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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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늘 이런 것일까. 역사 이래 늘 이랬다고는 하는데. 젊은이들이 형편 없어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기성 세대가 현실을 망쳐 놓았다거나 서로가 서로를 탓하며 암울한 현실을 이겨 내야 한다며... 소설이라는 게 본래 그 사회의 불완전한 모습을 그리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살기 참 어렵구나 하는 상황을 인정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마니까.

세 편의 소설. 이번 호의 작품들은 내게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 책 시리즈를 자꾸 읽다 보니 이제 다른 재미도 얻는다. 썩 끌리지는 않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이 어떤 문제를 품고 글을 쓰나 짐작해 보는 일.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니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겠고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의 고충을 엿보는 정도지만. 어쩌면 이게 소설가들의 숙명일 수도 있겠고. 늘 사회의 갈등을 고려하고 있어야 할 소설가들은, 그렇다면 불행할까? 그렇지는 않기를.  

작가와의 인터뷰도 예전보다는 잘 읽힌다. 이런 마음으로 이런 바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 앞으로는 이런 방향의 글을 써 보고 싶다고 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미리 읽어 보라는 편집 의도. 결국 좋아하는 대상은 사람이 되는 셈이다. 글을 통해 만나는 사람, 어떤 소설가.   (y에서 옮김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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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은 책과 세상 - 김훈의 詩이야기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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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되도록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할 것 같다. 그리고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자꾸자꾸 글로 써 주어야 할 것 같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여행을 하지 못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두에게 나누어주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라도.

    얼마 전에 이 작가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난 그 책 제목만 듣고 이 책을 떠올렸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1989년 초판본이니 벌써 10년이 지난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쉽사리 버릴 수 없었다. 몇 번 이사를 하면서, 그 동안 다른 많은 책들을 떠나 보냈으면서도 이 책은 지금까지 가지고 다녔다.

    시간의 흐름도 이 책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우리 나라 작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이 살아 숨쉬는 공간을 이어놓은 여행산문집. 시간이 아무리 흐른들 이 책에 담겨 있는 공간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학 기행 산문집을 다른 사람들도 종종 펴내기는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 독서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나는 아직까지 이 책만한 것을 만나지는 못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이미 절판이 되어버렸다. 왜 우리 나라 출판사들은 좀 지긋이 기다릴 줄을 모르는지. 문학 작품 하나하나의 속속들이 보는 기쁨과는 또다른 차원의 새로운 즐거움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y에서 옮김20010127)


    [인상깊은구절]
    온 산의 낙엽들이 막무가내로 무너져내리고 가을바람이 갈 길을 보채며 돌부처의 엷은 옷자락을 흔드는데 저녁해가 부처의 오른 뺨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자 부처의 왼 뺨으로 달이 떠오른다. 지나가버린 수만 번의 가을과 닥쳐올 수만 번의 가을 사이에 낀 단 한번의 그 덧없는 가을날, 가을산에서 깨달은 자의 반쯤 뜬 눈으로 내려다보는 벌판에서, 멸망해버린 왕국의 반월성은 이제는 주춧돌뿐이다. 모든 제국과 모든 견고한 것들이 바람 앞에 무너져 내리고, 덧없음을 확인한 자의 미소가 오히려 영원의 해와 달에 젖을 때, 견고한 것과 덧없는 것 중에서 진실로 어느 편이 헛된 것인지를 그 가을산 돌부처들은 실눈의 눈웃음으로 말할 듯 말 듯 하지만 끝끝내 말하지 않는다.


    * 2004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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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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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책에서는 성직자를 예시로 보여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먼저 수도원의 라둘푸스 원장, 원장이 되고 싶어하는 로버트 부수도원장, 새로 등장한 에일로스 신부. 여기에 내전의 중심에 있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스티븐 왕을 따르기로 한 휴 베링어. 왕과 황후를 오가는 헨리 주교 등등.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들만 잘 살펴도 바람직한 리더상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하지 않는 정도만 해도 리더로서는 상당히 성공할 듯한데 이것들의 경계가 복잡오묘하고 까다롭기 짝이 없단 말이지. 


