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그림, 김미대 옮김 / 북극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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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보는 책이지만 오랜 시간 머금게 되는 내용이다. 읽고 바로 남편에게 권했다. 남편도 금세 읽는다. 읽으면서 되묻는다. 나에게도 자신에게도. 쑥스러운 답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웃는다. 달리 따질 게 없다. 질문 놀이를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 어때?' 물어 보고, '지금 그대로 괜찮아'라는 답을 들을 수 있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를 위해 당신이 바뀌어 주었으면, 혹은 당신을 위해 내가 바꾸어야 한다면, 이건 좀 슬프고 아득한 일이다. 어린 시절 나도 한때는 이런 생각을 강하게 한 적이 있다. 사랑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가 기꺼이 그를 위해 바뀌어 보겠노라고.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일이라면 내가 바뀌는 게 마땅한 노릇이라고 강하게 믿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본성을 거슬러야 한다는 건 사랑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천천히 알게 되었지만. 


내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누가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내가 나를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소중하게 대하게 되면 함부로 저지를 일은 없을 것이다. 함부로 요구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함부로 윽박지르는 일도 없을 것이고 함부로 무시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그때 묻는 행복에는 더 이상 의구심이 담겨 있지 않을 것이다.  


행복도 아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y에서 옮김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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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타카코 씨 2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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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내용이 특별하지는 않다. 소재가 좀 독특하다고 할까. 주인공이 소리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잘 듣기도 하고 좋게 들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보통 시끄럽다고 여기거나 짜증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소리들을 상황에 따라 좋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면서 들어 주는 것이다. 그 마음이 예뻐 보여 만화 자체도 예쁘게 읽히는데 여러 모로 편집 의도가 좋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만화 출판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는 것 같다. 배경이나 컨셉을 미리 설정해 놓고 그에 따라 소재를 모아 작가가 그려 나간다는 것.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열정페이 같은 게 덜한 게 아닐까,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인다.


나는 감각이 좀 둔한 편이다. 보는 것도 대충, 기억력이나 관찰력도 부족해서 봐도 뭘 봤는지 잘 모르는 게 대부분이고. 듣는 것도 대충. 소리에 민감하지 않은 쪽이라 의외로 스트레스도 좀 덜 받는 것 같고. 촉각은 좀 민감한가? 작은 스멀거림에도 놀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런데 이게 장점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고. 맛보는 것도 수준 아래. 아주 맛있다고 하는 경우도 잘 없고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 먹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후각. 냄새는 음, 좋은 향은 좋아하고 안 좋은 향은 안 좋아하고 그렇지 뭐. 만화 속 주인공 덕분에 모처럼 내 오감에 대해 따져 보는 기회를 가진 셈이 되었다.


감각은 신경과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예민하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만화 속 타카코 씨처럼 좋은 쪽으로 받아들인다면 축복 같은 생의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보다 예민해서 남보다 더 잘 느끼고 더 좋아하게 된다면 그게 행복이 되는 것일 테니. 작가도 그런 의도로 이 만화를 그리는 것 같고.


오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좀 소중하게 와 닿는 기분이다. 이렇게 잘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일 것이므로. (y에서 옮김20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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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타카코 씨 1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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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겠는가마는, 그게 참 평범하고 쉬울 것도 같지마는, 아무나 행복하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 남들 눈에는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데도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고, 남들에게는 저래서야 어찌 행복할 수 있으랴 싶은데도 실속 있게 행복을 누리기도 하고. 공평하지 않은 듯 공평한 행복하다는 기분, 이 만화는 행복한 기분에 대해 또다른 시선을 보여 준다.


와카코와 술 만화를 쓴 작가가 출판사 편집자와 기획을 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이런 조건으로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 나가는 형식. 행복을 잘 느끼는 여자 주인공에게는 남보다 뛰어나다는 잘 듣는 능력을 주었고. 이 경우의 듣는 능력이라는 건 이해력을 뜻하는 게 아니라 작은 소리도 구별해서 잘 알아듣는 능력을 말한다. 소음이라고도 할 수 있을 소리를 남보다 더 잘 알아듣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는 주인공.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란 여기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력서에도 올릴 수 없을 만큼 하찮아 보이는 능력이라도 그걸 장점으로 활용할 줄 아는 힘.


그래, 소음이라고 여기지 말고 살아 있는 생활의 소리라고 느끼게 된다면 그순간 짜증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연의 소리는 자연의 소리대로, 문명의 소리는 문명의 소리대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소리든 저절로 생겨나는 소리든 모든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안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 놓은 상태라는 것일 테다. 닫혀 있지 않다면, 마음이 열려 있다면 의외로 사는 일이 순조롭고 만만할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부터 방해를 받는다는 느낌은 안 들 테니까.


