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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18 4호 - Vol 4 :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4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평점 :
지난 잡지라는 것을 바로 알겠다. 지금의 상황에 적절하지 않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으니까. 코로나 19가 잡지의 생명에도 이렇게 갑작스러운 영향을 미치고 말았구나 싶다. 그렇지만 밖에 나가서 함께 놀라는 내용마저 빛이 바래는 건 아니다. 놀이의 본질만큼은 지금도 살아 있고 더더욱 중요해졌으니.
주제가 놀이여서 그런가, 읽는 맛이 앞에 읽었던 책들과 또 좀 달랐다. 슬쩍 풀어진 기분? 느긋한 여유? 글만 읽고 있는데도,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책 속 놀이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다. 이에 더해 이 책에 실린 글의 작가들에게 지금 시기에 맞는 놀이 문화에 대한 생각을 써서 보여 달라고 하고 싶었을 정도다. 몇몇 분은 이미 세상에 없는데, 특히 그분들은 뭐라고 할지, 어떻게 하는 게 더 창의적이면서 건전한 놀이라고 말하는지 듣고 싶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페더러, 육체적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이라는 에세이였다. 순전히 페더러에 대한 팬으로서의 열성 때문이다. 이 선수를 이렇게 찬양하는 글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한때는 이 선수가 참가하는 호주 오픈이나 US 오픈에 가 보겠다는 꿈도 살짝 가져 보았으나 입장권 액수를 보고 바로 포기했더랬다. 그 선수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놓은 글이었으니 이 글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한 셈이었다.
앙드레 다오의 '빵과 서커스', 조지 오웰의 '총성 없는 전쟁', 고재열의 '패배의 미학'은 꽤 긴장하며 읽었다. 놀이가 마냥 낭만적인 게 아니라는 것, 놀이를 강조하는 누군가의 속셈에는 지배욕이라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를 쉽게 놀게 해 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어떤 의도나 음모가 있지 않고서야. 놀이에 담겨 있는 밝고 또 어두운 속성을 모두 헤아려 봐야 한다는 각성을 하도록 해 준 책이었다.
잘 놀아야 하는 시대다. 앞으로 더욱 더. (y에서 옮김20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