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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3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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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3권에 이르니 작가가 주인공 소다츠의 입으로 내보내는 하이쿠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이쿠에 대해 잘 모르지만 '5-7-5음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7자로 된 일본의 시문학 종류 중 하나로 계절 감각을 보이는 소재가 쓰이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짧은 글이 술맛을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계기로 하이쿠라는 장르에 가까워지게 될지 몰랐지만.

술과 관련된 다른 만화인 '와카코와 술'과는 주인공이 마시는 술의 양에 차이가 많이 난다. 와카코가 일 마치고 가볍고 우아하게 한 잔 하는 것에 비해 이 만화의 소다츠는 일 마치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중에도 심지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부터도 기회만 되면 술을 마시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만화니까 그럴 수 있겠다 여겼다가, 어쩌면 세상에는 실제로 이만큼 술을 사랑하며 빠져드는 이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건강이나 사회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재미있다. 책값도 담겨 있는 내용에 비해 헐한 편이라 이게 또 마음에 든다. 마치 가볍게 한 잔 하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일본의 술 문화를 보이는 내용이라 우리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어떤 에피소드는 우리네 사정과 퍽 비슷해 보여 그게 또 신기하다. 그런데 정말, 술은, 이렇게 계절마다 안주마다 배경마다 다르게 어울리는 것일까. 미지의 세계로 남겨 두고 간접 경험이나 계속 하련다. (y에서 옮김20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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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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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좋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 묘사에 있다. 같은 풍경, 같은 심리를 어떻게 글로 그려 내는가 하는 점. 독자인 나로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할 수 없는 표현력을 보여 주는 글에 빠진다. 이 작가의 글처럼.

소설 안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흐르고, 사람들은 살고 또 사라진다. 여섯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배경, 다른 주제를 보여 주지만 사람이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또 이렇게 마음 아프게 빠져들기도 하는 것이고.

소설들의 제목에서는 가볍고 경쾌한 낱말들이 보인다. 이제는 알겠다, 가벼운 제목일수록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주제가 그리 무겁지 않다면 소설가가 무겁게 삶을 다루려고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또 아닌 것처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가벼운 점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피아노'는 경쾌하기는커녕 무겁기만 했으며, '하품'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전적인 시간'은 낭만도 없이 허름하기만 했고, '나의 루마니아 수업'은 어둡고 쓸쓸하기만 했다. '파수꾼'에서는 어쩌자고 고양이를 자꾸 불러내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밝지 않은, 밝을 수 없는 소설들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한 편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선물로 받은 책인데 준 이에게 돌려 주고 싶었다.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며, 같이 읽는 사람이 되자며, 같이 이 우울의 시대를 건너 보자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계속 관심이 생겨서 반갑다.

표지 그림이 퍽 인상적이다. 표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인데 강하게 이끌렸다. 빈 자리가 강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y에서 옮김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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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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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많고 상도 많은 시절인가? 이런저런 수상작품집들이 보이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고 가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다. 이것은 이것대로 횡재다. 요즘 횡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얻는 나는 이 어수선한 시절에, 이 뜨거운 날들에 이 방식 또한 삶을 잇는 중요한 조건이 되리라 믿는다. 글들이 좋아서, 안 좋은 것조차 좋아 보여서 만족했다.


단양에 일이 있어 머물렀다. 시내의 서점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 만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세상에, 특별 보급가로 정가의 절반이었다. 이런 정책이 있는지 몰랐다. 젊은 작가들을 응원하겠다는 내 마음이 한결 두터워졌다.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과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는 다른 책에서 이미 읽었다. 읽다 보니 내용이 낯익어서 굳이 찾아 보았다. 작가의 이름도 작품 제목도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면 이제 이런 식으로 읽고 또 읽어도 어떠랴 싶다. 내게 시간은 많고 작가들에 대한 호감은 깊으니 예전처럼 조급해지지 않는다. 


