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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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부제로 보이는 말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그래, 세상이든 다른 사람이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내 생은 오늘도 흐르고 흐른다. 내가 못 느끼고 있을 뿐, 매일매일 매순간순간마다 나는 조금 더 살면서 조금 더 나이들어 가고 있다. 내 옆에서 누가 무엇을 하나, 그로 인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사나, 신경을 쓰면 쓰는 대로 안 쓰면 또 안 쓰는 대로.

 

한 칸부터 몇 장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전개되고 있는 작가의 어느 날 어느 순간의 인생 이야기. 부담없이 촉촉하게 읽힌다. 어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해 봤던가, 아니다, 생각을 하려고 안 했던 것 같다, 신기하군, 이런 모습들이 보이고 들리고 와 닿기도 한단 말이지. 작가가 작가라서 더 집중하며 관찰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시 비교해 보았다. 작가의 시선과 내 시선.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활 모습이 작가에게는 보이는데 나는 왜 못 봤을까를 궁리하다가 정리한 내 특성. 나는 다른 사람을 잘 안 보는 편인 거다. 나는 카페나 식당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일부러 관심을 끄고 있는 쪽이다. 그들을 보는 것도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는 들려도 듣지 않으려 하고, 그냥 나만 생각하거나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는 쪽. 이런 태도가 예의 있는 것으로 여긴 탓이 컸고(언제 어떻게 배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러고 살다 보니 남 사는 모습에 괜히 마음 어지러워지는 일이 안 생겨 홀가분하기도 했고.  

 

관찰력이라든가 관찰하는 태도가 내게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는데 이게 다 나의 이런 습성 때문이었던 거다. 안 보는데 어떻게 키울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바깥으로 향하는 관심도 개인적인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것일 테지?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볼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날 호기심도 아닐 텐데. 그냥 살아 오던 대로 사는 거지, 딱히 남 사는 모습에 반짝일 내 영혼도 아닌 것이고.

 

이렇게 반대의 성향이라서 이 작가의 시선이 내게 더 신선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안 보고 못 보는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보여 주는 그림 이야기라서. 이 중에 어떤 이야기는 또 뭉클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단 말이지. 내가 못 가진 능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며.   

 

달달한 것을 먹고 싶어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는 작가, 코로나 19로 참고 있다는 말에는 우리나라나 이웃 나라나 사정이 같다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2020년은 정말 빼앗긴 한 해처럼 느껴진다. 책이나마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y에서 옮김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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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컬트한 일상 : 가을.겨울 편 나의 오컬트한 일상
박현주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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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속을 얼마나 정확히 알아차리고 있는가. 나는 당신의 마음을 어느 선까지 읽을 수 있는가. 파악한 그 내용은 진실에 혹은 사실에 얼마나 가까운가. 믿는 대로 믿고 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그러면 또 어때서? 결국 다 알아낼 수도 없고 정확하지도 않은 것을. 그러려니, 체념처럼 포기처럼 변명처럼 항변처럼, 살려고 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재미있다. 읽을수록 재미있다. 도재인의 오컬트한 일상을 시간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어서 도로 더 재미있다. 세 번째 책을 먼저 읽었고 재인과 성현이 이미 아는 사이로 나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읽는 재미라니. 그것도 둘 사이에 오컬트적 요소가 이미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어서 어쩌려고 이러나 기대하는 마음에 더 재미있었다.


인물 사이의 관계를 서술하는 방식도 세밀하지만 배경을 적절하게 그려 보이는 점이 아주 돋보인다. 다른 이유 없이 화자인 재인이가 가서 머문 공간에 가 보고 싶을 만큼이다. 담양도 대구도 제주도 다 궁금하다. 내가 그곳에 가면 마치 재인과 성현을 마주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소설 속 배경과 같은 계절에 같은 장소에 가 보는 꿈을 꾼다. 꿈만이라도.


재인과 성현과 헌이 만나고 헤어졌다. 제일 먼저 읽은 세 번째 책을 다시 봐야 할 듯하다. 나는 세 권을 다 읽고서야 이 시리즈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먼저 전화하게 해서 미안해요. - P256

말하지 않음으로써 속였고...... 일을 하러 갈 때는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죠.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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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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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오늘이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에서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참 쉽게도 잊고 산다. 그걸 깨우쳐주는 만화다. 사소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순간을 붙잡아 보여 주는 만화.

 

나도 해 본 생각들, 나도 해 본 행동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어서 이게 소재가 될까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그려서 보여 주는데, 이 그림과 글을 보고 있자니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내 바람이 민망해진다. 삶이 그렇게 특별하기만 하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 행복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어쩌자고 자꾸만 특별해지려고 꿈꾸는 것인지.

