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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
이종산 지음 / 아토포스 / 2018년 7월
평점 :
관심이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거리가 멀고 또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대상인 그 무언가를 기르거나 키우는 일. 정작 아이를 낳아 키웠으면서, 그 과정이 아이를 키운 건지 나를 키운 건지 애매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키우는 일에 더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것도 맞는 것 같고. 작가가 말하는 게으름이 아주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걸 또 게으름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죽일까 봐 키우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안다. 잘 키워서 보람을 얻고 싶다는 목마른 욕망도 안다. 작가는 식물을 기르기에는 너무 게으르다면서 마침내 식물을 기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참 성실하게도 썼다. 게으름도 종류가 있는 셈이다. 어떤 일에는 아주 부지런하고 어떤 일에는 영 게으르고. 게으른 상태에 있을 그 어떤 일을 한 번쯤 해 보고 싶기는 하고. 그걸 또 기록으로 남겨 보고 싶고. 하나에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다른 하나도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관심까지 갖고 있다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기르다 보면 죽는다. 무심해서 죽이기도 하고 너무 보살펴서 그러기도 하고 때가 되어 자연히 그렇게 되기도 하고. 이 자연스러운 헤어짐이 견디기 힘들어서 함부로 시도하지 못하는 일이 기르는 일 혹은 더불어 사는 일일 텐데, 작가는 세세하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 준다. 그 과정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는 단서도 계속 나온다. 읽는 나와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고 그러니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도 나오게 되고.
괜찮은 산문집으로 남겨 둔다. 다정하고 섬세하며 책임감도 강하고 무엇보다 부지런한 사람의 글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글을 쓸 수는 없다. 작가의 소설을 읽고 확장시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