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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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언제부터 어떻게 가문을 잇는 존재가 되었을까? 궁금한 의문이기는 한데 굳이 자료를 찾아서 알아보고 싶다까지는 아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러다가 알게 되면 또 아는 대로, 나는 상당히 게으른 독자다. 


차남의 처지. 이 소설의 배경에서는 귀족 가문이나 토지 소유자의 차남 이하의 아들들은 병사가 되거나 성직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나 보다. 혹은 귀족의 외동딸의 남편이 되어 처가 쪽 후계자가 되거나. 그래서 병사가 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수도원은 수도원대로 그런 처지의 청년들을 받아들여 수도사로 키우면서 여러 방면의 재주를 이어갔던 모양이고. 이 소설은 여러 모로 내 관심을 충족시켜 준다. 천 년 전 잉글랜드라는 곳에 있었을 여러 종류의 삶이 이렇게나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오직 작가의 힘일 수밖에 없겠다. 


이번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참 답답했다. 아버지는 장남만 믿는다. 차남은 반항을 하며 살아오는 중에도 기본 도리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오해가 생기고 각자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에 따른 불행까지도 안으면서. 캐드펠 수사는 당연히도 이 모든 것을 다 헤아려 파헤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러다가 내가 캐드펠 수사를 지나치게 믿게 되는 건 아닐지. 아무리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해도 이렇게나 능력자이시니.


이 시리즈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이번 책의 내용을 나는 곧 잊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하나는 남을 것을 분명하게 알겠다. 차남의 위치라는 것-물려 받는 게 없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 지인의 집에서 수련을 시키는 일본의 풍습과는 또 다르다. 추리소설이 이렇게나 품이 넓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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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1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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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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