽었는데, 초반을 넘어서면서 설렁설렁, 읽는 데에 정성을 들이지 않게 되었고 끝내 괜찮은 글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작가의 자료를 찾아본다.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였나 보다. 훑어 보았는데 내게 흥미를 일으키는 작가는 아니다. 금각사라는 작품의 제목도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굳이 찾아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즐겨 읽는 일본소설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소설 제목은 신선했다. 하지만 작품 속 화자가 보여 주는 동기에 첫 번째 거북함을 느꼈고 이것이 글 전체에 공감하지 못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게다가 화자를 찾아와 목숨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의 사연도 그들의 처지도 그들의 요구에 응하는 화자의 대응도. 그렇구나, 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모조리 마음에 들지 않았구나. 사는 일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다니 인물들의 태도에 화도 좀 났던 것 같다. 


소설 속에 있는 괴기한 요소나 장치에 친숙하지 않다. 주제라도 마음에 들면 품을 수 있겠지만 개운하지 않다. 여러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만남 또한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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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영목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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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계속 읽다 보니 이 분야 작가들의 이름을 점점 더 많이 알게 된다. 원래도 책이라는 게 한 권을 읽으면 새로 읽고 싶은 책이 5권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작가 이름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의 숫자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게 된다. 그 작가의 이름으로 나온 책을 다 읽고 싶어지게 마련이니까. 독자로서는 아주 행복한 고민을 얻는 지점이다. 


엘레리 퀸도 이런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름을 알렸다는 작가. 이 이름은 작품 속 탐정의 이름이자 작가들의 필명이다. 작가가 두 사람으로 사촌 형제이며 일찌감치 협업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인 모양이다. 이들이 작가가 된 배경만 살펴봐도 제법 흥미로운데 나로서는 소설 쪽이 훨씬 궁금하다. 이제 한 권.(전에 다른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있는 것만 같은데 리뷰를 찾을 수가 없다. 리뷰를 안 쓴 건지 썼는데 책을 못 찾는 건지 모르겠다.) 중고 매장에서 같은 표지 형태의 책을 몇 권 사 놓고 설레는 중이다. 


이 책은 국가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이 시리즈는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들어 있는 형태다. 네덜란드 기념 병원이라는 곳이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고, 끈이 떨어진 구두 한 켤레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글을 읽는 중에는 좀 밋밋한 느낌이었다. 문장 하나하나는 영국의 추리소설과 달리 촘촘하게 읽는 맛이 있었는데 사건 서술 자체가 꼼꼼하기는 하나 마냥 느릿한 게 이러다가 해결이 되기는 하는 건가, 어떻게 마무리하려는 건가 읽는 내 쪽에서 괜히 걱정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범인을 확인할 즈음, 헉, 이렇게 갑자기 확 밝힌다고? 익숙하지 않은 전개 과정에 멍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문제는 그 다음의 내 상황이 예전의 독서와 달랐다는 데에 있다. 책은 덮었는데 엘러리 퀸의 사건 추리 과정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범인이 남기고 간 바지와 구두에 그런 뜻이 담겨 있었더란 말이지? 작가가 다 보여 준 증거물을 보면서도 나는 단 하나도 추리를 해낼 수가 없었더란 말이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글에서는 독자에게 미리 알려 주지 않는 정보가 있는 경우가 많아 도무지 추리할 수 없었다고 해도 이 소설에서는 증거들이 다 나와 있었는데 말이지. 내가 무슨 추리를? 내 헛웃음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뜨겁고 축축한 여름, 나는 추리소설과 만화를 많이 보면서 넘기려 한다. 그저 이 바람뿐, 다른 무엇이 더 없는 시절이다.  (Y에서 옮김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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