    라둘푸스 원장은 헨리 주교의 추천을 받아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애덤 신부의 자리를 맡을 새로운 신부를 데려온다. 새로 온 에일로스 신부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지만 지나친 원칙주의자였던 탓에 짧은 시간 안에 신도들과 갈등을 빚고 만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신부는 시체로 발견된다. 왜 죽었을까? 누가 죽였을까? 누가 죽기를 바랐을까? 사람이 죽고 나면 살았을 때의 인물됨이 드러나게 된다는데 할 말이 없어진다. 잘 살아야 죽고 난 뒤에도 부끄럽지 않을 일이다. 


    이번에도 캐드펠 수사는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 사람 됨됨이도 잘 알아보고 미묘한 차이도 발견하고 증거도 잘 찾아내고. 아, 약도 잘 만들고 게다가 약도 잘 쓴다. 정말 제대로 된 캐릭터다. 많이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다. 아는 사실만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나를 어떻게 봐 주시려나, 이런 상상도 해 보고.


    빠지지 않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제는 무조건 믿게 되는 건 아닌지. 금방 보고 바로 사랑에 빠지는, 어여쁜 두 남녀가 나온다면 이들은 범인이 아니라는 점. 어떤 시련이 닥친다고 해도 이겨낼 것이라는 점. 캐드펠 수사가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점까지. 다음 편에서 확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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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보다 : 봄 2024 소설 보다
    김채원.이선진.이연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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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봄에 세 편의 소설을 만난다. 나는 이연지의 하와이 사과에 눈을 맞춘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소설 이전에도 더러 보았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맡아 어떻게 처리해 나가는 것인지에 대해. 텔레비전 드라마나 연극에 적용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만큼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서.

    여느 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열의나 태도가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을 종종 본다. 성공의 수는 지극히 적고 그 길로 가는 이들의 실패담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이제 소설을 쓰는 일조차 사람만이 경쟁의 상대가 아니다. AI가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니까. 시나리오뿐만 아니겠지. 화면도 만들어 내겠지.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까지 창작의 선을 그어야 하나. 물음만 남고 답은 구하지 못한다.

    문제를 문제로 삼고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 독자는 소설을 읽고 문제를 확인한다. 문제인 줄 알지만 해결 방법은 남들에게 미뤄 둔 채 그저 관망한다.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궁금하게 여기면서. 나는 장차 AI가 쓴 소설이나 AI가 만든 영화도 보게 될까? 사람 작가와 비교해 가면서?

    다른 두 편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y에서 옮김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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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필로소퍼 2018 4호 - Vol 4 :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4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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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잡지라는 것을 바로 알겠다. 지금의 상황에 적절하지 않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으니까. 코로나 19가 잡지의 생명에도 이렇게 갑작스러운 영향을 미치고 말았구나 싶다. 그렇지만 밖에 나가서 함께 놀라는 내용마저 빛이 바래는 건 아니다. 놀이의 본질만큼은 지금도 살아 있고 더더욱 중요해졌으니.

     

    주제가 놀이여서 그런가, 읽는 맛이 앞에 읽었던 책들과 또 좀 달랐다. 슬쩍 풀어진 기분? 느긋한 여유? 글만 읽고 있는데도,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책 속 놀이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다. 이에 더해 이 책에 실린 글의 작가들에게 지금 시기에 맞는 놀이 문화에 대한 생각을 써서 보여 달라고 하고 싶었을 정도다. 몇몇 분은 이미 세상에 없는데, 특히 그분들은 뭐라고 할지, 어떻게 하는 게 더 창의적이면서 건전한 놀이라고 말하는지 듣고 싶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페더러, 육체적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이라는 에세이였다. 순전히 페더러에 대한 팬으로서의 열성 때문이다. 이 선수를 이렇게 찬양하는 글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한때는 이 선수가 참가하는 호주 오픈이나 US 오픈에 가 보겠다는 꿈도 살짝 가져 보았으나 입장권 액수를 보고 바로 포기했더랬다. 그 선수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놓은 글이었으니 이 글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한 셈이었다.

     

    앙드레 다오의 '빵과 서커스', 조지 오웰의 '총성 없는 전쟁', 고재열의 '패배의 미학'은 꽤 긴장하며 읽었다. 놀이가 마냥 낭만적인 게 아니라는 것, 놀이를 강조하는 누군가의 속셈에는 지배욕이라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를 쉽게 놀게 해 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어떤 의도나 음모가 있지 않고서야. 놀이에 담겨 있는 밝고 또 어두운 속성을 모두 헤아려 봐야 한다는 각성을 하도록 해 준 책이었다.

     

    잘 놀아야 하는 시대다. 앞으로 더욱 더. (y에서 옮김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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