백온유의 '반의반의 반'은 뜨끔해 하면서 읽었다. 어느 새 이런 때가 되고 말았구나, 내가 더 이상 젊은 쪽이 아니구나, 나이 들어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구나, 세상이 저문다는 것이 이런 서글픔을 안겨 주는 노릇이구나, 나의 감정은 자꾸 영실이 쪽으로 기울었다. 작가는 어느 편에 더 공을 들였을까? 지금 세상은 어느 쪽으로 더 나가 있을까? 소설 한 편으로도 시대를 고민하게 된다.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도 인상깊었다. 표현이 낯설었어도 거북하지 않았고 내용이 익숙한 듯해도 새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이 작가의 이름을 수월하게 기억할 것 같다. 


성혜령의 '원경'은 인물이 중심인 소설이다. 신오는 마음에 안 들었고 원경은 마음에 들었는데 글은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생에 한 사람쯤은 신오나 원경의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나는 어째 찌질한 기억밖에 없어 딱해진다. 


젊은 작가들의 글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갔으면 좋겠다. 이제 그렇게 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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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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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두 권째. 1권에서는 잠시 헷갈리는 듯 보였던 만화와 하이쿠와 산문이 차례로 섞여 있는 구성이 익숙하게 보인다. 앞으로 오랜 시간 구해서 보게 될 만화인 것 같다. 현재 47권까지 나와 있고 짐작상 계속 나올 듯하니 나의 수집 거리가 늘었다. 즐거워진다.


내가 지금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의 애환을 술로 달랜다는 설정이 내게는 썩 가깝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보면 또 그런 대로 납득이 된다. 일을 마치고 이렇게 술 한 잔으로 자신을 달래는 사람이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있으니 이런 만화까지 나왔을 테고. 그것도 이만큼이나 인기가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상관 없다는 뜻까지 포함하고서. 


만화 속 주인공이 에피소드 마지막에 내놓는 하이쿠를 보는 맛도 새롭다. 계절 감각을 살리고 그에 맞는 술맛도 드러내면서 짧게 펼쳐 보이는 술의 정취. 이런 분위기라면 술을 못 마시는 게, 즐기지 못한다는 게 섭섭하게 여겨질 정도다. 마치 세상의 좋은 것 하나를 놓치고 사는 듯한. 그게 체질 탓이든 취향 탓이든. 


그래, 술 마시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면 이 만화책이나 사서 모아야겠다. 누군가 나 대신 술을 마셔 주는 것일 테고 나는 그 기분만 취하면 될 테니까. 이런 인생도 있는 것이려니 하면서. (y에서 옮김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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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아침 문학과지성 시인선 437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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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 시가 불편한 것인지 시를 읽는 시절이 불편한 것인지 내가 부당한 불편을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도무지 가다듬을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이 신랄한 봄에 어쩌자고 불은 자꾸 일어나는지. 

10년도 더 전에 나온 시집이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 작가 이름을 알았고 작가의 오래 전 글을 찾아 읽는다. 글은 울렸다가 무너졌다가 찔렀다가 막히는 슬픔을 던진다. 받고 싶지 않으나 나는 이미 받아 안고 있다. 시는 친절하지 않고 작가의 호흡은 따스하지 않고 모처럼 불행 안에 쭈그리고 앉아서 시를 읽는다. 시를 읽을 때의 불행을 나는 좀 사랑하는 편이다.

불행도 전염이 되는가. 불행이 늘어나면 나누어져서 줄어드는가, 아니면 더 커져서 모두에게 무거워지는가. 시인은 시를 읽는 이의 불행을 거둬 들이고 싶었을까, 나눠서 지우고 싶었을까. 어떻게 해 봐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이라 퉁명스러워지기만 한다. 시간도 쓰다듬어 주지 못할 아침의 불행이여. (y에서 옮김20250324)

모두가 천만다행으로 불행해질 때까지 잘 살아보자던 맹세가 흙마당에서 만개해요. 사월의 마지막 날은 한나절이 덤으로 주어진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가 공평무사하게 불행해질 때까지 어떻게든 날아보자던 나비들이 날개를 접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리는 봄날이에요. - P11

같은 장소에 다시 찾아왔지만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 P19

나는 소식이 필요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소식 - P62

열어둔다

시간에 조금씩 주름이 잡힌다

시간이 조금씩 허점을 다듬는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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