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계속 읽다 보니 이 분야 작가들의 이름을 점점 더 많이 알게 된다. 원래도 책이라는 게 한 권을 읽으면 새로 읽고 싶은 책이 5권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작가 이름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의 숫자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게 된다. 그 작가의 이름으로 나온 책을 다 읽고 싶어지게 마련이니까. 독자로서는 아주 행복한 고민을 얻는 지점이다.
엘레리 퀸도 이런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름을 알렸다는 작가. 이 이름은 작품 속 탐정의 이름이자 작가들의 필명이다. 작가가 두 사람으로 사촌 형제이며 일찌감치 협업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인 모양이다. 이들이 작가가 된 배경만 살펴봐도 제법 흥미로운데 나로서는 소설 쪽이 훨씬 궁금하다. 이제 한 권.(전에 다른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있는 것만 같은데 리뷰를 찾을 수가 없다. 리뷰를 안 쓴 건지 썼는데 책을 못 찾는 건지 모르겠다.) 중고 매장에서 같은 표지 형태의 책을 몇 권 사 놓고 설레는 중이다.
이 책은 국가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이 시리즈는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들어 있는 형태다. 네덜란드 기념 병원이라는 곳이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고, 끈이 떨어진 구두 한 켤레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글을 읽는 중에는 좀 밋밋한 느낌이었다. 문장 하나하나는 영국의 추리소설과 달리 촘촘하게 읽는 맛이 있었는데 사건 서술 자체가 꼼꼼하기는 하나 마냥 느릿한 게 이러다가 해결이 되기는 하는 건가, 어떻게 마무리하려는 건가 읽는 내 쪽에서 괜히 걱정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범인을 확인할 즈음, 헉, 이렇게 갑자기 확 밝힌다고? 익숙하지 않은 전개 과정에 멍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문제는 그 다음의 내 상황이 예전의 독서와 달랐다는 데에 있다. 책은 덮었는데 엘러리 퀸의 사건 추리 과정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범인이 남기고 간 바지와 구두에 그런 뜻이 담겨 있었더란 말이지? 작가가 다 보여 준 증거물을 보면서도 나는 단 하나도 추리를 해낼 수가 없었더란 말이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글에서는 독자에게 미리 알려 주지 않는 정보가 있는 경우가 많아 도무지 추리할 수 없었다고 해도 이 소설에서는 증거들이 다 나와 있었는데 말이지. 내가 무슨 추리를? 내 헛웃음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뜨겁고 축축한 여름, 나는 추리소설과 만화를 많이 보면서 넘기려 한다. 그저 이 바람뿐, 다른 무엇이 더 없는 시절이다. (Y에서 옮김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