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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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오늘이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에서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참 쉽게도 잊고 산다. 그걸 깨우쳐주는 만화다. 사소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순간을 붙잡아 보여 주는 만화.

 

나도 해 본 생각들, 나도 해 본 행동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어서 이게 소재가 될까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그려서 보여 주는데, 이 그림과 글을 보고 있자니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내 바람이 민망해진다. 삶이 그렇게 특별하기만 하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 행복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어쩌자고 자꾸만 특별해지려고 꿈꾸는 것인지.

 

이번 만화에는 주인공 외의 사람들이 단순한 선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작가의 그림이 섬세한 편은 아니지만 더 간결해진 것이다.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그림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으나 간결해졌구나 하는 느낌에는 가 닿았다. 소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니고, 왜 그랬을까 살짝 궁금해지는 정도? 

 

빈칸이 많아 보이게 배치된 점은 섭섭함으로 남는다. 그건 곧 내가 볼 수 있는 내용이 줄어 든 셈이니까.

 

작가를 따라서 해 보고 싶었던 사항-여행지의 도서관에서 사흘 동안 책을 읽었다는 것.(y에서 옮김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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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 시 일상시화 5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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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시가 아니었다. 읽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다른 길로 빠지는, 빠지다가 멈칫 시 안으로 들어서지만 다시 금세 벗어나는, 시도 고달프고 시를 쓴 시인도 고달프게만 여겨지고 시를 읽는 나도 고달프기만 하는 독서였다. 안 읽고 살면 좋으련만, 되도록 희희낙락 살 수 있으면 고마우련만.   

알아보는 만큼만 알아본다. 작가는 서운할 수 있겠으나 독자인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 아프게 썼을 시를 아프지 않게 읽어도 내 책임, 원통하고 분한 마음으로 썼을 시를 무료하게 읽어도 내 책임, 나는 시 사이에서 흔들리지도 헤매지도 않았다. 그저 안타까웠다. 우리들의 노래는 어찌 한 소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십 년 전에도 삼십 년 전에도 이천 년 전에도 내내 이렇게 부르고 있었을 것만 같으니. 한심한 게 아니라 위대한 세상이어서 이런 것일까.

시인의 다른 시집을 찾았다. 거꾸로 사는 맛을 찾아가 볼 테다. 

책 읽는 벗(woojukaki)의 선물.(y에서 옮김20250227)

우리가 우리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잠깐 그 이름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벗어도 좋다는 걸 - P15

반성할 것도 남아 있지 않으면서

후회할 리도 없는 것을 자꾸 되짚어보면서

달리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 P16

막연한 가능성, 느슨한 비판, 낭만적인 채색을 미끄럽게 곁들이는 수고 정도에 그친다. - P34

언어는 불과 칼처럼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에 필연적으로 사용자를 다치게 한다. 언어는 본성이 사나운 것이다. - P39

우리는 올바른 애도를 하고 싶다. 그릇된 삶 속에서도. 올바른 애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도. - P45

시는 인간이 언어로 그을 수 있는 가장 큰 포물선이다. - P70

시적인 재능은 시 속의 문장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냉정하게 구분해내는 데에 있다. - P79

오늘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기를. 작은 위무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친구가 더 잘 인지하기를. 어떤 혹독함은 이런 방법으로만 버틸 수 있다.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의 과장됨처럼. 시트콤 드라마의 나무하는 가짜 웃음소리처럼. - P99

좋은 소설은 기억하고 있던 것을 되새김질하듯 기록하지 않는다. 비어 있던 기억의 구멍들을 두터운 진실들로 채워나가기 위하여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비로소 소환하거나 발명한다. - P108

쓸모가 없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쓸모가 너무 많아서 아름답다. 쓸모가 있으려고, 아름다우려고, 애를 쓰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 - P133

한번도 만난 적 없으면서도 이름이 적혀 있고 생몰연도가 적혀 있는 묘비 앞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막연하게 그려보듯, 나의 시도 그런 모양으로 누군가의 앞에 묘비처럼 낯설고도 낯익게,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던 듯싶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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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 중 처음으로 읽은 것이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아주 내 취향인 책이라 어떤 책이 더 있는지 알아보았다. '나의 오컬트한 일상'이 '봄/여름' 편과 '가을/겨울' 편으로 나와 있다. 도서관에는 봄/여름 편밖에 없었다. 일단 빌리고 읽고 또 만족했다.


