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20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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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술 한 잔? 소다츠가 이 일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게도 이런 취향이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이를테면 풍경이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 글쎄, 풍경이 좋다고 해서 '여기 너무 좋구나' 감탄하는 편도 아니고 커피를 즐겨 마시기는 하지만 꼭 어떤어떤 곳에서 커피를 마시겠노라 다짐하는 쪽이 아니라 거리감이 느껴진다. 뭘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술을 마시나? 이런 내 마음이니 술을 즐기는 이들을 다 이해 못하는 것인지도. 


소다츠가 집에서 안주를 직접 만들어 술과 먹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장만해서 술을 마신다고? 정말 술꾼들은 한 잔의 술을 위해 이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는 것일까? 가까운 사람 중에 술꾼도 없고 술안주를 만들어 먹는다는 사람도 없으니 확인은 못할 일이고 그저 과장이 아닐까? 의심만 할 수밖에.     


현실에서 술꾼들이 술을 어떤 태도로 마시든 만화 속 세상은 마냥 재미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좋은 경치를 찾아다닌다는 것도 분위기 좋은 술집을 찾아내는 것도 맛있는 안주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모조리. 이 또한 삶을 향한 의지인 셈이니. 왜 사느냐고? 술을 마시기 위해서. 이 정도의 각오라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건강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번 호에는 대만의 취두부 편 에피소드가 나온다. 취두부를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고, 먹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게 살짝 부러워지려고 한다. 그걸 위해 비행기를 탈 정도라면..... (y에서 옮김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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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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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6권.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1권을 다 보았다. 읽으면서 얼마나 자주 킬킬대었는지, 빌 브라이슨의 옛 책을 읽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번이 첫 시도가 아니었다. 몇 해 전에 책장을 열었다가 '이게 뭔 소린가' 황당해서 그만 덮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SF 소설을 읽는 내 취향이 아주 낮을 때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제법 오른 것인지 아주 재미있다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많이 좋아하는 풍자 취향까지 품고 있었으니. 


지구를 없애 버리고 싶은 마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작가는 상상 속에서 실행한다. 너무도 허무하게 너무도 순식간에. 그 짧은 소멸의 순간 사이에 지구인 한 명을 살려 히치하이커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살아 남으면, 그래서 우주를 향해 날아다닌다면, 정작 당사자는 괜찮을까?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판단조차 못했는데 그만 자신도 모르게 살아 남은 운명을 마주한다면. 역시나, 내 상상의 범위를 확연하게 벗어난다. 나는 좀 황망해져서 상상 속에서도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을 동시에 갖고 따라 가 본다. 


여행하는 공간은 끝이 안 보이는 무한대라 두려웠으나 지구인 아서와 우주인 포드가 만나는 인물들은 내내 웃음을 짓게 한다. 그렇지, 이게 바로 웃기는 SF라는 뜻이었구나. 작가가 우리들 인간성을 보이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싶었다. 권력이든 체제든 관계든 현재의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사회 문명이 아무리 완벽한 척, 잘난 척 해도 허점이 있고 약점이 있으며 그걸 또 감춰 보겠노라고 안달하는 모습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고 만다는 것을 알려 주는 방식으로.


다음은 이 책에 나오는 어떤 기계에 대한 묘사다. 갖고 싶다.  



그 기계가 일하는 방식은 매우 특이했다. ‘음료’ 버튼을 누르면 그 기계는 버튼을 누른 사람의 미각돌기를 즉시, 그리고 철저하게 검사하고, 그의 신진대사에 대한 스펙트럼 분석을 시행한 뒤, 그의 두뇌의 미각 중추에 이르는 신경 통로에 실험적인 신호를 살짝 보내 그에게 과연 어떤 음료가 잘 넘어갈지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이 기계가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176쪽)