 

이번 만화에는 주인공 외의 사람들이 단순한 선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작가의 그림이 섬세한 편은 아니지만 더 간결해진 것이다.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그림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으나 간결해졌구나 하는 느낌에는 가 닿았다. 소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니고, 왜 그랬을까 살짝 궁금해지는 정도? 

 

빈칸이 많아 보이게 배치된 점은 섭섭함으로 남는다. 그건 곧 내가 볼 수 있는 내용이 줄어 든 셈이니까.

 

작가를 따라서 해 보고 싶었던 사항-여행지의 도서관에서 사흘 동안 책을 읽었다는 것.(y에서 옮김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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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 시 일상시화 5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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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시가 아니었다. 읽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다른 길로 빠지는, 빠지다가 멈칫 시 안으로 들어서지만 다시 금세 벗어나는, 시도 고달프고 시를 쓴 시인도 고달프게만 여겨지고 시를 읽는 나도 고달프기만 하는 독서였다. 안 읽고 살면 좋으련만, 되도록 희희낙락 살 수 있으면 고마우련만.   

알아보는 만큼만 알아본다. 작가는 서운할 수 있겠으나 독자인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 아프게 썼을 시를 아프지 않게 읽어도 내 책임, 원통하고 분한 마음으로 썼을 시를 무료하게 읽어도 내 책임, 나는 시 사이에서 흔들리지도 헤매지도 않았다. 그저 안타까웠다. 우리들의 노래는 어찌 한 소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십 년 전에도 삼십 년 전에도 이천 년 전에도 내내 이렇게 부르고 있었을 것만 같으니. 한심한 게 아니라 위대한 세상이어서 이런 것일까.

시인의 다른 시집을 찾았다. 거꾸로 사는 맛을 찾아가 볼 테다. 

책 읽는 벗(woojukaki)의 선물.(y에서 옮김20250227)

우리가 우리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잠깐 그 이름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벗어도 좋다는 걸 - P15

반성할 것도 남아 있지 않으면서

후회할 리도 없는 것을 자꾸 되짚어보면서

달리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 P16

막연한 가능성, 느슨한 비판, 낭만적인 채색을 미끄럽게 곁들이는 수고 정도에 그친다. - P34

언어는 불과 칼처럼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에 필연적으로 사용자를 다치게 한다. 언어는 본성이 사나운 것이다. - P39

우리는 올바른 애도를 하고 싶다. 그릇된 삶 속에서도. 올바른 애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도. - P45

시는 인간이 언어로 그을 수 있는 가장 큰 포물선이다. - P70

시적인 재능은 시 속의 문장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냉정하게 구분해내는 데에 있다. - P79

오늘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기를. 작은 위무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친구가 더 잘 인지하기를. 어떤 혹독함은 이런 방법으로만 버틸 수 있다.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의 과장됨처럼. 시트콤 드라마의 나무하는 가짜 웃음소리처럼. - P99

좋은 소설은 기억하고 있던 것을 되새김질하듯 기록하지 않는다. 비어 있던 기억의 구멍들을 두터운 진실들로 채워나가기 위하여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비로소 소환하거나 발명한다. - P108

쓸모가 없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쓸모가 너무 많아서 아름답다. 쓸모가 있으려고, 아름다우려고, 애를 쓰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 - P133

한번도 만난 적 없으면서도 이름이 적혀 있고 생몰연도가 적혀 있는 묘비 앞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막연하게 그려보듯, 나의 시도 그런 모양으로 누군가의 앞에 묘비처럼 낯설고도 낯익게,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던 듯싶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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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 중 처음으로 읽은 것이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아주 내 취향인 책이라 어떤 책이 더 있는지 알아보았다. '나의 오컬트한 일상'이 '봄/여름' 편과 '가을/겨울' 편으로 나와 있다. 도서관에는 봄/여름 편밖에 없었다. 일단 빌리고 읽고 또 만족했다.


가을/겨울 편을 보고 싶었다. 강렬하게. 재인과 성현의 인연이 궁금했다. 소설인데도 현실만큼이나 간절해졌다. 모처럼 얻은 소설을 향한 갈망. 사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는 중에 새 책 대신 알라딘 중고서점을 검색했다. 


동대구역 알라딘점에 이 책이 있다. 세상에나, 내가 딱 동대구역에 갈 예정인데. 앱에서 책이 있는 위치까지 알려 주었다. 좋은 세상이로구나. 환승 시간이 길지 않아서 서둘러 서점을 찾고 책을 집어서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알라딘에 포인트가 있다며 계산에 포함시켜 주었다. 아주 편리한 세상일세.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앞서 빌려 읽었던 두 권의 책을 갖고 싶어진다. 한국소설을 응원하겠다는 내 사명을 지키려면 새 책을 사는 것이 좋다. 돈과 사명 사이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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