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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평점 :
앞서 이 작가의 [경애의 마음]이 내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 좀 염려되는 마음으로 본 책이다. 단편보다 훨씬 짧은 소설, 예전에는 콩트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이 책은 퍽 마음에 와 닿는다. 짧은 상황 속에서 내보이는 인물 간의 갈등이나 처지가 절실하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내 시각이 그러한 건지, 작가의 글 솜씨 덕분인 건지 아무튼 둘 다 잘 맞았다.
우리네 소설 세계에 대해 어느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 소설가로 등단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전에서 당선되는 것인데 이 경우 대상 작품은 거의 단편소설이다. 즉 등단하기까지 작가 지망생은 단편 소설을 쓰는 연습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등단이 된 후에 장편 소설을 발표하는 것을 큰 과제로 여긴다고 한다.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내 단편을 쓰는 데 골몰하면서도 장편을 머리에서 손에서 놓치 못하는 마음을. 외국의 경우 처음부터 장편 소설로 데뷔하는 작가들이 많이 보였는데, 우리나라와는 출판 사정이 여러 모로 다른 것이겠지.
그래서 그랬던가, 한 작가의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을 읽을 때 그 느낌이 차이날 때가 종종 있다. 이 작가의 경우 내게는 우선 단편이 낫다는 것인데, 읽은 작품이 많이 없어서 좀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애의 마음을 읽었을 때보다는 몇 발 더 다가섰으니 이것만으로도 좋은 현상이다.
글의 분량도 편집도 주제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비슷한 나이의 독자라면 직접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나처럼 이미 많이 지나온 독자라면 지난 날의 애틋한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추억조차 부질없다고 여기는 팍팍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두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y에서 옮김2019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