가을/겨울 편을 보고 싶었다. 강렬하게. 재인과 성현의 인연이 궁금했다. 소설인데도 현실만큼이나 간절해졌다. 모처럼 얻은 소설을 향한 갈망. 사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는 중에 새 책 대신 알라딘 중고서점을 검색했다. 


동대구역 알라딘점에 이 책이 있다. 세상에나, 내가 딱 동대구역에 갈 예정인데. 앱에서 책이 있는 위치까지 알려 주었다. 좋은 세상이로구나. 환승 시간이 길지 않아서 서둘러 서점을 찾고 책을 집어서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알라딘에 포인트가 있다며 계산에 포함시켜 주었다. 아주 편리한 세상일세.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앞서 빌려 읽었던 두 권의 책을 갖고 싶어진다. 한국소설을 응원하겠다는 내 사명을 지키려면 새 책을 사는 것이 좋다. 돈과 사명 사이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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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5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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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성에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이어지는 술 마시는 만화책을 줄곧 읽고 있는 나.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피로를 푼다며 술 한 잔으로 마감하고 사는 직장인의 기분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해도 좋을지. 입으로 마시는 대신 눈으로 마신다는 차이만 있을 뿐 마시고 취하는 기분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까지 하면서. 만화니까, 짧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볍고 산뜻하게 와 닿는 것이리라. 고단한 일상을 달래 주기에 술 한 잔만한 게 달리 없다고 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이번 편에는 주인공이 우리나라의 서울에서 술 마시는 일화가 실려 있다. 우리의 술과 안주에 대해, 술을 마시고 술값을 지불하는 형태에 대해, 술집의 분위기에 대해 등등. 우리에게는 익숙하나 외국인에게는 다소 낯설고 당황스러울 모습들이 꽤나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요즘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이미 살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의 문화 이모저모를 탐방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 덕택에 다른 문화와 비교하는 재미가 어떠한지 알고 있어서 좀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만히 따져 본다. 술 한 병을 사서 마시는 것과 이 만화책 한 권을 사서 보는 것. 나로서는 아무래도 후자가 이득이다. 각종 술뿐만 아니라 안주까지 푸짐하게 나와 있고 무엇보다 읽어도 읽어도 취하지 않으니까. 아닌가, 취하기도 하나? 그래서 취한 맛에 계속 구해 보는 것이려나? (y에서 옮김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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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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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후속작품. 여자 쪽에서 남자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형식의 글. 그리고 사랑과 믿음과 기다림과 만남의 이야기.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 자체가 기획의 의도가 된다. 읽는 나로서는 그저 부러운 사항이고. 부러워만 하고 가질 꿈은 꾸지 말자, 읽는 동안 다스린 내 마음이다.

재미있었다. 앞 글보다 더 좋았다. 내가 여성 탓인가, 나이가 든 탓인가, 외로움보다는 부대낌을 더 견딜 것 같아서인가, 앞 글의 구체적인 표현들을 그만 잊고 말아서인가. 분량은 길지 않았고 편지가 바뀔 때마다 여백의 페이지가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읽었다. 집중이 잘되기도 했다. 이토록 그윽한 우주적인 시간을 이렇게나 짧게 누릴 수도 있었다니.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어쩌면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상대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 내 사랑은 지켜질까, 내 사랑은 믿을 만할까, 나는 나를 믿고 있나...... 믿는다, 믿는다, 자꾸만 외는 것도 믿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탓은 아닐까. 사람이란 워낙 불완전한 존재라서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가 나라도 말이지. 

소설은 현실을 달래 준다.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아닌 것도 못 이룬 것도 소설은 가능하도록 해 준다. 구차한 현실을 소설이 지닌 바람직한 가치 쪽으로 조금이나마 이끌어들일 수만 있어서, 나는 계속 소설과 소설가를 응원할 것이다. 내 삶의 든든한 조건이 된다.(y에서 옮김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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