2권에서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y에서 옮김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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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19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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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이 술을 종류별로 준비해 놓고 한 병씩 꺼내 마시듯이 나는 이 시리즈의 책을 사 놓고 한 권씩 읽어 나간다. 봐도 봐도 단순하게 재미있다. 이미 읽은 내용과 지금 읽고 있는 에피소드가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는 모른 채 술꾼이 술을 마시듯 나는 만화를 읽고 본다. 해롭지 않은 중독이다. 나는 이렇게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만화 에피소드 사이에 특집처럼 실려 있는 에세이들. 주로 작가가 즐겨 다니는 술집이 있는 곳을 탐방한 취재담이다. 이번 책에는 우에노와 도야마라는 곳을 다루고 있는데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가 보다 여길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술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다 보니 취재도 이런 방식으로 하는구나 한다. 하루에 여러 곳의 술집을 찾아다니는 일, 아무리 술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 또한 일이 되면 고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작가는 그저 좋다고만 하니.



만화를 중심으로 편집하다 보니 에세이에 실려 있는 흑백 사진의 내용을 알아보기가 영 어렵다. 만화책 값을 고려하면 이해가 충분히 되지만 굳이 실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아직도 술이 아니라 만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흐뭇하다. 천천히 오래오래 읽고 눈으로 마셔야지.  (y에서 옮김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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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지음, 세르주 블로흐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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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동화책을 빌려 보는 재미를 얻는다. 그 중 할머니라는 말이 들어가는 동화(그림책)를 반갑게 맞이한다. 글을 읽으면서 그림에 눈을 맞추면서 이 동화는 누구를 대상으로 삼고 있을까, 답 없는 고민을 해 본다. 

할머니가 나오고 이 할머니의 생이 간단하고 잔잔하게 흐르고 할머니는 고요히 자신의 생을 돌아본다. 젊어서 이런저런 고단한 삶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나빴다고 하고 싶지도 않고, 또 굳이 그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나는 좀 알 듯한데. 내 마음도 이런 쪽이니까. 

궁금하기는 하다. 이 마음을 초등학교 1~2학년이 이 책 속 글과 그림으로 짐작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내가 또 어린이들의 기특한 마음을 모르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차라리 좋겠고.

글 자체는 할머니가 손자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할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주는 손자손녀라, 낯설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할머니가 되면 자녀들에게든 손자들에게든 되도록 이 말 저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 흔해진 시대라. 작가는 두 딸을 키우면서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도 딸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썼겠지. 엄마의 마음, 할머니의 마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어서 썩 마음에 들었다. (y에서 옮김20240812)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하면 된다고.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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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에요, 지금 - 산양유셔벗 & 벚꽃
구효서 지음 / 해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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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연애 혹은 사랑 혹은 결혼 따위에 마음이 흔들릴 내가 아니다 보니 이 소설은 심심했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얽히고 꼬일수록, 이름이 밝혀지고 인물의 전적이 드러날수록 음, 점점 지루해지는군, 산뜻한 것은 통영의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는 카페에 대한 환상뿐이구나 애써 여겼다. 


연애소설이 재미있을 나이가 따로 있을까? 그럴지도. 아무튼 지금의 나는 아니라는 것이겠지? 게다가 소설 속에서 연애하는 세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각자 처한 사정에 따른 기막힌 운명이라는 것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탓에 읽는 과정이 흔들렸다. 뭘, 이렇게까지 꼬아서 다시 이어 붙여 놓고는 사랑이라고 이르는가? 작가에게 은근한 투로 불평하고 싶을 만큼. 


지나간 우리네 역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역사에서, 희생된 가여운 영혼들이 아직도 생생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시간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사명은 어디까지일까? 알리는 일? 밝히는 일? 묻어 두는 일? 소설가는 일반인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느끼기도 할 테지. 그러니 꿋꿋이 쓰고 있는 것일 테고. 독자로서는 읽고 있는 일 하나로 그 사명의 일부를 수행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통영의 바닷가 카페촌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그곳에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갖고 살고 있는지는 모른다. 굳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시대를 향한 원망이나 한을 풀어볼 엄두도 못낸 채, 그러나 오늘 하루의 몫을 알뜰하게 살아가는 대로. 살펴보면 어디에 살든 그 누구든 다 이러할 삶이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닐 것 같다.


소설 속 카페는 대체로 낭만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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