어떤가 싶어 1권만 구입했는데 2권도 봐도 되겠다. 이런 만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 나도 행복하다 싶기도 하고. (y에서 옮김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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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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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 개정판 이전의 이 책을 e북으로 읽고 리뷰를 올린 날이다.

 

작품 셋을 읽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아무래도 낮익어서, 아무래도 읽은 듯해서 Yes24 자료를 찾았다. 그리고 발견해 낸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데,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고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 e북을 구입하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종이책만 살폈던 게 착오였다. 어쩔 수 없지, 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자 하는 내 마음과 이미 읽은 책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 덕분이라고 해야지.

 

그나저나 어떤 책의 경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알고 두 번 읽는 것과 모른 채 두 번 읽다가 뒤늦게 깨닫는 것은 차이가 아주 큰데? 이제라도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을 다시 정리해 둬야 하나 어쩌나? (y에서 옮김20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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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사고와 의도적이지 않은 사고는 얼마나 제대로 구별되고 있을까. e북으로 읽기에 적절한 이 작가의 작품,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크레마 터치로 넘기면서 읽고 마치기에 적절한 분량과 그 안의 긴장감. 범인들의 노골적인 의도에 좀 질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인물이기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위협을 받을지도 몰라서. 


개인이 느끼는 피해 의식은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열등감이든 자괴감이든 피해 의식이 잘못 발휘되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게 될 테니까. 사람들이 받는 일차적인 상처를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할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개인의 선천적인 성향도 범죄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사고로 얻은 피해 의식을 복수심으로 갚는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를 텐데. 


누구든 자신과 가족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이웃들에게도 나쁜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확대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하다. 어떤 이는 인성이 그릇되어 해를 끼치고 어떤 이는 실수로 해를 끼치고 어떤 이는 무지하여 해를 끼치고 어떤 이는 억울해서 해를 끼치고...... 그리하여 슬퍼지고 고단해지는 세상살이. 


추리소설로만 읽고 덮을 일은 아니다. 읽을수록 인간의 한계 그 너머에 있는 악의 본성이 언뜻언뜻 보이는 듯하다. (y에서 옮김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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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도 혼합 공간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71
김리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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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머무는 게 수월하지 않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들, 시어는 투명하게 보이는 듯했지만 겹겹으로 포개져 있었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들만 다시 보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섭섭하고 좀 답답했다.


각 시의 길이가 긴 편이다. 한달음에 읽지 못하고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앞에서 읽고 세운 내 고유의 이미지들이 무너지고 나는 다시 낯선 땅에 선 느낌이 든다. 이게 이것대로 신선하면 좋을 텐데 이런 기분이 들기보다는 겨우 붙잡은 것을 놓친 듯만 해서 안달이 난다.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구나, 내 호흡이 짧구나, 다시 읽으려고 돌아가는 대신 책장을 넘기고 만다.  


각주가 꽤 많이 달려 있는 시집이다. 시마다 거의 달려 있다고 봐도 좋을 만큼. 시가 먼저였는지 각주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이 먼저였는지 모르겠으나 이 시인은 이렇게 연결시키는 작업을 좋아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대상을 보고 시를 쓰거나 시를 쓰다가 기억 속에서 그 대상을 찾아내거나. 내게는 편한 구조가 아니었다.   


반복되는 시어와 반복되는 형상들이 있다. 시인이 좋아하는 풍경일 것이다. 빛, 미래, 유리, 물, 여름 등등. 투명한 것들이다. 투명한 게 늘 투명하게 와 닿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y에서 옮김20230113)



오래된 거리를 걸으면 가로수들은 영원히 자랄 것 같다 - P9

도시는 빛을 감추기에 좋고 원한다면 어떤 빛도 눈여겨보지 않기에 좋다 - P13

여름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여름을 잊어가고 있었다 - P17

자그마한 발을 가진 작은 새들 - P39

창문을 등지고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과
창문을 마주 보고 시선을 잃어버린 사람이
마주 앉아 신년 운세를 읽는다 - P61

보이는 모든 걸 만질 수 있다면 보이는 대로 믿게 되겠지 - P63

물의 형태는 순간 속에만 있고 순간을 떠난 물에게는 사라질 수 있는 몸도 없겠지 - P74

아무리 봐도 움직이지 않는 돌 위로
오후의 햇빛이 돌의 능선을 돌아 걸으며 빛나고 있다 - P87

시간은 계속 도착하고 있고 미래는 끝없이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 - P95

시간을 견디며 점점 아름답게 완성되어가는 장소와
지금을 갉아먹으며 점점 더 미숙해지는 시간이 함께 늙고 있다 - P111

따뜻한 공간이라고는 주머니밖에 없는데도 주머니에 넣어둘 것이 없었지. - P134

영원하다는 것은 죽지 않는 일에 가까울까 끝없이 태어나는 일에 가까울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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