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부침 웅진 우리그림책 120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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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부드러운 감각을 한껏 펼쳐 놓은 그림책이다. 계절별 소재를 활용한 그림책 시리즈 중의 하나로 이 책은 여름날 연잎이 주인공이다. 겨울철 그림책을 먼저 보고 싶었으나 차례에서 밀렸다. 추운 날씨에 시원한 여름 연잎 부침개라니, 추운 듯해도 시원해진다. 


주인공인 동물 친구 다섯. 그리고 새로 사귄 개구리 친구까지 여섯. 여름날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연못에서 함께 꽃을 따고 연잎을 따서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다. 세상 평화롭다. 현실에는 없을 세상, 시비도 경쟁도 원망도 생기지 않는 세상, 예쁜 것들 속에서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다정한 마음을 주고받는 세상. 작가의 그림이 더 돋보인다.    


그림책이라서 유아용으로 분류해 놓은 것에 살짝 불만이다. 유아들과 어린이들만 이 좋은 그림들을, 이렇게나 맑은 생각을 보고 그친다면 엄청난 낭비가 될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나이 들어갈수록 그림책과 동화책을 더 자주 볼 생각이다. 이 작가의 책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 미리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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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1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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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짓는 저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이 만화책의 주인공처럼 술을 한 잔 마시거나. 나는, 음, 아무래도 책 몇 쪽을 읽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든 산문이든 이 책과 같은 만화책이든. 이 책을 보는 경우에는 대체로 술도 한 잔 마신 기분까지 덤으로 얻곤 한다. 이 또한 사는 재미이지 싶어서.


21권에서는 고가 다리 아래의 술집을 특집처럼 다루고 있다. 술꾼들에게는 익숙한 장소일 듯하다. 비슷한 분위기의 술집들이 줄지어 있는 곳, 비슷한 분위기에서 술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곳, 안주가 남달라 술이 더 맛있다고 하는 곳들. 이런 곳에 가 본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지만, 어쩌면 젊은 어느 날 가 봤을 수도 있겠는데, 이게 또 소설이나 영화의 장면과 겹쳐지면서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이제는 굳이 가 보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어서 그런 곳이 있겠거니 여기고 말 뿐. 


그래서 또 재미있다. 나로서는 끝내 가 볼 것 같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니면서 맛있게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는 주인공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방법. 출간되어 있는 책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남은 에피소드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지기 시작하는 즈음. 다 모으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보든가, 아무 권이나 골라 보든가, 그렇게 간접적으로 취해 보고 싶기도 하다.  (y에서 옮김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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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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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폭발해서 사라져버렸다. 폭발 직전에 살아남은 아서는 포드와 함께 우주를 떠돌게 되는데. 이렇게 쉽게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니, 그동안 본 많은 영화에서는 지구를 지키겠다고 그토록 어려운 상황도 이겨내었는데 말이다. 지구가 없는 지구인이라, 그렇게 살아남아도 황당하기는 할 것 같다. 게속 살고 싶을까 할 만큼.  


어쨌든 아서는 산다. 살아서 이동한다. 이 이동을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서 더 기막히겠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옮겨 다닌다. 그것도 우주 곳곳을. 시간을 넘고 공간을 넘어서. 이쯤 되면 이게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헷갈릴 만도 하겠다. 이렇게 지구인 한 명은 우주에 던져진 채로 떠돌고. 아서라는 인물 탐구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2권에서는 우주의 대통령인 자포드에 주목하게 된다. 우주에도 대통령이 있어야 했더란 말이지. 그런데 이 대통령, 내가 알고 있던 대통령의 역할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대통령의 역할과 현실 세계 대통령의 실체 그 차이에 대하여. 작가가 자포드를 통해 풍자하는 낱낱의 비유에서 초반에는 거북함을 느꼈다가 점점 수긍이 되었다. 그래, 자포드같은 사람이 대통령인 게, 아니 대통령이 될 사람은 자포드 같은 사람인 게, 아니아니, 그래서는 안 되는데 실상은 그러고 있다는 게, 아, 이 작가, 나를 많이 혼란스럽게 한다. 소설인데, 그것도 우주 배경 소설인데, 말도 안 되는 상황 사이사이로 우리네 현실이 스며 나온다.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모를 내용을 제법 만났다. 그런데 그게 소설을 읽어 나가는 데에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런 게 있구나, 그런 게 있단 말이지?, 그런 게 있다고 인정하면서 읽다 보니 책장은 잘도 넘어 갔고 줄거리를 이어 가는 데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각종 이름들-사람 이름, 기계 이름, 장소 이름, 이론 이름 등등-을 작가가 얼마나 고민을 하면서 지었을지, 아니면 고민 없이 즐겁게 후딱후딱 지었을지 그런 게 궁금했고 그럴 때마다 잠시 책장 위에서 머무르곤 했을 뿐이다. 소설가는 이름을 짓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하던데.  


이 책 시리즈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준다. 시리즈 책을 읽으면 한 권 끝낼 때마다 다음 책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게 지극히 평범한 반응을 텐데 여기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아서 마냥 읽는 나도 될대로 되겠지 싶다. 지구가 없어졌다는데 무얼 더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y에서 옮김20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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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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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한다. 다섯 가지 중에 하나만.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듣는 쪽에서 알아채도 몰라도, 말한 사람을 파악하는 데 그다지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닌 내용으로 내놓는 참말 사이의 거짓말. 듣기에는 재미있게 느껴지는 말놀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말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어지간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 나를, 내 삶을, 내 주변을, 내 미래를 얼마나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 이것은 내가 살아가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까지 궁리해야 한다면.  


글의 배경은 고등학교, 주요 등장인물은 고등학생들.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낄 시기다.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삶마저 맡기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몫까지. 읽는 내 마음은 고달프고 애달프고 답답하고 지긋지긋하고. 읽기는 읽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가의 글이기는 한데, 암울하고 불편하고 막막하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맡고 있는 시대적 책임을 괜히 독자인 내가 떠맡은 것 같은 기분이라니.


김애란의 글 읽기는 실험 중인 상태라고 써 둔다. 아직은 수다를 떨 만큼 가깝게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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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0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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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술 한 잔? 소다츠가 이 일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게도 이런 취향이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이를테면 풍경이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 글쎄, 풍경이 좋다고 해서 '여기 너무 좋구나' 감탄하는 편도 아니고 커피를 즐겨 마시기는 하지만 꼭 어떤어떤 곳에서 커피를 마시겠노라 다짐하는 쪽이 아니라 거리감이 느껴진다. 뭘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술을 마시나? 이런 내 마음이니 술을 즐기는 이들을 다 이해 못하는 것인지도. 


소다츠가 집에서 안주를 직접 만들어 술과 먹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장만해서 술을 마신다고? 정말 술꾼들은 한 잔의 술을 위해 이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는 것일까? 가까운 사람 중에 술꾼도 없고 술안주를 만들어 먹는다는 사람도 없으니 확인은 못할 일이고 그저 과장이 아닐까? 의심만 할 수밖에.     


현실에서 술꾼들이 술을 어떤 태도로 마시든 만화 속 세상은 마냥 재미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좋은 경치를 찾아다닌다는 것도 분위기 좋은 술집을 찾아내는 것도 맛있는 안주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모조리. 이 또한 삶을 향한 의지인 셈이니. 왜 사느냐고? 술을 마시기 위해서. 이 정도의 각오라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건강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번 호에는 대만의 취두부 편 에피소드가 나온다. 취두부를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고, 먹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게 살짝 부러워지려고 한다. 그걸 위해 비행기를 탈 정도라면..... (y에서 옮김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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